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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베이징 강타한 천광청 탈주극

빅터 차
미국 조지타운대 교수
지난주 지구촌의 화제는 중국의 시각장애인 인권변호사 천광청(陳光誠)의 탈주극이었다. 탈주극은 자동차 추격전, 비밀 전화, 미국과 중국 지도자들의 정치적 이해타산 등 블록버스터 정치 스릴러 영화였다.



 산둥(山東)성 당국의 강제 낙태와 불임시술을 폭로하고 항의했던 인권변호사 천광청은 조작된 혐의로 기소돼 4년간 옥살이를 했다. 석방된 뒤에도 린이(臨沂)현 둥스구(東師古)에 있는 자택에서 가택연금 생활을 해왔다.



 지난 4월 22일 저녁 천은 졸고 있던 경비원의 눈을 피해 자택의 담을 넘었으나 탈출 도중 발을 다쳤다. 친구들과 활동가들의 도움을 받으며 천은 약 800㎞를 달려 베이징(北京)에 도착했다. 그곳에서 주중 미국대사관 관계자들과 접촉했다. 미국 측에 자신의 부상을 치료해주고 탈주에 대한 처벌을 피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일러스트=박용석 기자]


 미국 관리들은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그를 돕기로 하고 대사관 차량을 몰고 나가 그를 태워오기로 했다. 천의 도주 사실을 뒤늦게 파악한 중국 관리들은 대사관 차량을 추격했다. 천은 골목길에서 만난 대사관 차량에 뛰어들었다. 베이징 거리를 고속 질주했다. 이후 미·중은 격렬한 외교전쟁을 벌였다.



 천은 미국대사관에서 엿새를 머물렀다. 그동안 미국과 중국의 협상가들은 치열하게 해결책을 모색했다. 마침 같은 시기에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과 티머시 가이트너 재무장관이 전략경제대화를 위해 베이징을 방문하면서 이 사건은 큰 논란거리가 됐다. 매년 열리는 양국 간 최대 양자대화인 전략경제대화는 외교적 위기에 묻혀버렸다.



 중국 정부는 내정에 간섭한다며 미국 정부를 비난하고 천의 인도를 요구했다. 클린턴 장관은 ‘미국은 보편적 인권을 지지한다’며 버텼다. 마침내 천은 두 나라 협상가들의 타협안을 받아들여 대사관에서 나왔다. 병원에서 골절상을 입은 발을 치료했으며 가족들과도 재회했다.



 하지만 위기는 거기에서 끝나지 않았다. 천은 병원에 가자마자 마음을 바꿨다. 중국을 떠나게 해달라고 미국에 긴급 요청했다. 클린턴 장관에게 베이징을 떠날 때 타고 갈 비행기에 자신을 태워 달라고 부탁했다.



 마침내 중국 정부는 천이 ‘정상적인 절차를 밟아 유학을 신청한다면’ 허락하겠다고 밝혔다. 천은 오랫동안 중국 활동가들을 지원해온 제롬 코언의 도움을 받아 뉴욕 대학으로 유학을 가게 될 것 같다.



 결과적으로 미국 각료들은 체면을 살린 채 베이징을 떠나게 됐지만 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되지는 않았다. 천은 여전히 사실상의 병원 연금 상태에 있다. 미국 외교관들과는 제한적인 접촉만 가능하다. 중국은 ‘천이 건강 문제(발목 골절과 소화장애)로 가까운 시일 안에는 여행이 어렵다’고 주장하고 있다. 천의 지지자들은 모두 구금돼 있거나 행방불명됐다.



 이런 종류의 위기는 양측 모두에게 해결이 몹시 어려울 뿐만 아니라 협상 담당자들을 지치게 한다. 천이 풀려나지 못할 경우 미국은 중요한 인권활동가의 비참한 운명을 막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을 것이다. 오바마 행정부가 중국과의 협상과정에서 인권 문제를 다른 의제들보다 뒤로 미루었다는 비난을 피하기 힘들 것이다.



 중국 역시 천을 계속 구금하게 될 경우 국제사회의 비난을 벗어날 수 없을 것이다. 반대로 중국 입장에선 천을 풀어주는 것도 고민거리다. 선례가 되어 다른 반체제 인사들이 계속 천의 뒤를 따르게 될 것으로 우려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국의 이런 우려는 천광청 사건이 남긴 여러 가지 골칫거리 중 가장 사소한 고민에 불과하다.



 천의 대(大)탈주극 과정에서 중국 당국에 위협을 준 진짜 주역은 소셜미디어다. 이번 사건을 통해 중국에서 소셜미디어가 정치적으로 매우 결정적인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점이 확인됐다. 베이징은 지금까지 모든 정보를 독점해왔으며 미디어는 정치적인 통제를 잘 따라왔다. 하지만 이번엔 예전과 달랐다. 천의 소식은 외부세계에 전해진 것과 거의 같은 시간대에 중국 내에서도 전달됐다.



 소셜네트워킹은 검열망도 뚫었다. 천의 지지자들은 트위터와 휴대전화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천의 안전과 중국 인권상황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을 호소했다. 중국은 국내 치안유지를 위해 국방 예산보다 더 많은 돈을 쏟아붓고 있다. 그런 점에서 소셜미디어의 괴력(怪力)을 보여준 이번 사건이 중국 당국에 준 충격은 엄청날 것이다.



빅터 차 미국 조지타운대 교수





천광청 사건 일지



▶ 4월 22일=1년6개월째 가택연금 중이던 천광청, 산둥성 자택에서 탈출. 베이징 미국대사관으로 이동.

▶ 27일=중국 인권단체 관계자들, 탈출 사실 공개.

▶ 5월 2일=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 전략경제대화를 위해 베이징 도착. 천광청, 미국대사관 떠나 베이징 병원에 입원. “중국에 남길 원한다” 발언.

▶ 3일=미·중, 베이징에서 제4차 전략경제대화 시작. 천광청, 미 하원과의 통화에서 도움 호소. “미국 가길 원한다” 발언.

▶ 4일=중국 당국, 천광청 “미국 유학 허용”. 전략경제대화 종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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