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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꼼수빠'들, '같은편' 한겨레에 강력항의 왜?

지난달 29일 서울 한강공원에서 열린 나꼼수 방송 1주년 기념 행사 ‘용민운동회’에 참석한 나꼼수 멤버들. 왼쪽부터 시사평론가 김용민씨, 딴지일보 총수 김어준씨, 주진우 시사IN 기자. 김어준씨와 주진우 기자는 선거법 위반 혐의로 최근 검찰에 소환됐으나 응하지 않았다. [뉴시스]
"중앙선데이, 오피니언 리더의 신문"



한겨레 신문, 왜 나꼼수 지지자 표적 됐나
김어준 “내 답변이 굴절” 인터뷰 왜곡 논란이 발단

한겨레 5일자 토요판에 ‘나는 어떻게 나꼼수 팬의 표적이 됐나’라는 기사가 실렸다. 팟캐스트(인터넷 라디오 방송) 프로 ‘나는 꼼수다’를 둘러싼 팬덤(특정 인물이나 대상에 열광하는 문화)이 보여주는 극단적 편 가르기 논리를 비판하는 내용이었다.



기사는 이렇게 시작한다.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를 비롯한 ‘나는 꼼수다’의 진행자들은 기본적으로 나꼼수 비판론에 대한 입장 표명을 거의 하지 않는다. 오직 ‘대중은 위대하고 현명하다’는 말과 ‘닥치고 정치, 닥치고 정권교체’의 구호만 되풀이할 뿐이다. 나꼼수의 이런 태도는 나꼼수 지지자에게도 그대로 투영된다. 한겨레의 김어준 인터뷰 왜곡 논란이 빚어지자 나꼼수 지지자들은 왜곡의 진위가 아니라 ‘누구 편이냐’를 묻고 따졌다.”



한겨레에 따르면 일부 과열된 나꼼수 팬들은 “신문을 끊겠다”는 위협을 하고 있다. 한겨레와 나꼼수 팬 사이에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시쳇말로 진영 논리로만 따지면 이들을 ‘같은 편’으로 알고 있는 사람들이 상당수다. 나꼼수 팬과 이상기류가 생긴 건 한겨레만이 아니다. 2월 경향신문에 실린 ‘난장에도 규칙은 있다’라는 칼럼에도 나꼼수 지지자들의 항의가 쏟아졌다.



김어준씨 인터뷰가 실린 한겨레 4월 28일자 1면. 작은 사진들은 김어준씨 기사를 작성한 한겨레 최성진 기자가 자신의 트위터(@csj2007)에 올린 글. 그는 기사 게재 후 나꼼수 추종자들로부터 비난이 쏟아지자 트위터를 통해 반박과 해명을 시도했다.


나꼼수는 선관위 홈페이지 디도스 공격에 대해 내부자 연루설을 주장했다. 이에 대해 선관위를 10여 년간 취재해온 기자가 “선관위 해명이 더 설득력 있다”고 지적한 내용이었다. 항의가 어찌나 거셌던지 독자 전화를 받는 부서 업무가 정상적으로 이뤄지기 힘들 정도였다고 한다. 한국일보 기자도 트위터와 e-메일을 통해 항의를 받았다. 성차별 논란을 불렀던 ‘비키니 인증 샷’ 당시 김어준씨의 “성희롱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발언을 보도했다는 이유다.



발단은 한겨레 4월 28일자 토요판이었다. 이날 1면엔 딴지일보 총수 김어준씨를 인터뷰한 ‘나꼼수 비판에 답한다’가 실렸다. 두 손으로 얼굴을 온통 감싸 안고 고뇌하는 듯한 김씨의 사진도 함께였다. 총선이 끝난 후 나꼼수는 야권 지지자들의 비난에 시달렸다. “야권 패배의 결정적인 패인은 나꼼수 멤버인 시사평론가 김용민씨의 ‘막말 파문’에 있다”는 것이었다. 김씨는 인터뷰에서 이를 강하게 반박했다.



“나꼼수 때문에 15석이 날아갔다는 식의 주장은 보수언론의 프레임”이며 “이 프레임을 그대로 받아 먹은 결과 야권 패배의 책임을 나꼼수에 덧씌우기 위한 (보수와 진보의) 국공(國共)합작이 이뤄졌다”는 것이었다.



문제는 신문이 배달되기도 전에 일어났다. 김씨가 28일 새벽 ‘한겨레 인터뷰 AS’라는 글을 올린 것. 트위터도 하지 않는 그가 이례적으로 블로그를 개설해 “생애 최초의 포스트(글 올리기)”라며 반박에 나섰다. “주요한 골자가 지면에 반영되지 못했다”며 그가 설명한 취지는 이랬다.



“한겨레 지면에 실린 내용 중 일부는 긴 답변들이 축약되는 과정에서 그 의미가 굴절됐고, 일부는 답변 전문을 뜯어 조립한지라 문맥이 일그러졌고, 또 일부는 내가 말을 대충 했거나 방점을 따로 찍어주지 않았거나 다 받아 적지 못해 조합 과정에서 오류가 난 것으로 보이고, 또 어떤 대목은 내가 봐도 무슨 말인지 모르게 정리됐으며, 대부분은 내 인터뷰라는데 내 어법이 전혀 아닌지라 읽는 내가 다 어색하다.” 그는 직접 작성한 답변을 함께 실었다.



