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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30% 득표한 극좌·극우, 유럽 자체 부정하진 않아”

조홍식=1988년의 미테랑 이후 23년 만에 좌파 대통령이 탄생했다. 우파 시라크 대통령 시절 동거정부를 구성했던 사회당 조스팽 총리 시기(1997~2002년)를 감안하면 10년 만이다. 올랑드의 승리 요인과 좌파 재집권의 의미는 뭔가.

파트리크 베이유=사르코지는 국민을 통합하기보다는 분열시켰고, 계급과 인종, 성향에 따라 국민을 차별화했다. 올랑드는 사르코지에 대한 반감을 자신에 대한 지지로 이끌어냈다. 결선 투표에서 좌우를 막론하고 상당한 지지를 받은 게 승리 요인이다. 프랑스는 81년 이후 매번 대선 또는 총선에서 어느 정도 정권교체를 이뤘다. 미테랑은 대선에서 승리했지만 임기 중 총선에서 두 번이나 패해 동거정부를 맞았다. 시라크도 예외 없이 동거정부를 경험했다. 2007년 시라크에서 사르코지로 이어진 경우가 특별하지만 인물 변화가 이뤄졌고, 이들은 우파 내에서 각각 서로 다른 지지 기반을 갖고 있었다. 이번 대선도 지속적이고 반복적인 정권교체의 전통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조=1차 투표에서 국민전선의 마린 르펜이 18%에 가까운 득표율로 3위를 차지했다. 진보 성향이 강한 프랑스 청년층이 이번엔 극우인 국민전선을 선호했다.
베이유=마린 르펜은 자신의 아버지 장마리 르펜이 국민전선을 주도할 때 가졌던 극단 이미지를 지우는 데 성공했다. 아버지 르펜은 직접적이고 노골적인 방법으로 인종주의나 반유대주의를 내세웠다. 딸 르펜은 좀 더 세련된 방식으로 민족주의 감정을 부추기고 이민자에 대한 반감을 활용했다. 국민전선의 지지 기반이던 도시 근교 이민자 밀집 지역은 득표율이 감소했다. 이민자들과 부대끼며 사는 사람들이 극우에 투표하던 현상이 약화됐다는 말이다. 반면 청년층에서 국민전선 지지가 늘어났고, 농촌 지역의 득표율이 증가했다. 소외 계층과 지역에서 국민전선 지지도가 높아졌다는 의미다. 주류사회로부터 버림받았다는 느낌이 극단 세력의 자양분이 됐다.

조=극우의 르펜과 극좌의 멜랑숑의 득표가 무려 30%에 가깝다. 둘 다 유럽 통합, 특히 유로라는 단일화폐가 프랑스의 심각한 문제라면서 반유럽 정서를 대변한다. 좌우 극단의 동시 부상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나. 이것은 유럽의 미래를 어둡게 하는가.

베이유=르펜과 멜랑숑의 공통점은 둘 다 신념을 가진 인물로 인식되었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정치인은 위선적인 사람이라는 느낌을 주는 데 반해, 이들은 자신이 믿는 걸 솔직하게 주장하는 리더로 부각됐다. 두 후보에 대한 잠재적 지지는 득표율보다 오히려 높다. 멜랑숑의 경우 많은 지지자들이 2002년의 경험을 되풀이하지 않으려고 ‘울며 겨자 먹기’로 올랑드에게 투표했다. 2002년에 사회당 조스팽 후보는 국민전선 르펜보다 득표율이 낮아 결선 투표에 오르지도 못해 좌파가 충격을 받았었다. 르펜 지지자들도 사르코지가 극우로 방향을 바꿔 막판에 사르코지 지지로 돌아섰다. 르펜과 멜랑숑은 극단 세력을 대표하고 유럽에 대해 비판적이지만 올랑드와 사르코지를 친유럽, 르펜과 멜랑숑을 반유럽으로 구분하는 건 문제다. 유럽은 이제 일상을 지배하는 구조적 현실이다. 누구나 한편으론 유럽에 찬성하고, 다른 한편으론 비판적이다. 올랑드는 긴축 재정만 추진하는 유럽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사르코지도 유럽의 자유로운 인적 이동을 보장하는 솅겐 조약에 대해 부분적 반대의사를 밝혔다. 르펜이나 멜랑숑은 유럽 자체를 반대하는 게 아니라 지금과는 다른 모습의 유럽 건설을 주장한다.

