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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의 척박한 기후가 만들어낸 안전의 대명사

2007년 나온 3000만원대 해치백 C30. ‘섹시’한 모습을 만들려고 후면 유리를 경사지게 해 트렁크 공간이 좁아졌다. 각종 국제 자동차 디자인 상을 휩쓸었다.
땅덩이가 큰 미국에선 한 번 나들이에 나서면 여행 가방 몇 개쯤 싣고 하루 종일 1000㎞이상 달리면서 주(州)를 넘나들기 일쑤다. 그래서 미국산 자동차는 실내나 트렁크 공간을 널찍하게 만든다. 장시간 주행해도 피곤하지 않게 서스펜션도 물렁하다.

독일 차는 잘 달리고 잘 돌고 잘 선다. 정교한 맛이 일품이다. 비가 자주 와도 속도제한 없는 아우토반(독일식 고속도로)을 시속 200㎞ 가까이 질주할 수 있게 차체를 견고하게 만든다. 서스펜션도 코너링이 좋도록 딱딱하게 하는 편이다. 프랑스ㆍ이탈리아 승용차 하면 고풍스럽고 비좁은 거리를 다니기 좋은 감성적 디자인의 소형차를 연상한다.

같은 유럽이라도 북유럽의 선진국 스웨덴은 차를 만드는 방식이 다르다. 이 나라는 연중 절반이 겨울이고 11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눈이 오래 내리는 가혹한 기후를 지녔다.

길에 눈 덮인 날이 많다 보니 날렵한 코너링보다는 눈길에 미끄러져도 충격이나 사고 정도가 약하도록 안전기술이 많이 들어가 있다. 또 눈비와 제설제에 잘 부식되지 않는 내구성이 신차 개발의 핵심 포인트다.

1982년 출시된 중형 고급승용차 760의 이색 광고. 튼튼함을 강조하려고 차량 7대로 7층 탑을 쌓았다. 아래 차량들이 찌그러지지 않고 멀쩡한 것이 광고 핵심이다. 진위를 놓고 논란도 많았다. 어쨌든 노이즈(Noise논란) 마케팅의 성공 사례다.
이러다 보니 스웨덴 브랜드 볼보(Volvo)는 안전의 대명사가 됐다. 볼보는 적어도 긴 역사와 뚜렷한 개성만큼은 독일의 벤츠ㆍBMW와 견줄 만하다. 디자인의 개념도 근본적으로 다르다. 독일 차가 전후좌우 균형과 치장을 중시한다면 볼보는 바이킹식 실용성을 내세운 스칸디나비안 디자인이다. 군살 없는 직선·곡선의 단순미가 그렇다.

1926년 볼보의 설립 일화는 흥미롭다. 아사르 가브리엘손이라는 경제학자와 당시 스웨덴 최대 볼베어링 회사 SFK의 엔지니어 구스타프 라르손이 만찬 도중 자동차 사업 이야기를 꺼낸 것이 창업의 발단이 됐다. 유럽의 부자와 학자들은 당시 미국 포드의 성공에 자극받아 모이기만 하면 자동차 산업을 화제로 올렸다. 두 사람은 이야기가 나온 김에 즉석에서 음식점 테이블 위에 놓인 냅킨 뒷면에 자동차 차대를 술술 그려봤다. 낙서같은 이 얼개가 바로 볼보 첫 모델인 ‘OV4’의 개발 도면으로 이어졌다. 일명 ‘야곱’이다.

SFK의 재원으로 이들은 이듬해 스웨덴 예테보리에 자동차 공장을 세웠다. 베어링 회사가 돈을 대서 그런지 볼보라는 회사명은 ‘나는 구른다’는 뜻의 라틴어에서 따왔다. 이들은 SFK의 투자를 기념하기 위해 회전하는 베어링을 형상화한 화살표 문양의 엠블럼을 만들어 차에 달았다.

이것이 볼보의 상징 아이언 마크가 됐다. 첫 모델 야곱은 포드 T형차를 벤치마킹해 단단한 차체와 축을 지향하고 긴 원통형 스프링을 앞뒤에 달았다. 4기통 가솔린 엔진으로 최고 시속 90㎞까지 냈다. 볼보는 눈길에서 미끄러져 사고가 날 것에 대비해 안전에 신경을 많이 썼다.

50년대에 충격을 흡수하는 안전 차체를 세계 최초로 설계했다. 또 유리를 겹겹이 붙여 큰충격을 받으면 부스러지는 라미네이트 안전유리를 선보였다. 59년에는 세계 자동차 역사의 획을 긋는 작품이 나왔다. 종전 2점식 안전벨트에다 어깨 끈을 더해 교통사고 때 사망·부상률을 확 줄이게 된 3점식 안전벨트가 그것이다. 항공기 조종석 벨트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한다.

