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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 600건 신규 대출 … 행장이 일일이 다 챙겨

서울 충무로5가 민국저축은행 본점서 고객이 예금 상담을 하고 있다. 이 회사는 예금이 몰리는 것을 막기 위해 4.5%였던 금리를 4.3%로 줄였다. [변선구 기자]

양현근 행장
서울 충무로5가에 본점을 둔 민국저축은행은 올해 만 40년이 됐다. 1972년 민국무진회사로 상호신용금고업을 시작한 ‘저축은행 1세대’다. 당시 문을 연 업체 중 지금껏 살아남은 것은 모두 다섯 곳뿐. 서울에 기반을 둔 저축은행은 대기업 계열의 동부를 빼면 민국이 유일하다.

  자산 규모는 4300여억원에 불과하지만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이 14.1%로 업계 최상위권이다. 2개월 이상 연체된 부실대출(고정이하여신) 비율은 8.75%다. 93개 저축은행 평균치(16.4%)의 절반가량이다. 창업주인 선친을 이어 2대째 은행을 이끌고 있는 양현근(56) 행장이 밝히는 생존 비결은 다소 싱겁다. “무리하지 않기와 규정 지키기”라는 설명이다. 대형 저축은행들이 줄지어 쓰러진 이때 그는 “저축은행은 작고 단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규정 지키기라니 너무 모범답안이다.

 “외환위기 때 ‘어떻게 하면 망하지 않을까’ 생각하다 갑자기 든 생각이다. 금융당국이 업계가 흥하는 데는 관심이 없지만 망하지 않게 하는 데는 관심이 있잖나. 당국 규정대로만 하면 망하지는 않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

 -예를 든다면.

 “대표적인 게 대출한도다. 한 곳에 대출을 너무 많이 하지 말라, 또 주주한테 대출하지 말라. 지키기 쉬울 것 같은데 어렵다. 이 사업은 반드시 될 것 같은데 조금만 돈을 넣으라니까 답답한 거다. 그래서 다들 조금씩 어긴다. 규정만 지키면 목숨이 끊기는 일은 없다.”

 민국 역시 2005년 이후 부동산 붐을 타고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에 손을 댔다. 하지만 당국이 정한 대출한도(당시 30%)를 지킨 덕에 현재 잔액을 300억원대로 묶어둘 수 있었다.

 민국은 40년 동안 서울 서초동과 삼성동, 두 곳에만 지점을 냈다. 예금이 는다 싶으면 금리를 내려 수신을 줄인다. 3월 초에 4.5%였던 금리를 4.3%로 낮췄고, 지금 또 예금금리 인하를 검토하고 있다. 이 은행의 자산(4300억원대)이나 예금 규모(3700억원 안팎)는 2010년 말 이후 거의 일정하다. 규모가 늘지 않도록 철저히 관리한다.

 -오는 예금을 왜 막나.

 “돈이 들어오면 역마진을 내지 않기 위해 계속 대출을 해야 한다. 따질 수 없는 대출을 하다 보면 부실이 난다. 관리할 수 없는 규모로 회사를 키울 생각이 없다.”

 -대출을 일일이 결재한다고 하던데.

 “지점 전결이 없다. 한 해 신규 대출이 600여 건인데 다 검토한다. 인터넷으로 기업 재무제표·감사보고서를 보고 부동산 담보는 현장에 가서 확인한다.”

 -일일이 결재하려면 일이 엄청난데, 시스템화할 수 없나.

 “그게 안 된다. 은행에서 거절당한 사람들이 오는 곳이 저축은행이다. 담보 있고 신용 있으면 은행에서 대출받았겠지. 사연이 가지각색이다. 일일이 들어야 판단할 수 있다. ”

 -위험도를 관리하다 보면 매정해야 할 순간이 많았을 텐데.

 “친한 친구에게 내준 대출을 10여 년 전에 회수했다. 그 회사가 어려워지는 게 보여 어쩔 수 없었다. 차마 말이 안 나와서 e-메일 보내서 ‘미안하다’고 했다. 대출 청탁도 들어오지만 더 봐주지 않는다. 높은 분한테 ‘내가 신용금고 놈한테 거절을 다 당하느냐’는 말까지 들었다. ”

 -덩치를 키우고 싶은 욕심은 없었나.

 “가끔 바보 같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 다. 하지만 나는 바람이 소박하다. 사회에 폐 끼치지 않고, 망하지 않고, 조금 이윤이 나면 만세다. ”

 -서민금융 중심의 소규모 저축은행이 업계가 살길이라는 인식이 퍼지고 있다.

 “유행 같다. 분명한 건 저축은행은 단순해야 한다는 것이다. 자본을 대규모로 키우기도 어렵고, 첨단 시스템을 도입하거나 수익모델을 다변화할 수도 없다. 그냥 서민 돈 받아서 안 망할 것 같은 사람들한테 빌려주고 굴리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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