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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대한민국, 첫사랑에 빠지다

왼쪽부터 러브 어게인, 건축학 개론, 버스커 버스커.


언제고 덧그릴 수 있는 유화이길 바랐건만, 번지면 속수무책인 수채화였던 첫사랑. 그 시절 우리는 자꾸 번져나가는 마음을 어쩌지 못해 서툴기만 했다. “나는 어떡하죠, 아직 서툰데. 이 마음이 새어나가. 커져버린 내 마음이 자꾸만 새어나가. 조금만 더 그대를 참아보려 했지만” (버스커버스커 1집 ‘첫사랑’) 그럴 수 없었던, 그처럼.



 2012년 대한민국이 첫사랑에 물들고 있다. 연초부터 ‘첫사랑 코드’가 대중문화 곳곳을 파고들고 있다.



 사실 젊음의 서툶은 이별을 불렀다. 첫사랑과의 이별은 어이없었고 당황스러웠으며 조금은 수치스러웠다. 400만 관객 돌파를 바라보는 영화 ‘건축학 개론’은 그런 아쉬움에서 출발한 이야기다. 결혼을 앞둔 승민(엄태웅·이제훈)에게 15년 전 첫사랑 서연(한가인·수지)이 찾아온다. 고백도 못하고 떠나 보내야 했던 그녀를 만나 다시 미묘한 감정이 돋아나지만, 접어야 한다. 첫사랑이니까.



 ◆드라마부터 영화·가요까지=시작은 드라마 ‘해를 품은 달’(MBC)이었다. TV평론가 김선영씨는 “어린 시절 경험한 강렬한 사랑의 감정을 성인이 돼서도 잊지 못하고 있다가 결국 만나서 완성한다는 내용에 사람들이 열광했다. 사람들은 위로를 받고 싶어할 때, 근원으로 돌아가고 싶어하는 욕망이 있는데 그걸 정확히 건드린 것”이라고 말한다.



 3월 개봉한 ‘건축학 개론’은 첫사랑 열풍에 불을 붙였다. 그간 다뤄지지 않았던 90년대 중반 학번의 이야기를 세세히 묘사한 데다, 첫사랑에 대해 누구나 가지고 있을 법한 기억을 그려 멜로영화의 새 장을 열었다는 평가다.



 가요계에서는 3월 말 발매된 3인조 밴드 ‘버스커 버스커’ 1집이 돌풍을 일으켰다. 지난해 슈퍼스타K3에서 준우승을 차지하며 인기를 끈 이 밴드의 앨범은 수록곡 전체가 풋풋한 사랑 냄새를 풍긴다. 대중문화평론가 이윤정씨는 “조그마한 빈틈도 없이 진행되는 화려한 군무와 화음에서는 느낄 수 없는 낭만과 여유의 아름다움을 품고 있다”고 설명했다.



 4월 방영을 시작한 드라마 ‘러브 어게인’(JTBC)은 30년 만에 중학교 동창들을 다시 만나 시작되는 이야기다. 시한부 생명을 선고받은 40대 가장을 다룬 드라마 ‘해피엔딩’(JTBC)에도 첫사랑이 끼어든다. ‘사랑비’(KBS), ‘굿바이 마눌’(채널A)도 각각 한 폭의 그림처럼 혹은 다소 코믹하게 첫사랑을 그려낸다.



 ◆세대를 아우르는 코드=그간 드라마·영화에서 그려진 첫사랑은 대개 불륜과 맞물려 중년 세대를 공략하는 소재로 그려지기 마련이었다. 그런데 최근 달라졌다. 새파란 20대에도(노래 ‘첫사랑’), 쉼 없이 달리고 있을 30대에도 (‘건축학 개론’), 삶이 버겁기만 한 40대 이상 중년에도(‘러브 어게인’) 첫사랑이 찾아왔다.



 김선영씨는 “향수를 자극하는 복고 트렌드는 때가 되면 찾아오지만, 최근 부쩍 첫사랑 이야기가 나오는 건 그간 대중문화계에 분 ‘서바이벌’ 바람에 대한 반작용으로 보인다. 오디션 프로그램이 쏟아져 나오고 점점 더 독한 경쟁이 그려지면서 세대를 불문하고 강박에 시달리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설명했다. 과거가 더 낭만과 여유가 있었다고 느끼는 건 중년뿐 아니라, 전 세대가 느끼는 감정이라는 얘기다.



 ◆그리운 건 ‘그 시절의 나’=“우리 나이쯤 되면 어디다가 속 한번 시원하게 털어놓기 힘들어. 답답하면 답답한 대로 속상하면 속상한 대로 아프면 아프더라도 참아야지. 나만 그런가 다들 힘들지. 그러면서 그냥 살잖아.” 드라마 ‘러브 어게인’에서 지현(김지수)이 나지막이 읊조린다.



 출세 가도를 달리다 회사에서 잘린 가장, 사교육에만 열성적인 아내, 빚에 쫓기는 친구…. 중년의 자화상을 담담히 그려내는 이 드라마에서 첫사랑을 그리워하는 마음은 단순히 불륜이 아니다. 드라마평론가 윤석진 교수(충남대 국문과)는 “사람들이 그리워하는 건 첫사랑이 아니라, 첫사랑을 느낄 당시 순수했던 때의 나다. 그 어떤 계산도 하지 않았을 때의 자기 자신이다. 첫사랑을 그리워하거나 다시 만날 판타지를 품는 건, 잃어버린 순수에 대한 자기 연민”이라고 설명했다.



 황상민 교수(연세대 심리학과)도 “계산적 연애·결혼에 지친 사람들에게 사랑의 정수는 첫사랑으로 기억된다. 최근 2~3년 TV에서 ‘밀고 당기는 연애’ ‘나쁜 남자’가 그려졌던 것에 대한 반작용으로 더 각광받는 것 같다”고 풀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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