74년 출시한 240·260 시리즈는 볼보의 전성기를 예약했다. 튼튼한 차로 소문나자 미국의 교통안전공사(NHTSA)는 76년 볼보 240을 대량 구입해 각종 테스트를 해 보고 자동차 안전기준을 제정하기도 했다. 이를 계기로 볼보는 ‘안전의 대명사’라는 별명을 확고하게 했다. 세계 최초 안전 시리즈는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대표적인 것만 해도 측면보호 에어백(94년) 커튼형 에어백과 경추보호 시스템(98년) 전복방지 시스템(2002년) 등이다.

82년 나온 중형 고급차 760은 대박이었다. 튼튼하게 보이는 각진 디자인에 넓은 실내공간을 갖춰 여유 계층의 자가용으로 각광 받았다. 차보다 더 유명했던 건 이 차의 TV지면 광고였다. 튼튼한 차라는 점을 강조하려고 볼보는 760으로 7층 탑을 쌓았다. 무거운 차가 첩첩이 쌓였는데도 맨 아래 차가 찌그러지지 않고 멀쩡히 차체 구조를 유지하는 모습이 광고 내용이었다. 과장광고 논란도 있었지만 ‘볼보=안전한 차’ 등식을 더욱 각인했다.

하지만 큰 성공이 실패의 씨앗이 되곤 한다. 대세는 공기역학을 내세운 유선형 디자인 쪽으로 흘렀다. 여전히 볼보는 종전 디자인을 고수했다. 안전함에 더해 권위적이고 딱딱하다는 느낌을 주기 시작했다. 우선 디자인이 도마에 올랐다. 직선 위주에 선과 각이 너무 두드러져 “네모 난 깡통 차”라는 혹평이 일기 시작했다. 젊은 층에 어울리지 않는 차라는 선입견과 함께 주 소비층이 안전을 중시하는 40대 이후 연령층으로 쏠렸다.

여기에 인구 1000만 명도 되지 않는 스웨덴의 비좁은 내수시장이 볼보의 발목을 잡았다. 미국ㆍ독일ㆍ프랑스와 달리 안방의 든든한 소비자층이 부족했다. 스웨덴 내수 1위를 차지했지만 연간 판매량은 5만 대도 안 됐다. 해외 수출이 탈출구였지만 안방의 지원사격 없이 국제경쟁에 한계가 있었다. 80년대 들어 경영난을 겪다가 99년 미 포드에 인수됐다. 유럽의 고급차 시장을 공략하려는 포드의 해외 전략과 이해가 맞아떨어졌다.

포드는 우선 볼보의 각진 디자인에 손을 댔다. 소비자 취향에 맞게 실용성뿐 아니라 아름다움을 가미했다. 기자는 2000년대 선보인 승용차 중에 ‘가장 빼어난 뒤태’를 꼽으라면 볼보 C30을 꼽겠다. 이 차는 종전 볼보 제품과 달리 디자인을 위해 실내 공간을 대폭 희생했다. 아름다운 해치백을 디자인하려고 트렁크 부분에 큰 각을 주면서 적재 공간이 확 줄었다. 대신 어떤 엉덩이보다 섹시한 후면을 만들어냈다. C30은 미국의 인기 뱀파이어 영화 ‘트와일라잇’의 주인공이 탄 차로 화제가 됐다.

볼보는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로 운명을 갈아탄다. 자금 사정이 어려워진 포드가 볼보를 매물로 내놓은 것이다. 2010년 중국의 대중차 업체 길리(吉利)자동차가 중국의 역대 인수합병(M&A) 최대 규모인 18억 달러(약 2조원)에 볼보를 인수한다. 길리는 10년 간 수조원을 투자해 볼보를 연산 80만 대 규모까지 키우겠다고 약속했다. 첫 번째 작업은 중형세단 S80보다 더 큰 대형세단의 개발이다. 지난해 11월 독일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컨셉트U’라는 시제작 차를 선보였다. 양산 시기는 2015년으로 예정됐다.

볼보의 한국 내 입지는 미약하다. 올해 1~4월 수입차 판매는 유럽 차가 전체의 74%를 점유했다. 독일차는 이 기간 전체의 64%(2만5544대)나 됐다. 같은 유럽차인 볼보는 불과 1.2%(477대)에 그쳤다. 기자가 보기엔 볼보는 수입차에서 가장 저평가된 브랜드다. 우선 고급차 가운데 가격 대비 가치가 높은 편이다. 또 한국 지형에 적합한 서스펜션으로 쫀득한 핸들링 실력을 보여준다.

여기에 추종을 불허하는 안전장비와 공간 디자인, 그리고 어디에서나 어울리는 실용디자인이 호감을 준다. 이런 장점이 입소문을 타면 바람을 일으킬 수도 있으리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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