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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홀로 리더십으론 정권 재창출 어렵다는 민심 확인”

“민심의 눈을 봤습니다.” 대선 출마를 저울질하며 ‘민생탐방’에 나섰던 이재오(67·사진) 새누리당 의원. 그는 보름간 전국을 돌며 많은 사람과 이야기를 나눴고, ‘가능성’을 확인했다고 결의를 다졌다. 디젤 카니발 승용차를 타고 다니는 그의 숙소는 머무는 지역의 마을회관이다. 탐방이 끝나가는 지난 2일 강원도 평창군 진부면 월정사를 찾은 그를 만났다. JTBC 뉴스 대담 프로의 카메라가 설치되자 그는 발언 수위를 조절하는 눈치였다. 그러나 1시간여 촬영이 끝난 뒤 원주까지 동행한 차 속에선 발언 농도가 짙어졌다. 박근혜 위원장에 대해 직접적 언급을 피하던 그는 차 속에서 “‘나 홀로 리더십’으론 정권재창출이 어렵다”는 등 직격탄을 날렸다.

-민심이 어떻던가요.
“오늘 오전 강릉 시장을 방문했는데 많은 사람이 저를 알아보고 좋아하데요. 자전거 타고 왔느냐고 묻기도 하고. 저에 대한 눈길이 예상보다 따뜻해 저도 놀랐습니다.”

-대선 출마 쪽으로 마음을 굳히셨군요.
“단정적으로 말하기는 어렵지만… 출마를 결심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아가고 있는 건 사실입니다.”
(이 의원은 오는 10일 출마 여부를 밝힐 예정이다.)

-박근혜 대세론을 넘고 이길 승산이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박근혜 위원장을 이기고 지고 이런 차원은 아닙니다. 제가 한국 정치에서 어떤 점을 새롭게 만들려고 하느냐, 이것에 대한 나의 성찰이고, 그게 국민적 공감을 얻을 수 있겠느냐라는 고뇌와 연결되는 겁니다.”

- 그런 차원이면 굳이 당내 경선 룰을 바꾸자고 주장할 필요가 없잖아요.
“바꿔야 합니다. 왜냐하면 새누리당이 정권을 다시 창출하느냐, 못 하느냐가 걸린 문제라서 그렇습니다. 현재 우리 당의 룰은 대다수 국민의 공감과, 표의 확장성과, 표의 포용성이란 측면에서 승리하기 어렵게 돼있습니다. 지금 룰대로 하면 이미 후보가 결정돼 있는 거나 마찬가지 아닙니까. 정권 재창출을 위해선, 더 많은 국민의 표심을 잡기 위해선 완전 국민경선제로 가야 합니다.”

-룰을 바꾸면 박근혜 위원장이 아닌 제3의 후보가 나올 수도 있는 건가요.
“그러한 가능성을 국민들에게 열어줘야 국민들도 관심을 갖지, 새누리당 후보가 뻔하다 그러는데 누가 관심을 갖겠습니까. 이번에 민생탐방을 하며 밑바닥 민심이 꼭 언론에 나타난 여론과 일치하는 건 아니라는 사실을 목격했습니다. 이 상태론 안 된다는 분위기가 강했습니다.”

-4·11총선 민심은 새누리당 손을 들어줬잖아요. 그 승리의 원동력이 박근혜의 힘이라는 평가도 있고요.
“물론 152석을 차지해 야당을 이긴 것은 대단한 성과입니다. 그러나 그 결과를 두곤 해석이 분분합니다. 보수가 위기상황을 맞아 총결집했기 때문이란 분석도 있습니다. 어떤 경우든 여기서 간과해선 안 될 부분이 있습니다. 수도권이 112석인데 43석으로 줄어든 것과, 새누리당이 얻은 전체 득표율보다 야권의 득표율이 높다는 사실입니다. 또 이번 총선 투표율 53%는 역대 대선투표율 60~70%보다 훨씬 낮습니다. 15% 내외는 이번에 투표를 안 했지만 대선 땐 투표할 가능성이 있다고 봐야죠. 그중엔 20~40대가 많습니다. 그들이 새누리당에 더 많은 표를 던져줄 것인가. 바로 그 점에서 불안한 거고, 그래서 현재 새누리당은 더 많은 포용과 표의 확장성을 가져 와야만 한다, 이 말입니다.”

