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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찬경, 감쪽같았던 서울대생 사칭의 기술

“어떻게 된 거야? 형 언제 입학했지?”



 1983년 초 서울대 법대 졸업을 앞둔 석동현(당시 23세, 현 부산지검장)씨는 평소 친하게 지내던 ‘찬경이 형’에게 전화를 걸었다. 당시 졸업앨범 제작 책임을 맡고 있던 석씨가 학적부를 뒤졌으나 동기생 중 유독 김찬경(당시 27세)씨의 이름만 보이지 않았다. 그해엔 졸업앨범에 졸업생들의 출신지역과 출신고교를 함께 표기하기로 결정이 난 상태였다.



 “응. 언제 입학했지? 기억 안 나네….”(김씨)



 “그걸 어떻게 기억 못 하지?”(석씨)



 자꾸만 얼버무리는 김씨의 태도를 이상하게 여긴 석씨는 서울법대 학적과에 30여 년 근무한 최모 주사에게 사실 관계를 문의했다. 최 주사는 대뜸 “법대생은 동명이인을 제외하곤 내가 다 기억하는데 그런 사람은 입학도, 졸업도 한 적이 없다”고 답했다. 대학에 늦게 들어온 데다 나이도 많아 복학생 그룹으로 분류되던 김씨는 동생뻘인 79학번 동기들과 허물없이 지냈다. MT 가자고 앞장서고 술 마시고 난 뒷자리를 손수 청소하는 등 궂은 일을 마다하지 않던 그를 동기생들은 스스럼없이 ‘형’이라고 불렀다. 계열별로 학생들을 뽑았던 1978년까지와는 달리 79학번은 과별로 학생들을 선발해 동기생 간 친밀도가 높았다고 한다. 석씨는 앨범 마감을 앞두고 김씨에게 “증빙서류를 내라”고 통보했으나 아무 대답이 없자 그의 이름을 앨범에서 뺐다.



 이런 충격적인 소식은 단기간에 서울대 법대 전체로 퍼져나갔다. 동기생 중 남기춘(당시 23세, 전 서울서부지검장), 윤석열(당시 23세, 현 대검 중수1과장)씨의 낙담과 분노가 컸던 것으로 알려진다. 남씨는 “만나기만 하면 몽둥이 찜질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20여 년의 세월이 흘러 가짜 대학생이던 김씨는 미래저축은행의 회장이 됐다. 진짜 서울대 법대생 세 명은 모두 사법시험에 합격한 뒤 검사의 길을 걸었다. 하지만 김 회장의 성공은 오래가지 못했다. 그는 미래저축은행이 영업정지 처분을 받자 지난 3일 해외로 밀항하려다가 체포돼 현재 구속돼 있다. ‘강골검사’로 이름이 알려진 남씨는 최근 지인과 통화하다가 “그때 몽둥이 찜질을 했어야 했는데…”라고 목소리를 높였다고도 한다.



박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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