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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생상품 투자 손실 20억 달러 … 신용등급 한 단계 강등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가 신용등급을 강등한 JP모건 체이스의 미국 뉴욕 본사 로비 앞을 11일(현지시간)경찰이 지키고 있다. [뉴욕 AP=연합뉴스]
그 터무니없는 실책의 파장이 어디까지 갈지 예상하기 어렵지만 일부에선 글로벌 금융위기를 촉발한 ‘리먼의 망령’을 성급히 거론하기도 한다.
국제 신용평가회사 피치는 11일(현지시간) JP모건체이스의 신용등급을 ‘AA-’에서 ‘A+’로 한 단계 강등했다. 향후 전망도 ‘부정적 관찰대상’에 올렸다. 석 달 안에 신용등급을 또 내릴 가능성이 50% 이상이라는 뜻이다. 신용등급 강등은 이번 투자 실패로 막대한 손실을 본 데 따른 것이다. 다만 JP모건체이스가 본 손실 규모는 회사가 감당할 만한 수준이라고 피치는 진단했다.

앞서 10일 다이먼 CEO는 사내외 긴급 콘퍼런스콜(전화간담회)을 자청해 “파생상품인 신용부도스와프(CDS) 투자 실패로 6주 동안 20억 달러의 손실을 냈다”고 밝혔다. 손실은 시장 상황에 따라 더 늘어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CDS는 기업이나 국가의 부도 위험 자체를 사고파는 파생상품이다. 투자자들은 CDS를 구매함으로써 부도에 따른 원금 손실을 피할 수 있다. JP모건은 2분기에 2억 달러의 순익을 거둘 전망이었지만 파생상품 거래의 대규모 손실로 거액 적자로 전환할 것으로 우려했다.

뉴욕 증시는 소비심리 지표의 호조에도 불구하고 JP모건의 대규모 손실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JP모건의 주가는 11일 9% 이상 폭락했다. 씨티그룹·골드먼삭스·모건스탠리 등 금융주도 3∼4%대의 급락세였다.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전날 종가보다 34.44포인트(0.27%) 떨어진 1만2820.60에 거래를 마쳤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4.6포인트(0.34%) 내려간 1353.39였다. 다만 유럽 증시에 미치는 영향은 예상보다 적었다. 11일 영국 런던증시의 FTSE 100 지수는 0.57% 오른 5575.35로 장을 마쳤다. 독일 프랑크푸르트 증시의 DAX30 지수도 0.95% 오른 6579.93으로 거래를 마감했다.

JP모건은 월가에서 ‘리스크 관리의 달인’으로 통했다. 그런 곳이 대규모 손실을 보자 이런 사태가 다른 투자은행에서도 일어나지 않을까 업계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비르투스 인베스트먼트라는 투자회사의 조 테라노바 애널리스트는 “JP모건뿐 아니라 은행권 전반에 대해 우려가 번지고 있다”고 말했다. 오정근(고려대 교수) 한국국제금융학회장은 “달걀을 한 꾸러미에 담지 않는 것이 리스크 관리의 기본인데, 리스크 관리의 모범생인 JP모건이 그걸 어겼다니 의아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JP모건이 이 정도면 다른 투자은행은 더할지도 모른다”고 덧붙였다. 또 “미국 투자은행이 재정위기를 겪고 있는 유럽에 투자한 자금이 1조 달러가 넘는다. 이번 사태가 유럽 금융시장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전망했다.

JP모건 체이스의 제이미 다이먼 최고경영자
앞서 2월 미국의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글로벌 금융사들이 자금 조달 환경 악화 같은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며 17개 금융사 신용등급 강등 가능성을 경고한 바 있다. 강등 대상에는 쟁쟁한 은행들이 포함됐다. 북미의 뱅크오브아메리카(BoA)·씨티그룹·골드먼삭스·JP모건·모건스탠리·로열뱅크오브캐나다(RBC)와 유럽의 바클레이스·BNP파리바·도이체방크·크레디아그리콜(CA)·소시에테제네랄(SG)·HSBC·로열뱅크오브스코틀랜드(RBS) 등이다. 무디스는 다음 달 중순께 이들 금융사의 신용등급을 내릴 것으로 예상된다.

