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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여름?" 봄 실종되면 주가도 바뀐다

서울 수은주가 섭씨 25도까지 올라가며 초여름 날씨를 보인 지난달 29일 오후 시민들이 청계천에서 더위를 식히며 휴일을 보내고 있다. [뉴시스]


낮 기온이 섭씨 28도까지 올라간 2일 오후 서울 소공동 롯데백화점 2층 여성의류 매장. 평년보다 6도 높은 날씨여서 그런지 벌써 반팔 차림새가 부쩍 자주 눈에 띄었다. 입점 의류 브랜드 SJSJ의 서현선(42) 매니저는 “이곳에서 일한 지 7년째지만 봄 신상품이 이렇게 안 팔리기는 처음”이라고 털어놨다. 봄옷을 사러 왔다가 “이거 한두 번 입고 1년 동안 옷장에서 묵혀야 하는 거 아니냐”며 발길을 돌리는 손님도 적잖다고 한다. ‘봄의 실종’ 현상이 심해지면서 업종별 주가의 지도마저 변하고 있다. 날씨의 불확실성을 줄이는 파생금융상품 논의도 활발하다.

4월 강수량이 예년의 1.5배에 달하는 등 봄비가 많은가 하면 황사는 오히려 뜸해 종잡을 수가 없다. 기상정보업체 케이웨더에 따르면 3월 7일 이후 평년보다 낮은 기온이 4월 17일까지 무려 한 달 이상 지속되다가 4월 하순 들어 수은주가 급격히 올랐다. 4월 초 평균 기온이 6도가량이었는데 4월 말에는 23도에 달했다. 이 회사의 반기성 기상예보센터장은 “이런 기온의 점핑 현상은 심리적으로도 봄이 사라진 것처럼 느끼게 한다”고 말했다.

‘봄의 실종’과 ‘럭비공 날씨’에 직격탄을 맞은 곳은 뭐니 뭐니 해도 의류업체다. 쌀쌀함이 더위로 곧바로 옮겨가 봄옷 매출이 급감했다. 이에 따라 베이직하우스·엠케이트렌드와 같은 의류업체의 최근 주가가 약세였다. 베이직하우스의 경우 지난해 4월 2만150~2만5000원 사이에서 움직이던 것이 올 4월에는 1만5800~1만8800원이었다. 4일 종가는 1만6550원. 동양증권 원상필 연구원은 “주가에는 금리·환율 같은 거시경제 환경변수가 두루 영향을 미치지만 봄 의류업체의 약세는 판매부진에 따른 재고 부담이 크게 작용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올봄엔 ‘봄철 불청객’ 황사가 거의 오지 않는 기상이변을 보였다. 서울·대전·강릉·광주·부산 등 5개 도시의 예년 3~4월 황사 발생 일수는 평균 4.1일이었지만 올해는 0.3일에 불과했다. 보통사람이야 박수를 칠 일이지만 공기정화기나 필터를 잔뜩 만들어놨던 업체는 죽을 맛이다. 자동차용 여과지·필터 등을 만드는 크린앤사이언스의 주가는 여지없이 약세였다. 지난해 4월 7450원까지 올랐던 주가는 올 4월 2750~4260원을 맴돌았다. 4일 종가는 2830원. 이 역시 황사 변수가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더위가 일찍 오면 주가가 뛰는 곳도 적잖다. 빙그레·롯데삼강 같은 빙과업체다. 롯데삼강은 1월 2일 41만4500원에서 지난 4일 49만6500원으로 올랐다. 같은 기간 빙그레는 6만1000원에서 6만7500원이 됐다. 하지만 날씨에 민감한 주식은 투자 유의 종목이기도 하다. 미래에셋증권 이진우 애널리스트는 “날씨 테마에 너무 치중하다 보면 기업의 실력이라든가 시장흐름 같은 변수를 소홀히 하기 쉽다”고 조언했다.

날씨는 산업에 생각보다 넓게 영향을 미친다. 패션·의류뿐 아니라 유통·물류·에너지·건설·중공업 등 거의 전 업종이 영향권이다. 그래서 날씨를 정확히 예측하면 돈이 된다. 제품 판매 전략과 공사 일정, 에너지 소비가 달라진다.

