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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15달러짜리 수두룩 … 명문 코스는 부르는 게 값

평일 오전 그린피를 타당 1300원씩 받는 이벤트를 진행하는 360도 골프장. 이 골프장은 그린피와 직결되는 타수는 고객의 양심을 믿는다라고 말했다.
“어차피 그린피는 똑같으니 골프장에서 한 타라도 더 많이 치는 것이 이익”이라고 우스갯소리를 하는 사람들이 있다. 말이 안 되는 것 같지만 전혀 틀린 말도 아니다. 이것이 이른바 ‘그린피의 역설’이다. 프로 선수들은 적게 치면 상금을 더 많이 받지만 아마추어들은 내기를 하지 않는다면 적게 친다고 해서 얻는 게 없기 때문이다.
골퍼가 친 타수에 따라 그린피를 계산하는 골프장이 나왔다. 경기도 여주에 있는 360도 골프장은 평일 오전 그린피를 타당 1300원씩 받는 이벤트를 한다고 한다. 90타를 친 골퍼라면 그린피는 1300원×90으로 11만7000원이다. 80타를 쳤다면 10만4000원이다. 하한은 없지만 상한은 있다. 107.7타에 해당하는 14만원이다. 굳이 동반자들과 내기를 하지 않더라도 골프장과 그린피를 걸고 하는 재밌는 라운드가 될 것으로 보인다.

360도 골프장 고재경 지배인은 “골프는 심판이 없는 자신과의, 양심과의 싸움인데 국내에는 일파만파(첫 홀에 동반자 중 한 명이 파를 하면 전원 파로 적어 주는 것) 등 스코어와 관련해 왜곡된 점이 많다. 건전한 골프문화를 뿌리내리기 위해 이 제도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프로골퍼는 제외하며 8월 31일까지 평일 7시30분 이전 팀에게만 이 이벤트를 적용한다고 한다. 한국에서 일명 OK라고 부르는 컨시드 남발을 막기 위해 카트에 ‘OK는 퍼터 그립 안쪽으로 들어왔을 때만 줍시다’고 써 놓았다. 이 제도를 악용해 그린피를 덜 내려고 타수를 속이는 골퍼가 있지 않을까라는 질문에 고 지배인은 “골퍼들의 양심을 믿는다”고 했다.

이 골프장은 퍼블릭이지만 코스 전체에 양잔디를 식재했다. 코스는 블랙스톤을 디자인한 브라이언 코스텔로가, 클럽하우스는 유명 건축가 승효상씨가 설계하는 등 명문 프라이빗 골프장 수준이다. 그런데도 이런 이벤트를 하는 것은 한국 골프장의 불황을 반영한다. 360도 골프장이 건전한 골프문화를 만들려는 뜻도 있겠으나 부수적으로 이 이벤트로 뉴스를 만들어 많은 골퍼를 유치하려는 의도도 있을 것이다.

이 골프장은 이벤트의 이름을 ‘골프장 그린피는 내가 정한다’로 지었다. 그러나 그린피는 골퍼의 양심으로만 정해지는 것은 아니다. 수요와 공급이라는 보이지 않는 손이 더 중요하다. 국내에서는 골프장이 늘어나면서 그린피 가격 경쟁이 치열하다. 제주와 호남의 이용료는 수도권 골프장 대비 주말 66%, 주중은 57%밖에 되지 않는다. 전북 군산CC는 평일 1박2일 36홀 그린피와 골프텔 숙박, 조식을 포함해 최저 18만5000원에 판매하고 있다.

페블비치 7번홀 전경.
2만 개의 골프장이 있는 미국은 골퍼의 감소로 사정이 훨씬 더 심각하다. 문을 닫은 골프코스도 많고 그린피 15달러(약 1만7000원) 정도의 골프장도 허다하다. 반대로 정부에서 가격 규제를 하지 않기 때문에 명문 코스는 한국보다 훨씬 비싸다. 특히 메이저대회를 연 골프장의 그린피는 부르는 게 값이다.

