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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창업 붐…형제끼리는 ‘위험’ 부모-자식은 ‘OK’

가족이 함께 창업해 성공하려면 구성원 간 역할분담, 이익분배, 근무시간 조정 등을 충분히 논의해야 한다. 서울 신당동에서 생맥주집 ‘플젠’을 운영하는 이현수씨 부부. [사진 FC창업코리아]


‘오륙도’(56세까지 회사 다니면 도둑)와 ‘이태백’(이십대 태반이 백수)이 한 집에 사는 시대다. 부모는 은퇴할 때가 됐고 장성한 자녀는 구직난으로 따로 또 같이 걱정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부모-자녀, 부부, 형제 등이 함께 사업을 일구는 ‘가족 창업’은 이 두 고민을 한 번에 해결하는 ‘일석이조’의 탈출구다. 다만,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았으니 위험부담도 두 배인 셈이다. ‘패밀리 경영’ 경험자들의 생생한 성공담·실패담을 모았다.

경험자들의 성공담·실패담



심서현 기자





최근 크게 늘고 있는 가족창업 형태는 ‘부모의 자본+자녀의 노동력’이다. 경기도 수원 망포동에서 숯불바비큐치킨 전문점 ‘훌랄라’를 운영하는 함영만(60)씨는 두 아들과 함께 창업한 경우다. 함씨는 퇴직 후 외식 창업에 도전하기로 마음먹었지만 적지 않은 나이가 마음에 걸렸고 의지할 동업자가 필요했다. 직장에 다니던 큰아들(32)과 막 대학을 졸업한 작은아들(28)이 합류했다. 아버지가 주방, 큰아들은 매장 서빙, 작은아들은 배달을 맡으니 외부 인력이 필요 없었다. 인건비가 굳어 운영도 안정됐다.



 세대 간에 부족한 점을 채울 수 있다는 것도 부모-자녀 창업 모델의 강점이다. 서울 반포동에서 ‘금강치킨호프’를 운영하는 한정수(51)씨는 20대 딸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활용 능력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부부가 운영하던 가게에 대학을 마친 딸이 합류해서는 위치기반 SNS인 ‘씨온’을 활용해 온라인 마케팅을 펼쳤다. 매장 근처를 지나는 씨온 가입자들 휴대전화에 할인쿠폰이나 시식쿠폰 같은 것을 발송해 방문을 유도했다. 이는 50대 부모의 머리에서는 나올 수 없는 아이디어였다. SNS 활용 후 가게 월매출은 20%가 늘었다. 부모 세대의 장사 경험과 자식 세대의 온라인 지식이 더해져 시너지 효과가 난 것이다.



 이처럼 부모-자식 창업은 가족창업 중 성공률이 높은 편이다. 중앙대 강병오(창업학) 겸임교수는 “부모와 자식 사이에는 이익 분배 갈등이 상대적으로 적고 세대별 역할 분담도 가능하다”며 “청년 실업이 증가하고 베이비붐 세대의 퇴직이 본격화하고 있어, 이 유형의 창업은 계속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부부 창업’도 늘어나는 추세다. 동대문에서 17년간 의류도매업을 하던 이현수(42)씨는 최근 매출이 급격히 줄어 외식업으로 업종을 바꾸기로 결심했다. 서울 신당동의 지하철 6호선 버티고개역 인근에 66㎡(20평) 규모 자리를 얻어 유럽식 카페형 생맥주집인 ‘플젠’ 가맹점을 내기로 했다. 상권분석 결과 여성들이 좋아할 주점을 내면 경쟁력이 있다는 답을 얻었다. 하지만 여성 취향의 매장 관리에 자신이 없었다. 이씨는 전업주부였던 아내 오양희(42)씨에게 도움을 청했고, 부부가 함께 본사에서 조리·인테리어·인력관리 교육을 받았다. 매장 인테리어와 서비스 관리를 아내가 맡고 남편은 재료 조달 같은 경영에 집중하는 식으로 부담을 나눴다. 이씨 부부는 설비비 8200만원에 보증금 5000만원이 들어간 매장에서 하루 평균 120만~150만원의 매출을 내고 있다.



 부부창업 성공의 숨은 관건은 ‘애정 전선 관리’다. 부부창업은 대부분 생계형 자영업인 만큼 교대근무로 인건비를 줄이려는 생각을 많이 하는데, 이로 인해 서로 얼굴을 맞댈 시간이 줄어 부부 사이가 멀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경기도 용인에서 24시간 편의점을 운영했던 주모(44)씨 부부가 그런 경우다. 매출이 많지 않아 아르바이트 고용 비용을 아끼려고 부부가 12시간씩 교대근무를 날마다 했다. 그랬더니 서로 이야기 나눌 시간조차 없어졌고, 부부 사이는 점점 서먹해져 갔다. 심각하다고 느낀 주씨 부부는 논의 끝에 편의점을 그만두고 다른 업종으로 재창업을 결정했다. 주씨는 “앞으로는 한 달에 한두 번이라도 정기적으로 가게를 쉬고, 가족끼리 재충전 시간을 갖기로 했다”고 말했다.



 형제·자매 창업에는 주의할 점이 있다. ‘분배의 문제’가 발생할 확률이 다른 유형보다 높다. 45세, 42세 김모씨 자매는 부부 두 쌍이 서울 영등포구에서 165㎡(50평) 규모의 고깃집을 차렸다가 얼마 전 폐업했다. 언니 부부는 “3000만원을 더 투자했으니 이익 분배를 더 많이 받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동생 부부는 “우리 부부가 더 일찍 출근하고 더 늦게 퇴근하지 않느냐”고 맞서 다툼이 끊이지 않았다. 갈등의 골이 깊어지자 매장 분위기가 냉랭해져 손님이 점차 줄었고, 결국 투자금을 대부분 회수하지 못한 채 가게 문을 닫아야 했다.



 강병오 교수는 “가족 간 창업은 운영이 주먹구구식으로 될 우려가 있으니 처음부터 공사(公私) 구분이 명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이익 배분, 담당 업무, 근무 시간에 대한 원칙을 확실히 정해 두고 인건비도 업무에 따라 구체적으로 책정해 공정하게 보상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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