삼천리도시가스는 기상정보 제공업체와 손잡고 날씨 기반의 ‘도시가스 수요 예측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가스 사용량은 날씨에 민감하고 사용량 변화는 가스관 공사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안동철 팀장은 “날씨정보를 활용한 수요 예측, 가스관 공사 기간 변경 등을 통해 한 해 30억원가량의 비용 절감 효과를 낸다”고 말했다. 제일모직 캐주얼 브랜드 빈폴도 ‘날씨 경영 전략’을 짠다. 기상정보를 분석해 주요 제품의 하루 매출과 기온·강수량과의 연관성을 따지고 이를 바탕으로 생산 물량을 조절한다. 방성운 과장은 “올봄엔 저온·고온을 오가는 이상기후가 심해져 남성 고객의 경우 재킷보다 점퍼, 특히 홑겹 점퍼를 많이 찾는다”고 말했다. 이마트는 점포 관리자가 사용하는 발주 시스템에 일주일치 날씨 정보가 매일 떠 이를 토대로 발주량을 조절한다. 비 오는 날과 맑은 날의 고객 수는 최대 10% 차이가 난다. 김진호 프로모션팀장은 “날씨 정보는 재고 관리, 상품 진열, 매장 운영과 직결된다”고 밝혔다.

기업경영과 주가에 대한 날씨 영향력이 커지면서 ‘날씨 파생상품’ 논의가 활발하다. 한국금융투자협회는 3월 부산에서 관련 심포지엄을 열었다. 예상 밖의 날씨 변화로 인한 피해를 줄여보자는 취지다. 이미 미국 시카고 선물거래소에서 거래되는데, 전력회사 같은 에너지 업체들이 주로 이용한다. 하지만 우리 시장에 등장하려면 시일이 좀 걸릴 전망이다. 협회 부산지회의 김정수 파생상품지원실장은 “기후변화와 이상기후 확산 추세에 대응하려면 시급히 도입해야 할 파생상품이지만 우리 실정에 맞는 상품을 개발해 거래하기까지는 고려할 변수가 많다”고 밝혔다.

날씨 경영이 중시되면서 기상장비와 예보 서비스와 같은 기상산업 규모도 폭발적으로 크고 있다. 한국기상산업진흥원에 따르면 기상산업 시장 규모는 민간 예보사업제도가 시작된 1997년 4억7000만원이던 것이 2010년 644억원, 지난해에는 1567억원으로 비약적으로 성장했다. 초기 서너 군데였던 민간 기상사업자는 3월 말 현재 135곳으로 늘었다. 앞으로 유망 날씨정보 업체들이 상장할 경우 그 주가도 주목거리다.

최근에는 대기업들이 기상정보와 정보기술(IT)을 접목한 기상산업 분야에 진출하고 있다. 삼성SDS는 기상정보 통신 인프라 구축 서비스에, LG CNS는 기상장비 솔루션 투자를 강화하고 있다. 시장 규모가 급증하고 있지만 선진국에 비해선 걸음마 수준이다. 일찍이 1940년대 민간 기상서비스를 도입한 미국은 기상 관련 기업이 약 1000곳, 한 해 시장 규모는 9조원이다. 일본은 150여 개 업체에 시장규모가 5조원에 달한다.

국내 산업계의 날씨 정보 활용도 미흡한 편이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지난해 38개 업종 910개 기업을 상대로 ‘기상 이변이 기업 경영에 미치는 영향’ 을 조사한 바에 따르면 기상정보를 활용한다는 곳이 절반 이하(43%)로 나타났다. 인제대 이중우(경영학) 교수는 “미국은 중소 수퍼마켓까지 날씨 정보를 판매활동에 활용하는 데 비해 우리의 활용 수준은 선진국의 20~30%에 불과하다. 기상정보는 매출 예측이나 재고관리 같은 의사결정에 핵심 요소인 만큼 적극 활용하자”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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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