조=올랑드가 당선된 이후 프랑스 정치에서 어떤 변화가 예상되나.

베이유=대선 이후 프랑스인들은 안도감을 느끼고 있다. 사르코지는 지난 5년간 매일 누군가를 공격했다. 프랑스인들은 일종의 심리적 압력을 받는 상태에서 살아야 했다. 나는 사르코지를 ‘공화국 안의 전제군주’라고 표현했다. 몽테스키외에 의하면 전제군주란 “법도 규칙도 없이 한 사람이 모든 것을 자신의 의지와 변덕으로 이끄는 자”다. 사르코지는 좌충우돌하면서 공화국의 전통을 무시하고 최측근을 요직에 임명하는 인사로 무리를 빚었고 부패 스캔들을 많이 일으켰다. 올랑드는 ‘정상적인 대통령’이 되겠다고 해 지지를 받았다. 이제 대통령은 통치하지만 법치국가의 전통을 존중하고, 의회와 정부·사법부 등을 정상적으로 가동시키는 역할을 할 것이다. 사르코지는 국가를 중시하는 우파의 전통에서조차 벗어났다. 올랑드는 재정 부문에서 평등을 추구하고, 교육에 중점을 둬 대규모 투자를 추진할 예정이다. 정치인의 특권 축소, 외국인 거주자의 지방선거 투표권을 약속했다. 과거와 비하면 좌파의 공약이 상당히 소극적이지만 유권자도 좌파가 집권한다고 혁명적인 변화를 기대하진 않는다.

조=긴축보다는 성장을 강조하는 올랑드가 당선돼 독일 메르켈 총리와의 대립과 긴장이 예상된다.

베이유=충돌 가능성은 있다. 하지만 프랑스는 에스파냐나 이탈리아 정부의 지지를 받고 있다. 올랑드는 현재의 방향으로 가면 유럽은 막다른 골목에 도달하니 함께 성장전략을 도출하자는 것이다. 올랑드는 사교적인 성격이고 영어를 잘 구사한다. 파리정치대학에서 경제학을 가르쳤던 전문지식 소유자다. 올랑드는 긴축은 운명이 아니며 이에 저항해 새로운 성장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정치 지도자나 정부가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시민의 참여가 경제 분야에서도 상당한 결과를 도출해 낼 수 있다.

조=21세기 들어 세상에는 어떤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전망하는가.

베이유=세계화가 진행되면서 많은 사람이 소외감을 느끼고 그 때문에 정체성에 매달린다. 대표적인 게 민족국가다. 민족국가에 기초한 정체성은 불안한 세계에 저항하고 버틸 수 있는 안전장치다. 하지만 그게 폐쇄성으로 연결되면 곤란하다.

조=6월 총선에서 국민전선과 프랑스 전통 우파의 연대가 가능할까.

베이유=우파와 극우의 전국적 연대는 불가능하지만 지역적 연대 가능성이 있다. 사르코지는 정치 은퇴를 말하지만 일시적일 것이다. 여론조사는 좌파 승리를 예상한다. 신임 대통령에게 다수 의회를 선사하는 건 프랑스 제5공화국의 전통이다. 그러나 사회당이 실수를 저지르면 좌파 대통령과 우파 의회와 정부의 동거체제가 들어설 수 있다.



파트리크 베이유(Patrick Weil) 프랑스 국립과학연구원(CNRS) 20세기사회사연구소 수석연구위원 및 미 예일대 로스쿨 연구위원, 파리대 졸업,ESSEC 경영대학원 졸업, 파리정치대 정치학 박사. 대표 저서 프랑스인이란 누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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