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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보다 병든 사회 치료에 눈 떠 … 지역 의료 사각지대 줄이기 앞장

천안의료원 허종일 원장은 소외계층을 위한 다양한 의료 봉사활동으로 사람들에게 희망의 불씨를 나눠주고 있다.




천안의료원 허종일 원장

‘나는 인종·종교·국적·정당정파 또는 사회적 지위 여하를 초월하여 오직 환자에 대한 나의 의무를 지키겠노라.’



히포크라테스 선서에 나오는 한 구절이다. 의사들의 윤리 지침을 담은 선서의 내용이지만 윤리 지침에 따라 모든 것을 초월해 오직 환자에 대한 의무감으로 환자 곁을 지킨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그래도 전국 각지의 수많은 의사들은 지금 이 시간에도 단 한 사람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는 사실을 믿고 싶다.



천안에도 의료 사각지대에 놓인 소외계층을 향해 항상 손을 내밀고 있는 의사가 있어 귀감이 되고 있다. 충남북부지역 공공의료 거점병원인 천안의료원 허종일(43) 원장은 소외 계층을 위한 다양한 형태의 의료 봉사활동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희망의 불씨를 나눠주고 있다. 특히 허 원장은 노숙인들을 대상으로 정기적인 의료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병원 진료 한번 받지 못하고 객사하는 억울한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



“오래 전 대전역 희망진료센터 의료진들을 알게 되면서 노숙인들의 실상을 가까이서 볼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한동안 대전역 노숙인들을 위한 의료 봉사활동에 동참한 적이 있었죠. 그러다 비단 노숙인들의 문제가 대전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천안에도 역이 있으니까요. 그런데 천안역의 경우 전철이 연결된 후 수도권에서 내려오는 사람들이 많아 대전만큼이나 노숙인 문제가 심각하더군요. 그때부터 천안지역 노숙인 지원단체들과 연계해 노숙인들을 위한 의료 봉사활동을 시작하게 됐습니다.”



매월 셋째주 토요일마다 노숙인 무료 진료



허 원장은 지난해 7월부터 매월 3째주 토요일마다 천안역에 의료 천막을 설치하고 노숙인들의 건강 상태를 체크하고 있다. 한 달에 한번씩 무료진료가 진행된다는 입소문이 퍼지면서 최근에는 노숙인 외에도 독거노인과 소외계층 주민들까지 70~80여 명의 환자들이 줄을 잇고 있다.



휴일까지 반납하고 소외계층을 위해 진료를 한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지만 허 원장은 무료 진료일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을 노숙인들을 위해 먼 길도 마다하지 않고 천안역으로 달려간다.



태안의료원 되살려 병원 복지 역할 강화



이처럼 병원을 방문하기 어려운 이웃들을 위해 사랑의 의술을 베풀고 있는 허 원장은 태안에서 머물던 10여 년의 세월을 잊지 못한다고 말한다.



“태안 의료원장으로 근무했던 당시에 소외계층을 위한 의료 봉사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병원 시설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았던 태안에 의지할 곳이라고는 의료원 밖에 없었는데 주민들은 아무리 아파도 의료원은 가지 않겠다고 할 만큼 신뢰가 땅에 떨어진 상태였어요. 그래서 신뢰를 쌓기 위해 국비를 확보해 병원을 증축하고 새로운 장비를 도입하는 등 현대화 사업을 추진했지요. 또 지역 장례식장을 신축해 직영으로 관리하며 의료 서비스 개선을 위해 모든 역량을 집중시켰습니다. 그리고 의료원이 돈벌이 차원이 아닌 복지 지원 차원에서 존재하고 있음을 보여줬습니다. 한마디로 요람에서 무덤까지 책임지는 의료원을 만들고 싶었어요. 다행히 주민들과 소통이 이뤄지기 시작하면서 태안 의료원도 살아나기 시작했지요.”



특히 허 원장의 진가는 태안 기름 유출 사고가 발생한 후 더욱 빛을 발했다. 당시 삶의 터전을 잃어버린 태안 주민들은 방제 작업비라도 받아야 생활할 수 있는 처지가 됐고 너도 나도 방제 작업에 참여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허 원장은 분명 이 때문에 향후 건강상의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고 예상했고 이를 위해 태안환경보건센터를 설립해 조사와 관찰·연구가 이뤄질 수 있도록 했다. 당장은 질환이 나타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시간이 흐른 뒤에는 각종 질환이 나타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지금도 태안환경보건센터는 주민들에 대한 관찰과 연구가 지속되고 있다.



매점 사회적 기업에 맡겨 진료비 혜택 늘려



허 원장이 천안의료원장으로 부임한 지 1년 만에 의료원이 삼룡동으로 이전했다. 지난 4일 이전을 마친 의료원은 10일부터 본격적인 진료업무에 돌입했다. 허 원장은 천안의료원이 보다 쾌적한 환경으로 이전함에 따라 더 많은 소외계층을 돌볼 수 있다는 생각에 요즘 밤잠까지 설칠 만큼 설레인다고 말한다.



“그동안 천안의료원은 열악한 병원 시설과 경영 악화로 인해 소외계층을 돌보는 일에 한계를 느낄 수 밖에 없었어요. 그러나 이제 더 많은 소외계층에게 질 높은 의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실제 천안의료원은 지하2층 지상4층 205병상 규모의 현대화된 시설로 기존 병원에 비해 부지는 3배, 건축연면적이 2배나 증가했어요. 특히 주차시설을 대폭 개선해 241대의 주차공간과 지하 2층에 최신 시설을 갖춘 장례식장을 설치해 병원을 내원하는 주민들에게 편의를 증진시킬 수 있게 됐죠. 또 우수의료진을 초빙해 전략적 암센터·소화기센터·관절센터 및 복강경센터·혈관센터·재활치료실·통증클리닉·중환자실·종합검진센터 등의 진료 기능을 보강하고 종전 13개 진료과에서 15개과로 확대했으며 질환별 전문 클리닉 시스템을 도입해 최상의 진료를 제공하게 됐습니다.”



특히 허 원장은 병원 내 매점 등을 사회적 기업이 맡아 운영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병원비가 없어 병원을 방문하지 못하는 이웃들에게 더 많은 혜택을 돌릴 수 있도록 했다.



허 원장은 “서민들이 마음 놓고 진료를 받을 수 있고 전염병 등 국가적인 차원의 질병이 발생했을 때 효과적으로 대처하기 위해서는 공공의료기관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며 “또한 소외계층에 대한 의료 서비스를 확대하기 위해서는 공공의료기관이 경영난에 흔들리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일반 환자들이 적극적으로 공공의료기관을 이용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허 원장은 이어 “이제 천안의료원이 새로운 삼룡동 시대를 연 만큼 앞으로 소외계층을 위한 의료 서비스를 더욱 확대해 나갈 것”이라며 “또한 이번 이전을 재도약의 발판으로 삼아 지역에 꼭 필요한 의료기관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글=최진섭 기자

사진=조영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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