-구체적으로 새누리당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나요.
“새누리당은 지금 당의 구조와 운영 등 총체적 측면에서 우려스럽습니다. 총선에 이겼음에도 불구하고 점점 더 폐쇄적이고, 점점 더 경직되고, 점점 더 불통되고 그렇게 운영되고 있습니다. 최고위원 선거 보세요. 누군가의 눈치만 보고 있잖아요. 그런 ‘나 홀로 리더십’으론 정권재창출이 어렵습니다. 그런데도 그걸 인정하지 않습니다. 그 개선책으로 대선후보 완전국민경선제를 주장하는 겁니다. 꼴찌가 일등 하고, 일등이 꼴찌를 하는 창조적 바탕이 마련돼야 국민들은 감동을 느낍니다. 감동을 줄 수 있는 틀을 갖춰나가는 아량과 여유가 있어야지, 이대로만 가면 되는데 왜 자꾸 시끄럽게 구느냐는 식의 발상이니 안타까운 겁니다.”

-어쨌든 새누리당 후보론 박 위원장이 거의 확실한데, 공연히 내부 싸움하다 상처만 입으면 큰일이라는 시각도 많던데요.
“상처를 입을 수도 있겠죠. 그러나 그런 담금질을 거치면 본선에서 더욱 강해질 수 있다는 생각을 왜 못합니까. 야당을 보세요. 현재까지는 누가 될지 아무도 모르죠. 그런 만큼 자연스럽게 흥행이 이뤄질 텐데. 우리도 흥행을 이끌어 내야죠.”

-국민경선한다고 흥행이 될까요.
“경쟁이 되겠느냐는 말씀인데… 이번에 전국을 돌며 저 나름대로 ‘가능성’을 확인했습니다. 뭐라 할까, 민심의 눈을 봤습니다. 민심은 이제 미래를 말해달라고 주문하고 있었습니다. 지금 그 주문을 담아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 의원 스스로 꼽는 자신의 장점은 무엇입니까.
“남들이 수긍해야겠지만…저는 우리 정치의 잘못된 현상이 공직자, 특히 선출직 공직자들의 부패에서 비롯된다고 봅니다. 각종 부패, 비리 그런 것들이 국민에게 삶의 의욕을 잃게 할 정도로 만연돼 있잖아요. 그런 점에서 부패 척결이 시대적 과제라고 보고 있고요, 아울러 제가 일생 동안 비리와 부패하고는 거리가 멀게 살아왔기 때문에 청렴한 나라를 만드는 데 자격이 있다고 자부하고 있습니다. 또 저는 옳다고 생각하는 것은 해냅니다. 주저하지 않습니다. 바른 길이다, 옳은 일이다 판단되면 사람들이 반대하더라도 쓰러지더라도 그 길을 갑니다. 뚝심이랄까, 추진력이랄까 그걸 가지고 살아왔습니다. 시골 촌놈이 서울에 올라올 때 돈이 있었습니까, ‘빽’이 있었습니까. 나라로 보나 시대적 상황으로 보나 한번 해봐야 할 가치가 있다고 판단되면 저는 합니다.”

-뚝심과 추진력이 꼽히는 반면 화합과 소통엔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는데요.
“제가 소통이 부족하다고요? 오랫동안 야당에서 당직을 맡아 왔는데 소통을 안 하고 할 수 있었겠습니까. 그런 비판은 지난 대선 과정에서 이명박 진영을 총괄 지휘했기 때문에 반대 진영에서 나온 얘기겠죠. 제 주변의 많은 사람은 저를 그렇게 이야기 안 합니다.”

-그동안 이명박-박근혜 간 불통이 큰 문제점으로 지적돼 왔습니다. 친이계 좌장으로서 박 위원장과 진정 어린 대화를 나눠본 적이 있습니까.
“해 볼 기회가 없었죠. 상대방이 해볼 기회를 줘야지….”

-서로 네 탓만 하는 건 아닌가요.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지난 대선에서 이명박 후보와 박근혜 후보가 경쟁을 해서 이명박 후보가 이겼습니다. 그런데 경쟁에서 패배한 후보 진영이 충심으로 승복하고 받아들였습니까. 이명박 정부를 탄생시켜 놓고도 임기 내내 대립의 축에 서 있었던 거 아닙니까.”

-어느 당이나, 어느 정권이나 주류- 비주류는 있잖아요.
“비주류 길을 걷는다고 하더라도 당 안에서 이야기고, 국가의 정책에 대해선 토론해서 합의하고 하나로 가야죠. 서로 노선이 다르다고 끝까지 싸우는 게 정상입니까.”

