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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공정위는 ‘거래강요위원회’?

김호정
경제부문 기자
“거래하라고 강요당하는 것 같아서, 참….”



 한 백화점 관계자가 이런 심경을 털어왔다. 최근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날아든 e-메일이 발단이었다. 공정위는 지난달 말 롯데·신세계·현대백화점과 롯데마트·이마트·홈플러스에 ‘중소기업 히트 500 상품 전용 매장 설치 여부를 답변해 달라’는 내용의 e-메일을 보냈다. ‘중기 히트 500 상품’은 중소기업진흥공단이 우수 중기 제품을 선별한 것. 공정위는 메일을 보내며 81개 중기, 100여 종 상품 소개 리스트까지 첨부했다.



 백화점과 대형마트들은 어이없다는 반응이다. 어떻게 정부가 사기업이 뭘 판매하는지까지 간여하느냐는 것이다. 사실이 그렇다. 품질과 디자인이 뛰어나고 가격 경쟁력까지 갖춰 소비자들이 많이 찾는다면, 공정위가 이래라저래라 하지 않더라도 알아서 유통업체들이 매장에 갖다 놓을 터다. 실제 공정위가 보낸 100여 종 상품 리스트 중에도 쿠쿠홈시스의 밥솥처럼 이미 대형마트에서 팔리는 제품들이 꽤 있다.



 만일 공정위가 “중진공이 좋은 제품들을 추천했으니 그중에 들여놓을 게 있는지 검토해 보시라”며 메일을 보냈다면 얘기가 또 다르다. 하지만 공정위는 “100여 종을 전부 진열하고 팔 매장을 만들 수 있겠느냐”고 물어봤다. 공정위는 “매장 설치를 공식 요구한 게 아니라 담당 직원이 백화점과 대형마트의 의견을 알아본 것뿐”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백화점과 대형마트는 단지 ‘의견 청취’ 수준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상대가 ‘경제 검찰’이라 불리는 공정위이기 때문이다. 눈치가 보이지 않을 수 없다. 당장 지난해만 해도 백화점과 대형마트들은 공정위의 압박에 손을 들고 각각 판매수수료(백화점)와 판매장려금(대형마트)을 3~7%포인트 낮춘 기억이 있다. ‘거래하라고 강요당하는 것 같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한국경제연구원 김현종 박사는 e-메일 발송에 대해 “공정위가 할 일이 아니었다”고 잘라 말했다. 상품 추천을 하는 게 공정위의 임무인 시장 경쟁 질서 확립과 무슨 상관이 있느냐는 것이다.



 공정위는 이번 사안을 그저 “담당 직원의 업무 처리 미숙으로 일어난 해프닝” 정도로 치부하는 모양새다. 그러나 그걸로는 부족하다. “특정 제품 전용매장 설치를 요구하지 않겠다”는 명백한 의사 표시가 필요하다. 행여 공정거래위원회가 ‘거래강요위원회’로 불릴까 봐 하는 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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