미국에서 가장 경관이 좋으며 US오픈을 여러 번 개최한 페블비치는 그린피가 495달러(약 56만7000원)다. 호텔 숙박을 하면 카트비가 무료고, 비숙박자는 카트비를 따로 내야 하는데 비숙박자는 부킹을 하기가 쉽지 않다. 호텔 가격은 하루에 82만원에서 278만원이다. 페블비치와 인근 2개 코스를 합쳐 3라운드와 숙박을 포함해 500만원 정도의 패키지 상품도 있다.

페블비치는 100만원 정도의 급행 부킹권도 암암리에 팔리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공식적인 그린피로 보면 페블비치가 최고가는 아니다. 최고 그린피는 도박의 도시에 있다.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에 있는 섀도 크릭과 윈 골프장은 공식 그린피가 500달러다. 둘 중 섀도 크릭이 훨씬 좋은 평가를 받는다. 각종 골프장 평가에서 세계 25위 안에 들어간다. 89년 황량한 사막에 6000만 달러(약 690억원)를 퍼부어 만들었고 2008년 195억원을 들여 리노베이션했다. 300만 큐빅의 흙으로 둔덕을 만들어 외부의 시선을 완벽히 차단한 사막의 오아시스다. 매달 5000만원 정도의 물을 펑펑 써 환경단체로부터 비난도 받는다. 200종 2만1000그루의 나무도 심었다. 라스베이거스에서 PGA A클래스를 딴 이병옥 J골프 해설위원은 “사막이지만 숲 속에서 치는 것 같은 기분을 느끼게 한다”고 말했다.

이 골프장의 티타임 간격은 한 시간이다. 클럽도 공짜로 빌려 주고 리무진으로 호텔에서 골프장까지 데려다 준다. 조지 부시 전 대통령과 농구 스타 마이클 조던, 윌트 체임벌린, 풋볼 스타 존 얼웨이 등의 이름이 라커룸에 걸려 있다.

이 골프장에서 정상적으로 그린피를 내고 치는 사람은 거의 없다. 혹 돈을 내고 치겠다고 해도 골프장은 손님을 받지 않는다. 이 골프장들은 카지노의 부대시설로 이용된다. 이병옥 위원은 “카지노에서 도박을 많이 하면 주는 공짜 포인트(complimentary)가 쌓여야 골프장을 이용할 수 있다. 카지노는 사람들이 도박을 많이 하도록 하기 위해 골프장을 만든 것”이라고 말했다.

유럽에서 가장 라운드할 기회를 얻기 어려운 골프장은 골프의 성지로 알려진 세인트앤드루스 올드 코스다. 비수기 그린피가 70파운드(약 13만원), 성수기가 28만원인데 경쟁률 5대 1 정도의 추첨을 통해 부킹을 해 준다. 불확실한 추첨에 성지순례의 기회를 맡기기 싫은 사람은 약 400만원을 내고 올드 코스 1라운드를 포함한 3라운드와 호텔 3박을 포함하는 여행상품을 사면 된다.

영국에서 올드 코스보다 비싼 코스는 여럿 있다. 가장 비싼 코스는 런던 인근에 있는 웬트워스 골프장이다. 유러피언 PGA 챔피언십이 열리는 서코스의 성수기 비지터 그린피가 67만원이다. 값싼 골프장에 익숙한 영국의 평범한 골퍼들은 “웬트워스의 서코스에서 라운드하는 것은 나폴레옹이 러시아를 정벌하는 것보다 어렵다”고 불평한다.

그러나 영국은 천혜의 골프장이다. 바닷가엔 깃발만 꽂으면 골프장이 되는 곳이 많다. 그린피 2만원짜리도 있다. 일부 저렴한 골프장엔 사람이 없고 그린피를 넣는 정직의 상자(Honesty Box)만 있다. 자신의 이름을 적은 봉투에 돈을 넣어 박스에 집어넣으면 그린피 계산은 끝이다. 정직의 상자를 두는 것은 사람 쓰기가 부담되기도 하고 골퍼의 양심을 믿기 때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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