김씨는 여기서 총선 평가에 대한 반론을 폈다. 진보 매체들의 불법사찰 보도 파장 등 기사에 실리지 않은 내용 중심이었다. 한겨레 기사 중 ‘굴절되고 일그러진’ 대목이 어디인지는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았다. 상당한 양을 할애해 “우리 입장에선 김용민이 산화(散華)한 선거”라며 김용민씨의 사퇴 거부를 옹호했다. 마지막 부분에 그는 특유의 어투로 “내가 이래서 인터뷰를 하고 싶지가 않은 거다, 씨바”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쉽게 말해 인터뷰이가 인터뷰어에게 “내 말을 잘 알아듣지 못하고 기사를 잘못 썼으니 차라리 내가 인터뷰했던 내용을 알려주겠다”며 직격탄을 날린 셈이었다. 기사를 쓴 한겨레 최성진 기자는 곧 자신의 트위터(@csj2007)에 “(왜곡했다는 오해를 풀기 위해) 인터뷰 전문을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김씨는 한발 물러섰다. ‘AS’를 ‘후기’로 바꾸고 글도 수정하면서 상당량의 내용을 삭제했다. “인터뷰가 이뤄지기 전에 작성한 답변에 말하고자 했던 골자를 담았고, 이 답변과 별도로 다시 인터뷰를 했다. 지면은 후자의 (대면) 인터뷰를 중심으로 구성됐다. 답변과 지면 간의 간극은 기자의 왜곡이나 조작이 아니다. 이 점 오해가 없기를 바란다”고 했다.



이에 따라 최 기자는 전문 공개를 하지 않았다. 하지만 해프닝은 끝나지 않았다. ‘나꼼수 빠(특정 대상을 지나칠 정도로 좋아하는 사람을 일컫는 말)’들의 맹공이 이어졌다. “목을 따버리겠다” “너 같은 기자가 한겨레에 있다니 놀랍다” “이런 쓰레기, 그 녹취록 공개했다간 앞으로 기잣밥 먹기 어려울 정도로 낙인 찍힐 것” “실망해도 우리 편이니 하고 계속 봤는데 너흰 진짜 아니야 꺼져” 등 욕설과 무조건적 비난이 트위터와 e-메일에 쏟아졌다. 1면에 게재된 김씨 사진에 대해서 “악의적인 사진을 실었다”는 사람도 있었다.



최 기자는 트위터에 “김어준씨 인터뷰 기사를 보면 그냥 분하고 화나고 막 욕하고 싶고 그런 분만 보세요. 인터뷰에 실린 김씨 사진은 본인이 게재를 허락한 거고요, 내용에 대해서는 김씨 본인이 자신의 블로그에 왜곡이 없었다며 담당 기자인 제게 미안함을 전해왔습니다”라고 해명했다. 그런데도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진중권 동양대 교수에게도 불똥이 튀었다. “읽어보세요, 가관입니다”라며 트위터에 김어준 인터뷰를 링크한 게 화근이었다. 김씨 인터뷰 기사를 읽은 직후인 지난달 28일이었다. 진 교수가 대표적으로 문제 삼은 김씨 발언은 “곽노현 교육감 사퇴했다면 박원순 후보는 (서울시장 선거에서) 졌을 것” “(4·11 총선은) 김용민이 산화한 선거” 등이었다.



그는 이와 함께 나꼼수 팬덤의 비이성적 측면도 지적했다. “(나꼼수) 팬덤은 경향·한겨레·오마이(뉴스)가 비판적 논조를 보이자 곧바로 절독으로 보복했죠. 기사 쓴 기자들 집단으로 씹어돌리는 건 기본이고. 이렇게 비판의 성역이 되다보니 오류는 시정될 수 없는 거죠. 나꼼수 무(無)오류론.” 한겨레에 쏠린 비난의 화살은 다시 진 교수를 향했다.



이런 과정을 거쳐 결국 한겨레는 인터뷰 후폭풍에 대한 기사를 1개 면에 걸쳐 게재했다. 하지만 이 기사에 대한 ‘안티’들의 공격은 멈추지 않고 있다. 5일 하루 동안 기사에 붙은 200여 개의 댓글 중 상당수가 “나꼼수 반만 따라가라. 기자 양반 자존심이 상하셨나?” “기사를 거두절미로 왜곡해놓고 반성도 없이 감정 섞인 사욕의 기사를 선보인 기자 수준이 한심하다”는 조롱과 비아냥이다. “나꼼수를 까면 적(敵)”이라는 편 가르기다.



한겨레와 일부 나꼼수 지지자들의 설전은 과거 심형래의 ‘디워’(2007)나 황우석 교수의 줄기세포 논문 조작(2005)을 둘러싼 논쟁을 떠올리게 한다. 당시 일부 ‘디워’ 추종자들은 영화에 대한 부정적인 평만 나오면 무차별적 악성 댓글을 줄줄이 달아 ‘어린이’라는 명예롭지 못한 별칭을 얻기도 했다. 상대에 대해 좋게 말하면 우리 편이고, 고쳐야 할 점을 지적하면 마치 자신에 대한 모욕을 한 것처럼 받아들이는 태도 탓이었다.



기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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