-18대 총선 공천에서부터 문제가 꼬인 게 아닌가요. 패자를 포용하지 못한 측면이 있다고 보는데요.
“공개하지 못할 이야기 많은데… 결과를 놓고 봅시다. 18대에서 친박이 몇 명이나 국회에 들어왔습니까. 50~60명이죠. 19대에서 친이는 10명도 안 돼요. 18대 공천이 잘못됐다고 칩시다. 그러면 이번엔 그걸 뛰어넘는, 그래서 포용하고 다시 하나가 되도록 하는 게 올바른 정치요 화해의 정치 아니겠어요. 이제 칼자루를 쥐었으니까 원수를 갚자는 식으로 공천을 하거나 정치를 하면 어떻게 됩니까. 국가가 불행해지고, 국민이 불행해지죠. 오히려 그때보다 더 확실하게 학살해버리면 당하는 쪽에서는 어떻게 생각하겠어요.”

-이명박(MB) 정부 참 인기가 없는 거 같은데,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역대 어느 정부나 공과가 있지 않겠습니까. 공을 너무 부추겨서 과를 덮어서도 안되고 과를 부추겨 공을 깎아서도 안 되죠. MB정부도 마찬가지입니다. 평가는 역사에 맡겨야죠. 다만 지금 연일 측근들의 부패와 비리가 터져 나오고 있잖아요. 그건 우리가 처음에 깨끗한 정부를 지향한다고, 권력자 주변에 측근이든 친인척이든 비리와 부패가 없도록 하겠다고 약속한 것과는 다르잖아요. 국민들 앞에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습니다. 잘못한 겁니다. 그걸 억지로 덮으려 해선 안 되죠. 그렇다고 그 잘못을 갖고 모든 것이 잘못됐다고 하는 것도 온당치 않아요. 대통령만이 할 수 있는 국제적으로 한국의 위상을 높인 거라든지, 두 차례의 금융위기에서 나라를 구한 것이라든지 이런 점들은 또 그대로 평가를 해야 한다 이 말입니다. 그러나 총체적으로 보면 인기가 없는 것도 사실입니다.”

-최시중 전 위원장은 문제의 돈에 대해 경선 때 여론조사 비용으로 사용했다고 설명하던데요.
“최 위원장이 갤럽(여론조사 회사)을 처분할 때 받은 배당금이 있었는데 그걸 쓴다고 들었어요. 그래서 그가 자신의 돈으로 그 비용을 다 담당하는구나, 저는 이렇게 알고 있었죠.”

-캠프의 공식 자금이 아니라 개인의 돈을 쓴다는 자체가 여러 가지 왜곡된 현상을 초래하는 거 아닙니까.
“그럴 수 있습니다. 그런 건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화제를 바꿔보죠. 박정희 대통령은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이명박 대통령의 평가를 미뤘듯이 박정희 대통령에 대한 평가도 공과가 있겠지만 역시 역사의 평가에 맡길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저는 박 대통령 때 고문당하고 오래 투옥되는 등 탄압을 받았잖아요. 그런 내가 평가를 한다면 객관성을 잃고 감정에 치우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탄압을 받은 입장에서 화해하기가 어렵다는 말씀인가요.
“선입견을 갖지 마십시오. 박 대통령의 산업화에 대한 공, 그건 다 인정하죠. 다만 상생해야 한다고들 말하는데, 상생은 원래 해원상생(解寃相生)에서 나온 말입니다. 해원을 하고 상생을 해야 하는데 해원은 말도 안 하고 상생만 하자고 하면 됩니까. 그건 가짜 상생이죠. 화해도 마찬가지입니다. 정말로 마음속에서 화해를 하려면 양자 간에 모든 미움도, 모든 때도 다 벗어놓고 화해해야 합니다. 그런데 자기 마음속에 미움과 때를 간직한 채 사람들 성화에 못 이겨 화해하자고 한다면 그게 진정한 화해가 되겠습니까.”

-진보정당의 뿌리라 할 수 있는 민중당 출신인데 이를 두고 인터넷에선 ‘빨갱이’ 운운하기도 합니다.
“제가 민중당을 한 것은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심화시켜 사회주의나 친북 노선으로 넘어가지 않도록 하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독재가 장기화되면 나라 체제 자체가 위협받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자유민주주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서 민주화 운동을 했던 것입니다. 당시 민주화 운동을 하면 자꾸 잡아가잖아요. 법에 정당활동을 하면 안 잡아간다고 해서 만든 게 민중당이에요. 이념의 잣대로 볼 건 아니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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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석 소장 : kimseok@joongang.co.kr (02-751-5511)
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