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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3차 산업혁명』들고 한국 온 제러미 리프킨

위기에 처한 지구촌의 대안으로 3차 산업혁명을 제안한 제러미 리프킨. “아시아 국가 중 한국과 일본이 인터넷과 재생 에너지가 이끄는 3차 산업혁명에서 가장 앞서갈 수 있다”고 말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제러미 리프킨(67). 이름 자체로 브랜드가 된 몇 안 되는 스타 사상가다. 공생과 지속이란 키워드로 급변하는 지구촌 문명에 청진기를 대온 그는 왕성한 필력만큼이나 에너지가 넘쳤다. 그는 빠듯한 인터뷰 시간 탓에 길지 않게 답변해달라는 요청에 “불가능하다. 나이가 들다 보니 하고 싶은 이야기는 다 해야 한다”며 고개를 저었다.

인터넷시대 젊은 층에게 좌냐 우냐는 중요하지 않다



 리프킨이 신간 『3차 산업혁명』(사진)을 냈다. 지구촌의 산적한 현안을 풀려면 경제·사회 등 기존의 패러다임을 확 바꿔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10일 서울 롯데호텔에서 열리는 ‘글로벌 녹색성장 서밋 2012’ 참석차 방한한 리프킨을 8일 만났다.



 - 3차 산업혁명이란 용어가 생소한데.



 “산업혁명은 새로운 커뮤니케이션과 새로운 에너지가 결합할 때 생겼다. 1차 산업혁명은 인쇄술과 석탄에 기반한 증기기관의 등장으로, 2차 산업혁명은 전화와 TV·라디오 등 전기통신기술과 석유를 이용한 내연기관이 발달하면서 가능했다. 이제 석유 기반의 경제와 산업은 한계에 다다랐다. 금융·재정위기도 유가 인상 때문에 발생했다. 인터넷이라는 새 커뮤니케이션 수단에 재생 가능 에너지가 결합한 3차 산업혁명이 위기를 벗어나는 방법이다.”



 - 3차 산업혁명이 왜 필요하나.



 “플랜 B는 없다. 다른 대안이 없다. 우리는 2차 산업혁명의 종언을 보고 있다. 각국이 재정위기로 긴축을 강조하고 금융회사의 재정 건전화를 주장하지만 긴축에만 힘쓰면 성장을 못한다. 시장과 타협이 아니라 삶의 질을 높이고, 일자리를 창출하는 게 중요하다.”



 리프킨은 3차 산업혁명이 불러올 일자리 창출 효과를 강조했다. 재생 에너지 도입에 가장 적극적인 독일을 예로 들었다. 2003년 전통적 에너지 분야의 일자리가 26만 개에 그쳤지만 2007년 재생 에너지 분야의 일자리(24만9300개)가 이에 맞먹는 수로 늘었다는 것이다. 많은 건물이 재생 에너지 관련 설비를 갖추면서 일자리가 늘었다는 설명이다.





 - 모든 건물이 미니발전소가 되면 ‘에너지 민주화’가 된다고 했다.



 “2008년 개인용컴퓨터(PC) 사용 인구수가 10억 명을 넘었다. PC가 등장한 지 25년여 만이다. 2008년 인터넷 사용자는 20억 명을 넘었다. 집에 태양광 패널 등을 설치하고 전력을 생산하면, PC를 사용하듯 집 전체를 발전소처럼 쓰게 되는 거다. 생산한 에너지를 사고 팔게 되면 국경 개념은 무의미해진다.”



 - 국경 개념이 흔들리며 대륙화 시대로 이동한다는 지적이 흥미로웠다. 경제블록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으로도 읽히는 데.



