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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대법관 인선, 다양성 확보가 관건이다

대법원이 새 대법관 4명에 대한 인선 작업에 착수했다. 오는 7월 박일환·김능환·전수안·안대희 대법관이 임기(6년) 만료로 퇴임함에 따라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를 구성하고 대상자를 천거 받기 시작한 것이다. 대법원장·법원행정처장을 제외한 대법관 12명 중 3분의 1의 얼굴이 바뀐다는 점에서 큰 변화가 아닐 수 없다.



 대법관의 자질로는 재판 능력은 물론 직업적 소신과 개인 소신을 가릴 줄 아는 분별력, 인권 의식, 소통 능력, 청렴성 등이 꼽힌다. 이러한 전제 아래 대법관 인선에서 빠뜨릴 수 없는 것이 ‘구성의 다양성 확보’다. 가급적 다른 배경을 지닌 인물들에게 재판을 맡겨야 한다는 원칙이다. 각계각층의 목소리를 반영해야 하는 최고재판기관은 그 필요성이 더욱 크다.



 그러나 남성-서울대 법대-판사 출신 중심의 구성은 한국 대법원의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돼 왔다. 현재 대법원장을 포함한 대법관 14명 가운데 여성은 두 명이다. 전수안 대법관이 퇴임하면 박보영 대법관 한 명만 남게 된다. 또 14명 중 비(非)서울대 출신은 한양대를 졸업한 박보영 대법관뿐이다. 비슷한 길을 걸어온 대법관들이 사회의 다기(多岐)한 의견을 제대로 대변할 수 있겠느냐는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그런 점에서 여성과 비서울대 출신이 예외적 존재에서 벗어나 최소한 ‘의미 있는 소수’는 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미국 연방대법원의 경우 대법관 9명 중 3명이 여성이다. 출신 로스쿨도 하버드·예일·컬럼비아로 갈린다.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대법관은 유일한 여성으로 대법원을 지키고 있던 2009년 7월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법정은 또 한 명의 여성을 원한다(Court needs another woman)”고 역설했다. 그는 13세 소녀 알몸 수색 사건을 예로 들면서 “열세 살 소녀인 적이 없었던 동료 대법관들은 그 수치심을 이해하지 못한다”고 했다.



 법원 주변에선 평생법관제 도입과 대법관·법관 정년 연장을 이유로 “기수·서열 중심의 인선이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후보군이 될 기수에 여성이 드물다는 지적과 맞물린 것이다. “급격한 변화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양승태 대법원장의 지난해 9월 인사청문회 답변이 그 근거로 제시되기도 한다. 하지만 소수자의 의견을 재판에 반영하기 위해선 보다 과감한 자세가 요구된다. 아울러 보수 성향 일변도로 대법원을 채우겠다는 발상도 위험하다. 법치주의 기반을 공고히 하는 차원에서 경계할 일이다. 전수안 대법관은 진보 성향 대법관들을 가리키는 ‘독수리 5형제’ 중 최후의 1인이었다. ‘안정 속 변화’ 기조에 맞춰 스펙트럼의 골격은 유지될 수 있게끔 해야 한다.



 대법원은 한 사회의 지성과 의식을 대표하는 곳이어야 한다. 법원이나 법조계의 내부 논리로만 접근해서는 안 되는 이유다. 다음 달 초 이뤄질 양 대법원장의 대법관 제청이 국민의 박수를 받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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