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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 그 이상 빛과 물, 불의 향연...여수 밤바다 ‘빅오’ 쇼

1, 2 여수엑스포의 명물 ‘빅오’ 쇼.
여수엑스포는 바다를 품은, 25만㎡에 달하는 거대한 ‘ㄴ’자 대지 위에 펼쳐져 있다. 국내 최초로 바다에 세워진 주제관은 ‘ㄴ’자의 한가운데 지점에서 돌다리로 연결돼 있다. 외관은 독특하다. 수많은 아가미를 가진 거대한 생명체가 바다 위를 막 용솟음치는 듯한 모양새다. 한번에 250명씩 입장하게 되는데, 이들은 3개의 전시관과 메인쇼장을 거치게 된다. 전시관은 주로 영상 작품으로 관람객을 맞는다. 전시 1관에서는 일종의 ‘바다학 개론’이 펼쳐지는데, 설명이 다소 많은 듯했다. 전시 2관에 들어가면 주제관 마스코트로 멸종위기종인 듀공이 스크린 속에서 관람객과 대화를 나눈다. 메인쇼장은 거대한 원형극장이다. 해저 밑바닥으로 온 느낌을 준다. 2관에서 보았던 듀공이 소년과 깊은 바닷속 모험을 떠난다. 몽환적인 스크린에 이어 피아노 줄에 묶인 듀공 인형이 허공을 둥둥 날아다니고 영화 속 소년이 실제로 등장해 아날로그적 감성을 더한다.

주제관 2층은 ‘해양베스트관’이다. 심해 열수분출공에 사는 생물 전시가 눈에 띄었다. 가장 깊은 서태평양 2477m에서 잡은 앨빈 조개는 아가미 내부의 공생 박테리아가 생산한 영양분을 먹고 산다고 했다. 심해 탐사 역사를 보니 세계기록은 중국이 갖고 있다. 2011년 유인 잠수정 자오룽이 수심 5038m를 탐사했다. 올해에는 7000m에 도전한다고 한다.

3, 4 여수시 망마산 자락에 GS칼텍스가 개관한 문화예술공간 ‘예울마루’.
다리를 다시 넘어오면 한국관. 건물을 위에서 보면 태극 문양처럼 보인다. 3면 영상과 퍼포먼스가 펼쳐지는 직사각형 전시관과 360도 영상이 펼쳐지는 영상관으로 구성돼 있다. 특히 영상관은 지름 30m, 높이 15m, 둘레 95m에 달하는 돔형 공간인데, 의자가 없다. 누워서 영상을 즐길 수 있게 하기 위해서다. 21개에 달하는 영사기가 돔 위에 아찔한 영상을 만드는 기술은 독일산이다. 영상은 국내에서 제작했다. 조직위 임정주 전시1과장은 “리허설 때 풍선이 올라가 천장에 붙어 있는 바람에 제거하느라 애를 먹었다”고 후일담을 들려주었다.

5 ‘예울마루’에서 전시 중인 배병우 작가의 사진 ‘우이도’.
부제관은 4개다. 해양생물관·기후환경관·해양문명도시관·해양산업기술관인데, 해양문명도시관이 가장 흥미로웠다. 해양문명도시관의 로비로 들어가면 독특한 조형물이 있다. 나침반으로 쓰인 동양의 사남과 서양의 아스트롤라베 모형이다. 이어 문명관으로 연결되는데, 첫 번째 코너는 두려움과 호기심의 대상이었던 바다를 향한 인류의 도전을 보여준다. 폴리네시아 원주민이 만든 아우트리거 카누는 실감 났다. 이 배를 타고 대양으로 나가는 듯한 영상이 바람 불고 번개 치는 4D 효과로 구현된다. 그 옆방으로 가니 커다란 배가 나타난다. 난파선이다. 1998년 인도네시아 수마트라 근처에서 발견된 아랍 전통 목조선 다우(Dhow)를 길이 28m, 넓이 8.8 m의 실물 크기로 재현했다. 9세기 당나라와 교역을 하던 배로 추정된다. 이 배에서 당시 물품 6만여 점이 인양됐는데, 특히 도자기가 많았다. 대륙과 대륙을 오가던 무역선을 통해 거래되던 대표적인 향신료를 전시하고 냄새를 맡아볼 수 있게 한 것은 효과적이었다. 어스름한 배 안에서 계피, 커민시드, 말각, 정향, 각황 등 각종 향신료의 냄새를 맡아보는 체험은 이채로웠다.
이어지는 해양도시관은 해중주택, 해중리조트 등을 움직이는 모형과 영상으로 보여주는 것까지는 좋았으나 얼마나 실현 가능성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설명이 없어 좀 허무했다.

