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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서도 과외받죠, 군인 선생님께

8일 오후 충남 서천군 비인중학교 영어 전용실에서 32사단 서천대대 소속 정우진 일병이 학생들에게 영어를 가르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8일 오후 6시30분 충남 서천군 비인면 성내리 비인중학교. 800m쯤 떨어진 곳에 서해 바다가 보이는 시골 마을에 자리 잡고 있는 학교다. 이 학교 2층 영어전용실에서 2학년 학생 9명이 영어를 배우고 있었다. 강사는 학교 인근 32사단 서천대대에서 복무 중인 정우진(23) 일병. 정 일병은 영국 에딘버러 대학(전기전자공학부)를 다니다 군복무를 위해 귀국했다. 학생들은 신병장이 칠판에 적은 영어문장을 읽고 노트에 받아 적었다. 또 영어로 말하기 시간도 가졌다. 영어전용실 옆 도서실에서는 1학년 학생 5명을 대상으로 수학수업이 한창이다. 역시 강사는 ‘군인 선생님’인 남기철(23) 상병이다. 정 일병은 “국방의 의무를 하면서 지식 나눔 봉사까지 할 수 있어 너무 기쁘다”고 말했다.

 이 학교에 ‘군인 선생님’이 수업을 시작한 것은 지난해 5월부터다. 32사단 서천대대 노준(42·중령) 대대장과 학교 측이 교육환경이 열악한 학생들에게 배움의 기회를 갖도록 하자는 취지에서 준비했다. 1954년에 설립된 이 학교는 70년대만 해도 학생 수가 1400명(24학급)이 넘었다. 하지만 이농현상으로 인구가 줄면서 지금은 전교생이 64명에 불과한 미니 학교가 됐다. 게다가 학원을 가려면 자동차로 20분 이상 떨어진 서천읍내까지 가야 한다. 비인중 김형곤(61) 교장은 “동네 곳곳을 다니는 대중교통 수단이 없어 학생들이 돈이 있어도 학원을 가기 힘든 실정”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사정을 전해들은 노 대대장은 부대 사병을 대상으로 ‘재능기부’ 희망자를 모집했다. 그 결과 정 일병, 남 상병을 포함해 김상완 상병, 신준섭 병장 등 4명이 지원했다. 이 가운데 신 병장은 연세대(신방과), 김 상병은 경희대(물리학과), 남 상병은 건국대(기계공학부) 휴학생이다. 이들은 각 2명씩 조를 편성, 매주 화요일과 금요일 야간에 영어와 수학을 지도한다. 병사들은 또 사병 급여를 쪼개 과자나 아이스크림을 사다가 학생들에게 나눠 주고 있다. 이 학교 이송희(14)양은 “군인아저씨들이 재미있게 가르쳐 머리에 쏙쏙 들어온다”고 말했다. 노 대대장은 “학생들이 꿈을 가질 수 있는 얘기를 많이 해 줄 것을 병사들에게 당부했다”고 말했다.

 이 학교 야간 수업 도우미는 또 있다. 비인면 자율방범대원 13명이다. 대원은 대부분 회사원이다. 전교생 64명 가운데 40명은 날마다 6시30분부터 8시30분까지 야간자율학습을 한다. 여기에는 병사로부터 수업을 듣는 학생도 포함돼 있다. 자율방범대원들은 2명씩 당번을 정해 야간자율학습이 끝나면 자신의 승용차로 학생들을 집까지 데려다 준다. 올해로 4년째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학생들의 발이 돼 주고 있다. 자율방범대원으로 활약하는 문치영(44·회사원)씨는 “밤이 되면 인적이 끊기는 시골에서 학생들이 혼자서 귀가하는 것은 무리”라며 “학생들을 자식처럼 생각하고 봉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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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