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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을 열며] 과외 천국 조장하는 학부모

김동호
내셔널팀장
중·고교생을 둔 40대 후반 학부모들이 자녀 사교육비로 쩔쩔매는 모습을 자주 본다. 그런 사람들을 보면 ‘나는 예외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개인적으로 사교육을 받은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아이들이 초등생 고학년이 됐을 때 문제가 생겼다. 동네 아이들 대부분이 조기교육이다 선행학습이다 해서 학원에 다니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우리 아이 혼자 내버려두면 외톨이가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그렇게 시작된 아이의 학원 출입은 일상화됐다. 학교보다 더 신경쓰면서 다니는 것 같았다.

 아무래도 비정상이라는 생각을 떨칠 수 없었다. 다른 사람들도 엇비슷한 고민을 한다는 걸 알고 있을 무렵, 우연히 『학원 끊고 사교육 없는 우리 아이 1등 공부법』이란 책을 알게 됐다. 그저 그런 책이겠지 하며 붙잡았는데 단숨에 통독했다. 비밀의 문에 들어선 것 같았다.

 책 제목처럼 저자(박효정)는 학원 무용론을 설파했다. 학원 강사 출신인 그는 학원의 문제점을 적나라하게 고발했다. 간추린 내용은 이렇다. 아이는 학원에서 일어난 일을 절대로 집에서 얘기하지 않고, 부모는 아이가 학원에서 무엇을 하는지 전혀 모른다는 것이다. 학원에 가면 모두 열심히 공부하는 줄만 안다. 그러나 숙제 해오지 않고, 잠자는 아이도 많은데 이런 사실을 집에 얘기할 리 없다는 것이다. 그래도 좀 적극적인 곳에선 불성실한 학생에게 애정의 체벌을 가하기도 하지만 이 역시 집에서는 얘기하지 않는단다. 허리가 휘는 부담으로 보낸 학원에서 체벌까지 당한다는 사실을 알면 부모가 어떤 반응을 보일지 상상만 해도 아찔한 일이기 때문이다.

 학원 수업은 아무런 검증을 받지 않는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꼽혔다. 저자 자신도 특별한 검증 없이 학원 강사가 될 수 있었다고 고백했다. 실제로 학원 강사들은 어떤 자격도 필요하지 않다. 그런데도 학원 강사는 학부모에게 구세주처럼 대접받는다. 가끔 집에 전화를 걸어와 학생의 장단점을 족집게처럼 지적한다. ‘머리는 좋은데 집중력이 약해서…’. 이런 진단에 학부모는 다시 희망을 꿈꾸고 무리해 가며 학원비를 낸다. 학원에 잘 적응하지 못하는 아이들은 도심의 콘크리트 건물에 갇혀 밤늦게까지 시간을 보낸다.

 올해 S대에 12명을 보낸 서울 A고에는 조카도 포함돼 있다. 자신을 포함해 친구들이 얼마나 사교육을 받았는지 물어봤더니 그들 대부분이 학원을 이용했다고 한다. 그러나 필요할 때만 보충을 위해 다녔다. 그래서 과외비 부담이 그리 많지 않았다고 한다. 지난해 초·중·고 사교육비는 20조1000억원에 달했다. 지난해 국방비의 70%에 달하는 규모였으니 학원비·과외비 때문에 허리가 휘는 것은 당연하다. 결국 공교육 약화 현상에는 교사들의 무관심 못지않게 학부모의 맹목적인 학원 의존증도 원인이 되고 있다. 공교육을 경시할 게 아니라 학부모들이 과외 천국을 조장하는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 할 때다. 이런 노력의 전제가 공교육 강화임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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