JP모건 사태는 CDS를 과도하게 거래한 데서 비롯됐다. 방향도 잘못됐다. 거래를 주도한 ‘런던 고래’ 브루노 익실은 올 초 회사채 CDS에 기업 신용도 등이 좋아지는 방향으로 거래했다. 투자 규모도 상당했다. 이 투자 규모는 한때 JP모건 전체 자산의 15% 수준인 3500억 달러(약 402조원)에 달했다. 시장을 왜곡했다는 비난도 나왔다. 하지만 3월 말부터 경기회복이 불투명해지고 유럽 재정위기가 다시 불거지자 시장은 익실의 예측과 다른 방향으로 움직였다. ‘몰빵’ 투자한 JP모건은 엄청난 손실을 볼 수밖에 없었다. 고래(whale)는 속어로 ‘카지노에서 뭉칫돈을 탕진하는 어리석은 부자’ 를 말한다. 익실의 사무실은 런던에 있다.

비난의 화살이 ‘런던 고래’에 쏟아지고 있지만 그런 대규모 거래와 손실이 실무자급 한 명의 판단으로 가능했겠느냐는 의문도 제기됐다. JP모건의 최고투자본부(CIO), 특히 이곳 본부장인 아킬레스 마크리스가 주도했을 거라는 시각도 있다. 회사 차원의 실수라는 것이다. 런던에 있는 최고투자본부는 JP모건의 위험을 관리하며 자산과 부채의 균형을 지키는 업무를 한다. 투자 전문가인 마크리스는 2007년 JP모건에 영입돼 최고투자본부를 이끌어 왔다. 뉴욕 타임스에 따르면 마크리스의 지휘 아래 최고투자본부가 2009년 37억 달러의 순익을 올리는 등 큰 성과를 내면서 거래 규모를 늘려 왔다.

뉴욕 타임스와 월스트리트 저널은 JP모건 사태로 금융감독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다시 힘을 얻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 금융감독 당국은 당초 7월 ‘볼커 룰(Volcker Rule)’을 시행할 예정이었으나 11월 미 대통령선거 등을 앞두고 강경 노선에서 한 발짝 물러선 상태였다. 볼커 룰은 은행을 포함한 금융권의 위험 투자를 제한하고 대형화를 억제하는 금융규제책이다. 전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자 오바마 정부의 백악관 경제회복자문위원회(ERAB) 위원장인 폴 볼커의 제안에 따른 것이다. 칼 레빈(민주당) 상원의원은 “이번 JP모건 사태는 볼커 룰이 필요하다는 것을 분명히 보여 준다. 금융 당국은 강력하고 효과적인 감독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메리 샤피로 미국증권거래위원회(SEC) 위원장도 “규제 담당자가 JP모건체이스의 20억 달러 거래 손실사건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다”고 말했다. SEC가 JP모건의 회계처리·상품 거래에 관한 예비조사에 들어갔다는 소식도 들린다. 영국 금융청(FSA)도 익실과 JP모건이 법을 위반했는지 조사 중이다.

JP모건 사태는 국내 증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대우증권의 김학균 투자전략팀장은 “파생상품은 전모를 제대로 알기 힘들 정도로 복잡한 상품이라 당장 그 파장을 가늠하기 힘들다. 하지만 유럽 재정위기와 중국 경착륙 우려가 커진 상황에서 국내 증시 흐름에 좋을 리는 없다”고 말했다. 신한금융투자 선성인 애널리스트는 “미국 금융 당국이 투자은행의 자기자본투자 등에 대해 규제를 강화할 것 같다. 그러면 시중 유동성이 줄어들고 국내 주식시장도 당분간 불안한 흐름을 보일 수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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