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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가냐 조각가냐, 난 사진조각 만드는 작가

권오상은 이번에 처음으로 자화상을 만들었다. 동기는 단순했다. 군상을 만들려 하는데 맨 밑에 둘 사람이 마땅치 않아 몸소 깔리기로 결심했다. 권오상이 작업실의 자화상과 같은 포즈를 취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1.

내일부터 개인전 여는 권오상



 키 171㎝, 몸무게 62㎏. 체구가 큰 편은 아니다. 특히 조소과 학생으로서는. 조소과 학생이라면 다부진 체구에 술 잘 먹고, 잘 몰려다니고, 그래서 ‘으쌰으쌰’ 힘 합쳐 뭔가 할 법 한데 권오상(38)은 그렇지 못했다. 가벼운 조각을 만들고 싶었다. 한 사람의 사진을 360도 방향에서 부분부분 수백 장 찍은 뒤 압축 스티로폼으로 깎은 형상 위에 붙였다. 권오상의 ‘사진조각’은 그렇게 탄생했다.



 #2.



 조각의 포즈 연구를 위해 남성잡지를 쌓아놓고 봤다. ‘남성잡지엔 왜 이리 시계 광고가 많고, 또 비쌀까’ 싶었다. 마침 작업실에 놀러 온 동료가 남대문 시장서 본 ‘A급 짝퉁 금딱지 시계’ 얘기를 했다. “전시 오프닝에 차고 나가면 죽이겠는데”라며. 잡지에서 시계 사진을 오려 손목에 채워줬다. 그럴싸했다. 그래서 명품시계 사진을 잔뜩 오려 설치하고 사진을 찍었다. 진짜와 가짜, 평면과 입체를 아슬아슬하게 오가는 ‘더 플랫(The Flat·2003)’ 시리즈다.



 서울 서교동 골목길 안 건물 1층. 통유리벽엔 블라인드가 쳐져 있고, 흰색 점프수트를 입은 사람들이 들락일 뿐 간판도 없다. 지난달 26일 권씨의 작업실을 찾았다. 10여 명이 출퇴근하며 깎고 붙이고 굳히는 ‘공장’에선 전시 막바지 작업이 한창이었다.



 사진조각의 초기 제목은 ‘쌍둥이에 관한 420장의 진술서’ 등이다. 국립현대미술관에 소장돼 있다. 2001년 ‘데오도란트 타입’이라는 제목의 개인전을 열며 이것이 사진조각의 시리즈 제목으로 굳어졌다. ‘다게레오 타입(은판인화)’ ‘칼로 타입(종이인화)’ 등 사진사(寫眞史)의 한 부분처럼도 들린다. N사의 액취 제거제 ‘데오도란트’가 한국에 처음 소개되면서 한창 광고가 나왔을 때다. “냄새를 본질적으로 없애주는 게 아니라, 다른 냄새로 가려주는 데오도란트처럼 사진조각도 핵심을 찌르지 않고 표피를 다루는 작업이란 생각이 들 때였어요. 실제 그 사람을 찍지만 그 결과물은 약간 다른 뭔가, 엉뚱한 뭔가가 되니까요.”



 사진조각, 그리고 연이어 ‘더 플랫’ 등으로 이름을 알리다 보니 “당신, 조각가냐 사진가냐” 하는 질문도 많이 받았다. 그래서 본격 조각을 내놓은 것이 ‘더 스컬프쳐(The Sculpture·2005)’ 시리즈다. 람보르기니·부가티 같은 수퍼카의 몸통 모양대로 광택 나는 브론즈를 만들었다. 바퀴와 핸들을 뗀 수퍼바이크의 ‘토르소’도 만들었다. 전통 재료와 방식으로 만든 현대적 정물인 셈이다. 정교하게 만든 미니어처로 그 모양을 연구했다. 이탈리아의 수퍼바이크 두카티 매장도 찾아갔다. “제가 브론즈로 만든 두카티 토르소가 초라해 보일 만큼, 눈 튀어나올 만큼 조형적으로 아름다워 충격받았어요. 이건 조각보다 더하다” 하고요.



 시대감성에 가까운 작업을 하는 미술가. 그래서 패션이나 음반 등 다른 장르와의 협업 요청도 잦다. 영국 록밴드 ‘킨(Keane)’의 앨범 재킷도 디자인했다. 그는 “흔히 작가란 창조적인 뭔가를 생각하고 그걸 관객에게 전달해야 한다고들 합니다. 저는 그보다 관객이 작품 앞에 서 있는 동안은, 작가가 그랬듯 여유로운 순간을 느끼길 바래요.”



 권오상 개인전이 9일부터 다음 달 24일까지 아라리오갤러리 서울 청담에서 열린다. 무료. 02-541-5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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