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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스듬히 찍혀도 차번호 읽는다 … CSI 못잖은 국과수

지난달 서울 강남 일대에서 쇠구슬을 무차별 난사한 사건을 수사하던 경찰이 난관에 부닥쳤다. 폐쇄회로TV(CCTV)에 찍힌 용의 차량 번호판이 또렷이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에 영상파일을 보내 분석을 의뢰했다. 국과수는 반나절 만에 번호판을 읽어내고 경찰에 결과를 통보했다.

 범인 검거에 결정적 역할을 한 국과수의 차량번호 식별은 자체 개발한 ‘법영상분석 프로그램 2.0’ 덕분에 가능했다.

 국과수 영상분석실 직원들은 기존에 사용하던 외국산 영상분석 프로그램이 국내 사정에 맞지 않아 고민하다 2007년 자체적으로 프로그램 개발에 착수했다. 국과수는 지난달 24일 해양경찰청·국방과학수사연구소 등을 시작으로 전국의 수사·분석기관에 이 프로그램을 보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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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용법은 간단하다. 차량 번호판 영상을 사진으로 캡처한 뒤 번호판의 테두리를 따라 영역을 지정한다. 이어 ‘소형 차량 흰색 번호판, 대형 차량 녹색 번호판’ 등 프로그램에 내장된 국내 번호판 유형 6개 중 하나를 설정한다. 그러면 비스듬하게 찍힌 영상 속 번호판이 정면에서 보듯 평평하게 펴지고 글자 및 숫자가 진해진다. 이렇게 영상에서 얻은 여러 장면의 사진 수십 장을 중첩시켜 ‘영상 평균화 작업’을 거치면 쉽게 번호를 알아볼 수 있게 된다. 장면마다 겹치는 부분(글자)은 진해지고, 일부 장면에만 있는 부분(노이즈)은 제거하는 원리다. 국과수 영상분석실 변준석(35) 연구사는 “미국 과학수사대(CSI)에서 사용하는 프로그램보다 훨씬 간소화돼 있고, 다른 프로그램 필요 없이 영상 캡처부터 보고서 작성까지 한번에 끝낼 수 있는 게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과거에는 영상으로 사물을 식별하기 어려우면 수사관들이 영상 속 각도와 비슷하게 여러 장의 사진을 촬영해 일일이 대조하는 작업을 했다. 하지만 법영상분석 프로그램 2.0은 마우스 클릭만으로 모든 것이 가능하다. 또 용의자가 영상 속 인물이 자신이 아니라고 부인하면 ‘범행 재연 분석기능’을 통해 사실 여부를 가릴 수 있다. 범행 당시의 영상과 용의자가 범행을 재연하는 영상 속의 신체 특징을 계측해 비교하는 방식이다.

  개발 과정을 총괄기획한 이중(45) 연구관은 “기존에 사용하던 외국산 영상분석 프로그램은 한글 호환 문제, 국내와 외국 간의 각종 규격 차이의 문제가 있었는데도 이용료 5000만원을 내야 했다”며 “각 수사기관의 예산을 절약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국과수는 올 하반기 중 전국 160여 개 경찰서에 대한 프로그램 보급을 완료, 현장 수사에 활용토록 할 계획이다.

이가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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