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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신숙자씨 사망 이후, 정치권이 역할 해야

백일현
정치부문 기자
‘통영의 딸’ 신숙자(70)씨는 한국의 국민이자 인류 보편의 인권을 지닌 인격체다. 북한 공작원에게 속아 1985년 입북했다가 26년이 넘도록 북한에 억류됐지만 한국 인권단체와 국제사회가 구출 운동을 포기하지 않은 이유다.

 하지만 한국의 제1당 새누리당과 2당인 민주통합당은 침묵했다. 북한이 신씨가 사망했다고 유엔에 통보한 사실이 알려진 8일 그 흔한 논평 하나 내지 않았다. 새누리당은 다음 날인 9일 오후 2시에야 대변인 명의의 논평을 e-메일로 뿌렸다. 하지만 원내대표 경선을 치르느라 대책 등을 논의해야 할 당 회의 자체를 열지 않았다. 민주통합당은 9일 비상대책위원회의를 열었지만 박지원 위원장을 비롯해 어느 누구도 신씨 문제를 언급하지 않았다. 연대를 선언했던 통합진보당의 눈치를 보느라 북한 인권 문제에 발언을 꺼린다는 그간의 비판을 확인시켜 준 풍경이다.

 지난해 북한인권운동가 방수열 목사와 통영 시민들이 신씨 구출 운동을 시작했다. 그해 10월 구출 서명 운동에 10만 명이 참여했지만 국회는 별 역할을 못했다. 그나마 그해 9월 자유선진당 박선영 의원 등 여야 의원 34명이 ‘신숙자 모녀 생사 확인 및 송환 촉구 결의안’을 냈지만 한·미 FTA로 인한 여야 대치로 상임위 상정의 문턱도 못 넘었다. 국가인권위가 “국회는 결의안을 조속히 채택하고, 각국 의회와 협조 방안을 마련하라”는 권고문까지 보냈지만 소용이 없었다.

 오히려 외국 의회가 적극적이었다. 캐나다 의회에선 신씨 모녀 송환 촉구 결의안이 본회의에 상정돼 이르면 5월 처리를 앞둔 상태였다. 또 16일 영국 의회는 북한 인권 세미나를 열어 신씨 모녀 문제 등을 다룰 예정이었다. 결국 북한이 유엔에 답변서라도 보낸 것은 이 같은 국제사회 압력과 북한 반인도범죄철폐국제연대(ICNK) 등 인권단체의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앞으로가 더 문제다. 신씨 사망이 사실인지, 신씨의 두 딸은 어떻게 구출할지 난관이 쌓여 있지만 전망은 밝지 않다. 그동안 국제사회에 신씨 문제를 혈혈단신 호소하던 박선영 의원은 5월에 학계로 돌아간다. 그나마 ICNK 창립을 주도한 하태경 당선인, 탈북자 출신 조명철 새누리당 비례대표 당선인 등 북한 실상을 아는 일부가 19대 국회에 입성하지만 이들만으론 부족하다. 여야 구분과, 종북 세력과의 정치적 연대 계산을 넘어선 전 정치권의 노력이 필요하다. 제 국민을 송환해달라는 목소리도 못 냈던 18대 국회와는, 분명 달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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