 “이 질문을 한 기자는 많지 않았다. (웃음) 대륙화는 내가 이 책에서 강조해 이야기하고 싶었던 부분이다. 1, 2차 산업혁명 때는 국가라는 시장과 정부가 필요했다. 하지만 에너지 민주화가 이뤄진 3차 산업혁명 시기에는 대륙적인 정치연합이 등장하게 될 것이다. 유럽연합(EU)를 제쳐 두더라도 아세안+3(한국·중국·일본) 등 지역 교역 블록이 만들어지고 있다. 아시아 대륙 시장의 주도권을 잡으려는 각축전도 치열해 질 것이다. 3차 산업혁명에서 한국이 앞서갈 여력은 충분하다.”



 - 한국은 부존자원이 부족하다. 3차 산업혁명이 기회가 될까.



 “한국은 여러 장점이 있다. 첫째, 반도 국가인 한국은 조력(潮力)·지열 등 재생에너지 자원이 풍부하다. 둘째, 정보기술(IT) 산업을 비롯, 건설과 전기전자 등 3차 산업혁명을 위한 기술과 산업 인프라를 갖고 있다. 소셜네트워크 등이 활성화하면서 정보·정치 민주화에서 앞선 것도 강점이다.”



 그는 다만 3차 산업혁명을 향한 한국의 더딘 속도에는 불만을 드러냈다. “서울에서 태양광 패널을 단 건물을 보지 못했다. 녹색성장이라는 것이 수사에만 그쳐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 네트워크를 지배하는 자가 모든 것을 갖게 되는 역설적 상황도 생기지 않을까.



 “좋은 질문이다. 요즘처럼 한 기업(구글)이 모든 인류의 지식 검색에 활용되고 페이스북에서 몇 천 만명이 소통하는 것을 본 적이 없다. 하지만 구글이나 페이스북은 앞으로 글로벌 공공재의 성격을 갖게 될 것이다. 몇몇 네트워크가 모든 것을 소유하는 환경은 만들어지지 않을 것이다.”



 -‘생물권 정치학’이란 개념을 주장하며 ‘공감’을 강조했는데.



 “모든 자연생태계를 포괄하는 생물권에 대한 소속감, 또는 ‘인류’와 자연에 대한 공감의 능력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애국심이나 가족에 대한 소속감을 포기하는 것이 아니다. 전지구적 존재로서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생각하는 거다.”



 - 탈(脫)이데올로기의 시대라고 했다.



 “인터넷 시대의 젊은 층에게 좌우냐, 자본주의냐 아니냐는 중요하지 않다. 인터넷 공간에 익숙해진 젊은 세대는 모든 사람이 참여하는 수평적 민주화를 중시한다. 99대1의 사회라는 문제도 에너지 혁명을 통해 해결할 수 있다.”





제러미 리프킨은 …탁월한 사상가 vs 선동가, 도발적 저작에 평가도 엇갈려



리프킨은 도발적이다. 그런 까닭에 그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미래를 예측하는 탁월한 사상가로 인정받지만 ‘과학을 가장한 선동가’라는 혹평을 받기도 했다.



 1945년 미국 덴버에서 태어난 리프킨은 펜실베이니아대에서 경제학을 공부했다. 60년대 말 반전 시위에 참여했으며, 77년 비영리단체인 경제동향연구재단(FOET)을 설립해 본격 시민운동에 나섰다.



 그의 책에는 현대문명에 대한 비판과 함께 미래 사회에 대한 전망이 담겨 있다. 그를 세상에 알린 『엔트로피』(1989)에서는 에너지 낭비가 야기할 석유 문명의 파국적 결과를 경고했다. 정보기술 발달이 실업자를 양산할 것으로 예상한 『노동의 종말』(1995), 소유가 아닌 접속의 가치를 주장한 『소유의 종말』(2000), 육식이 야기하는 문제점을 지적한 『육식의 종말』(2002) 등을 냈다.



 미국식 성공신화의 종언을 고한 『유러피언 드림』(2004)은 고(故) 노무현 대통령이 ‘밑줄을 치며 세 번 읽고 주위에도 권했다’고 해 유명해졌다. 『공감의 시대』(2010)에선 적자생존과 무한경쟁의 패러다임이 끝났다고 주장했다. 신간 『3차 산업혁명』은 『공감의 시대』 후속편 성격이 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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