6 9일 미디어 데이 행사에서 주제관 앞을 지나고 있는 대형 인형 연안이.7 해양문명관에 전시된 난파선.
볼거리 빅2, 아쿠아리움과 빅오 쇼
이제 가장 인기가 높았다는 아쿠아리움이다. 국내 최대 규모인 6030t 수조에 300종, 3만4000마리의 해양생물을 볼 수 있다. 전시장은 마린 라이프, 아쿠아 포리스트, 오션 라이프로 구성돼 있다. 마린 라이프관에서 가장 눈길을 끌었던 것은 러시아 흰고래 벨루가. 목이 직각으로 구부러질 정도로 유연함을 자랑하는 희귀동물이다. 수직으로 헤엄을 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6000마리의 정어리떼가 군무를 펼치는 모습도 장관이었다. 아쿠아 포리스트는 각 지역 바다에 살고 있는 바다생물들을 구분해 꾸민 공간이다. 특히 인공어초와 바다 숲 등을 조성해 물고기가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여수 바다목장은 2001년부터 시작했는데 볼락, 참돔, 감성돔이 이 일대에서 많이 산다는 설명은 아이들에게 흥미를 끌 듯했다. 아쿠아리움은 예약제로만 운영된다.

전국 기자들이 모인 9일 미디어 데이의 하이라이트이자 여수엑스포가 자랑하는 4번 타자는 ‘빅오(Big-O)’ 쇼였다. 여수 신항 앞바다 방파제를 육지와 연결해 만든 사이에 설치된 지름 35m 규모의 O형 구조물이다. 빅오의 ‘O’는 바다를 뜻하는 오션의 이니셜이자 미래로의 시작을 알리는 영어 ‘제로’라는 의미를 담았다.

이날 저녁 8시. 날이 어스름해지자 음악과 함께 분수가 뿜어져 올랐다. 영화 ‘ET’의 주제가에 맞춰 황금빛 조명과 함께 넘실넘실 춤을 추었다. 이어 빅오쇼를 알리는 아나운서의 멘트와 함께 일순 주위가 깜깜해졌다. 거대한 원형 구조물에 불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이어 물이 뿜어져 내리는 워터 스크린 위에 빨간 머리 소녀의 얼굴이 커다랗게 나타났다. “절 따라 오세요”라는 소녀의 말과 함께 빅오는 형형색색 조명을 바꾸며 물을 뿜다가, 불을 뿜다가, 자유자재로 모습을 바꿨다. 그 사이사이 홀로그램 기술은 허공 위에 박진감 넘치는 영상을 구현했다. 여수엑스포 유엔관의 구삼열 공동대표는 “워터 스크린 속 여자아이가 좀 무섭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보다 귀여운 스타일이었으면 더 좋을 뻔했다”고 소감을 말했다.

다도해 품은 망마산 자락 ‘예울마루’
이번 여수엑스포를 위해 특별히 마련된 공간이 있다. 여수시 시전동 망마산 자락에 만들어진 문화공간 ‘예울마루’다. 문화예술의 너울(파도)이 가득 넘치고 전통가옥의 마루처럼 편안하게 쉴 수 있는 공간이란 뜻이다. 여수국가산업단지에 입주한 GS칼텍스(회장 허동수)가 사회공헌사업으로 1000억원을 들여 만들었다. 바다가 훤히 내려다보이는 이 건물은 7층이지만 겉으로 그 높이가 드러나지 않는다. 산기슭 속에 공간을 만들고 그 위로 길게 유리 지붕을 덮었기 때문이다. 강물이 굽이굽이 흘러 바다로 내려가는 모양새다. LED 조명을 설치해 야간에 보면 폭포 같은 장관을 이룬다. 산꼭대기 정원에서 바닥분수까지는 길이가 198m에 이른다.

설계자는 세계적인 건축가 도미니크 페로(59·프랑스). 이화여대 운동장을 가운데가 탁 트인 복합공간으로 개조해 유명해진 그 건축가다. 주변 환경과 어울리는 건축으로 유명한 그는 이번에도 자신의 장점을 십분 발휘했다. 강화유리 지붕에는 태양열 집열판을 설치했다. 다섯 가구가 하루에 쓸 만한 전력이 발생한다고 한다. 또 건물과 땅 사이에 틈새를 두는 열미로 시스템은 겨울에는 따뜻하고 여름에는 시원한 친환경 구조다. 바닥 분수도 지하 암반수를 활용한다. 국내 최고 수준의 시설을 갖춘 공연장이 두 개다. 대극장은 1021석, 소극장은 320석이다. 대극장의 경우 무대에서 객석 맨 뒷자리까지의 거리가 21m에 불과해 생생한 소리를 어디서나 느낄 수 있게 했다. 10일 저녁에는 개관을 축하하는 ‘열린 음악회’ 콘서트가 열렸다.

개관 기념전도 훌륭하다. 여수 출신의 세계적인 사진작가 배병우의 ‘대양을 향하여’(5월 11일~6월 30일)다. 여수와 제주 앞바다, 뉴칼레도니아, 타히티, 크레타 섬 등 각국의 섬들을 돌아다니며 찍은 사진들을 한자리에 모았다. 바다와 사막이 공존하는 신안군 우이도의 풍광은 이국적이다. 물빛이 쪽물 같은 뉴칼레도니아 해변의 모습도 강렬했다.

전시 작품을 마지막으로 점검하던 배병 작가는 “우리 다도해 해안을 돌아다녀 보면 그렇게 아름다울 수가 없다.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전혀 뒤떨어지지 않는다”고 애정을 표현했다. 그 애정은 전시장 내 TV 화면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작은 거인’ 김수철이 그의 사진을 모아 직접 만든 8분짜리 뮤직비디오다. 커다란 전시장을 가득 메운 흑백과 컬러의 바다 사진은 어느새 보는 사람의 마음을 쪽빛으로 물들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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