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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함과 편안함, 질리지 않는 자연스러움으로 사람을 감싸안다

1 한스 베그너의 Y체어2 입 코포드- 라르센의 엘리자베스 체어 3 핀 율의 No. 45 4 알바 알토의 파이미오 암체어
“그녀는 나에게 방을 보여주었지. 근사하지 않아? 노르웨이 가구”라는 노랫말을 담은 비틀스의 명곡 ‘Norwegian Wood’는 초현실적이고 신비로우며 가사 내용에 대한 다양한 해석을 낳는 노래로 유명하다. 분명한 건 노르위지언 우드가 1960년대 영국에서 유행했던 북유럽 가구라는 사실이다. 당시 영국인들에게 북유럽 가구는 실용적이면서도 고급스러운 스타일이라는 아주 좋은 이미지를 가지고 있었다. 50년대부터 전 세계에 두각에 나타낸 북유럽 가구는 90년대 일본을 강타했고, 지금은 한국에서 열광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 트렌드를 이끄는 서울 신사동, 청담동, 홍대 등지의 카페와 레스토랑에서는 북유럽 가구를 흔하게 볼 수 있다. 또 대림미술관을 비롯해 경기도미술관, 국제교류재단,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등이 비슷한 시기에 북유럽 디자인과 가구 전시회를 개최하고 있다. 최근 한국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일본의 가리모쿠 가구는 북유럽 가구 스타일을 따른 것이다. 이제 한국인에게도 친숙해진, 세련되지만 비싸지 않은 브랜드로 인식된 이케아 역시 북유럽 스타일의 대중판이다. 북유럽 가구는 어떻게 탄생했고 어떤 특징이 있을까.

장식을 배제하고 기능성을 존중하며 대량생산에 적합한 디자인을 찾으려는 모던 디자인 운동은 1920년대부터 독일과 오스트리아, 네덜란드를 중심으로 일어났다. 네덜란드의 데스틸과 독일의 바우하우스를 필두로 일어난 모던 가구의 가장 큰 특징은 구조의 혁신과 새로운 재료의 사용이다. 모던 가구가 등장하기 전까지 의자는 4개의 다리가 좌판을 받친다는 상식을 수백 년 동안 굳건하게 지켜왔다. 변화가 있다면 다리의 장식과 휘어지는 정도의 차이다. 천을 씌우는 좌판과 등받이 역시 장식의 대상 이상으로 연구되지 않았다.

그러나 모더니스트들은 이 오래된 상식에 도전했다. 의자는 꼭 4개의 다리로 지탱해야 하는가? 나무와 천 말고 다른 재료는 없는가? 이에 따라 등장한 재료가 금속 파이프다. 금속이라는 재료는 나무보다 다루기 쉬워 실험적인 구조를 낳게 했다. 번쩍이는 금속 프레임에 장식이 전혀 없는 간결하고 기하학적인 의자와 탁자가 탄생했다. 이렇게 금속이라는 재료로 거둔 새로운 구조와 스타일은 과거와 완전히 단절된 모습이었고, 모더니즘 가구의 빛나는 성과이자 두드러진 특징이다.

바우하우스와 데스틸로 시작된 이 모더니즘은 북유럽으로 전파됐다. 그러나 북유럽은 모더니즘 운동의 기능성과 단순성, 대량생산에는 주목하되 강철관이라는 재료에는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국제적으로 알려진 최초의 북유럽 스타일은 1930년대에 나타났다. 37년 파리 만국박람회와 39년 샌프란시스코 금문교 박람회, 뉴욕 세계박람회에 선보인 스웨덴 가구는 단순한 구조, 우아한 곡선을 자랑했는데, 한결같이 금속이 아닌 나무로 만들어졌다. 요제프 프랑크, 브루노 마트손 등이 디자인한 의자는 독일식의 엄격함과 차가움, 과거와의 급진적인 단절이 느껴지는 것과 달리 따뜻하고 편안하며 안락해 보였다.

비평가는 기능적이지만 한결 온화한 이들 가구에 ‘스웨디시 모던’이라고 이름 붙였고, 북유럽 가구의 명성을 최초로 알렸다. 핀란드가 자랑하는 건축가인 알바 알토 역시 금속 대신 자연 소재와 유기적 형태로 이루어진 가구를 꾸준히 개발했다. 특히 그는 나무를 구부리는 기술을 발전시켜 초기 모더니즘의 특징인 기계적인 미학이 아닌 부드럽고 우아한 미학의 가치를 알렸다.

