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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대1로 보는 군 개혁 무산의 교훈

군 상부구조, 즉 합동참모본부(합참)를 개조하려던 국방개혁 법안이 13개월 만에 예상대로 폐기됐다. 막판엔 저항 기류가 강한 해ㆍ공군에 합참차장(중장) 자리까지 보장하며 18대 국회에서 어떻게든 해보려 한 국방부는 허탈하게 됐다. 그 기분을 지난달 20일 김관진 국방부 장관은 “아쉽다”는 말에 실었다.

그런데 장관은 쉽게 납득하기 어려운 얘기를 덧붙였다. 한 시간쯤 기자들을 만나 개혁의 필요성을 역설하면서 “현재 개혁안의 틀을 대부분 유지해 19대 국회에는 처리되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국방 관계자들 사이에서 ‘19대 때는 좀 더 쉽게 의원 입법으로 갈 수 있을 것’ ‘국회 국방위가 어떻게 구성되고 있는지 보는 중’이란 말도 나돌고 있다.

그런데 18대 국회에서 국방개혁안이 실패했던 과정을 돌아보면 아무래도 의문이 든다. 실패 원인은 간단하다. 개혁이라고 시작했지만 그게 개혁이라는 데 대한 광범한 동의를 얻지 못한 것이다. 국회 국방위원회만 해도 야당은 고사하고 여당 의원들도 설득하지 못했다. 도대체 뭐가 문제였을까.

‘36대1’이란 숫자가 상징적이다. 누가 봐도 경쟁률임을 알 수 있는 이 숫자는 합참의장에 오른 육군 대 타군의 비율이다. 36(육):1(공):0(해). 1954년 1대 이형근 육군대장 이래 현재 정승조 37대 의장까지 비(非)육군 출신은 25대 이양호 의장(공군 참모총장)뿐이었다. 군 작전의 최고위직인 합참의장을 독차지해 온 과거에 대해 육군은 프라이드를 갖겠지만 해ㆍ공군은 자괴감을 느낀다. 특히 해·공군은 “현대전에서는 합동성 강화가 핵심인데 육군만이 합참의장을 맡는 구조가 계속돼야 하는 거냐”에 대해 강력한 의문을 품고 있다.

합참의장에 대한 인식이 서로 완전히 다른 데다 국방부가 합참의장이 각군 참모총장을 지휘하게 만드는 국군조직법과 국방개혁법 개정안을 내놓자 육·해·공군 사이에선 아군끼리의 저강도 전쟁 같은 긴장이 펼쳐졌던 게 사실이다.

법안의 의도는 좋다. 군이 천안함·연평도 사태 때 갈팡질팡했고 2015년 전시작전권 환수를 앞두고 있어 강하고 효율적인 지휘부를 만든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각군 총장을 함참의장이 지휘하게 만든다는 방침은 그런 식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지휘를 받지 않는 지금도 해·공군이 육군에 눌려 있는데 법이 바뀌면 앞으로는 영원히 육군 밑에 깔리게 된다”는 격한 감정이 확 퍼졌다. 그런 정서가 개혁안 내용 전체에 걸쳐 갈등을 일으키는 원인이 됐다.

이런 반발은 해ㆍ공군 이기주의에다 자리 다툼 같아 보이고 사실 그런 측면도 있다. 그러나 무시할 순 없다. 더 들여다 보면 그 속엔 ‘현대전에서 육ㆍ해ㆍ공군의 역할’에 대한 치열하며 불가피한 논쟁이 깔려 있다.

각각 5만 정도인 해·공군에 비해 육군은 병력이 50만. 전시에 북한과의 지상전에서 가장 피를 많이 흘릴 병력이다. 육군은 계속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그러나 전쟁 양상은 달라져 간다. 2003년 이라크 전쟁을 통해 현대전에서 해·공군이 차지하는 비중이 드러났다. 우리도 천안함ㆍ연평도 사태, 아덴만 여명 작전 같은 데서 빠르게 커가는 해ㆍ공군의 역할을 본다. 이지스함이나 F-15 전투기처럼 거대하고 힘센 무기로 무장한 해ㆍ공군이 부상하는 건 자연스럽다.

그래서 육군 위주인 합참의장과 작전 담당을 해·공군과 순환 보직하자는 말이 끊임없이 나왔다. 그러나 ‘육참’으로 불리는 합참은 그런 변화를 제대로 소화하지 못했다. 그래서 소위 개혁법안은 ‘육군이 다 해먹는다’ ‘합동성이 더 악화된다’는 반론을 끌고 다녔다.

합참의 ‘육군 중심’ 상황을 악화시키고, 커가는 해·공군의 목소리를 반영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는 법안이 국회로 가면서 대립 양상은 고스란히 반복됐다. 국방부가 의원을 붙잡고 설명하면 곧바로 현역의 뜻을 담은 예비역들이 반대 설명을 했다. 해·공군뿐 아니라 육군 출신 장성들도 가세했다. 의원들은 고개를 저었다. 이런 정치적 상황이 18대 국방위원회에서 개혁법 처리 무산으로 나타난 것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김 장관이 “19대 국회에도 같은 내용과 방식으로 군개혁을 추진하겠다”고 한 것은 실패의 원인을 되새기지 않는 것 같은 인상을 준다. 개혁 기치를 건다고 모든 변화가 반드시 옳은 것은 아니다. 김 장관이 19대 국회에 다시 군개혁을 추진한다면 군 간 대립을 해소할 수 있는 내용을 담은 새 틀로 다시 시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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