이런 북유럽 스타일은 특유의 자연환경에서 형성됐다. 스칸디나비아 국가들은 나무 자원이 풍부하다. 그리고 혹독한 겨울이 있다. 기나긴 흑야가 지속되는 북유럽에서는 실내생활이 매우 중요하다. 실내를 따뜻하게 채워줄 목제 가구와 조명이 유독 발전할 수 있었던 배경이다. 이러한 환경 아래 나무를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이를 정교하게 다듬는 장인들이 속속 등장했다. 단순히 모더니즘이 강세라고 해서 나무를 버리고 금속을 선택할 이유가 없었다. 혹독한 겨울을 따뜻하고 안락하게 나야 하는 북유럽인들에게 자연미와 인간미가 떨어지는 기하학적 형태의 금속 가구는 받아들이기 힘들었던 것이다.

대신 북유럽 디자이너들은 나무를 금속처럼 유연하게 다루는 기술을 발전시켰다. 알바 알토가 나무를 구부리는 기술을 발전시켜 디자인한 파이미오 의자는 북유럽 곡목 기술의 최고 성과이자 오늘날까지 생산되고 있는 스테디셀러다. 파이미오 의자의 곡선은 핀란드의 굽이치는 해안선으로부터 영감을 받은 것이기도 하다.

이렇듯 기능적이며 간결한 모더니즘의 정신을 따르면서도 자연스럽고 따뜻한 인간미를 잃지 않은 북유럽 가구는 1950년대 덴마크에서 더욱 완성도를 높인다. 이 시기에 아르네 야콥센, 한스 베그너, 핀 율, 올레 벤셔, 입 코포드-라르센 같은 뛰어난 디자이너들이 등장한다. 한스 베그너는 전통에 기반하지만 현대인의 생활에 맞게 가볍고 경쾌하게 재해석한 의자로 오늘날까지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다. 덴마크의 많은 가구 디자이너처럼 가구장인으로 출발한 베그너는 재료를 잘 이해하고 가공기술이 뛰어났다. 그는 전통가구를 모던하게 탈바꿈하는 데 독보적인 능력을 보여주었다. 한국에서 특히 사랑받는 베그너의 Y 체어는 중국 명나라 의자로부터 영감을 받았지만, 북유럽 가구의 감성 역시 느낄 수 있다. 아르네 야콥센은 덴마크 가구 전통과는 다르게 합판을 구부리고 강철관 다리를 결합시킨 개미 의자와 7체어 시리즈로 전 세계에 가장 널리 알려진 덴마크 가구 디자이너가 됐다.

이들과 비교해 핀 율은 가구를 정식으로 배우지 않은 이력 때문에 오히려 조형적이고 혁신적인 의자를 디자인하게 된다. 그는 대중성보다는 조형성의 극단을 추구했다. 의자의 프레임은 유기적인 곡선으로 다루기가 매우 힘들었다. 당대 최고의 가구 장인인 닐스 보더를 만난 뒤에야 비로소 빛을 볼 수 있었다. 핀 율의 가구는 좌판과 등받이가 섬세한 프레임으로부터 살짝 떨어져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이는 대단히 세련된 감각으로, 이후 수많은 디자이너의 모방 대상이 됐다. 핀 율의 가구는 덴마크보다 미국에서 먼저 인정받았다. 그의 가구가 미국에서 생산되고 화제가 되면서 그는 국제적인 명성을 얻게 된다.

북유럽 사람들에게 가구는 그 무엇보다 중요한 삶의 수단이다. 유행을 좇거나 저렴한 가구를 사기보다 다음 세대에까지 물려줄 튼튼하고 아름다운 가구를 선택하는 이유다. 화려하진 않지만 결코 질리지 않는 따뜻하고 편안한 가구가 북유럽 가구다.



김신씨는 홍익대 예술학과를 졸업하고 17년 동안 디자인 전문지 월간 ‘디자인’의 기자와 편집장으로 일했다. 대림미술관 부관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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