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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적 저평가 블루칩 … 다들 그녀를 너무 몰랐다

유선영은 올해 LPGA 투어 상금랭킹 3위로 한국선수 중 가장 잘나가는 선수다. 사진은 지난달 19일(한국시간) 열린 롯데 LPGA 챔피언십 때의 경기 모습. [하와이 AP=연합뉴스]
2010년 유선영(26·정관장)이 LPGA 투어 사이베이스 매치플레이 챔피언십에서 우승했을 때 골프계 반응은 시큰둥했다. “매치플레이는 이변이 많기 때문에 유선영이 우승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의견이 많았다. 유선영이 우승할 실력이 안 된다는 의미였다. 유선영은 당시 국내에 거의 알려지지 않았고, 스폰서조차 없는 무명 선수였기 때문에 그렇게 생각하는 게 이상한 일도 아니었다.

올해 4월 메이저 대회인 크라프트 나비스코의 챔피언이 됐을 때도 이러한 시각은 크게 바뀌지 않았다. 청야니(23·대만)와 서희경(26·하이트), 김인경(24·하나금융그룹) 등 선두권 선수들이 막판에 흔들려 어부지리로 따낸 우승이라는 의견이 있었다. 그러나 유선영이 지난달 30일 끝난 모빌 베이 클래식에서 4위에 오르자 사람들도 눈을 비비고 그를 봐야 했다. 최근 LPGA 투어 네 경기에서 유선영은 2위-1위-18위-4위를 기록했다. 유선영은 우리가 알고 있는 것보다 훨씬 뛰어난 선수다.

시즌 초반이지만 유선영은 벌써 6억원을 넘게 벌었다. LPGA 상금 랭킹 3위다. 올해의 선수상 부문에서는 청야니에 이어 2위다. 한국 선수 중에서 최고의 활약이다. 가냘퍼 보이지만 그의 기록을 꼼꼼히 살펴보면 유선영이 보기 드문 대형 선수란 것을 알 수 있다. 그의 드라이브샷 거리는 평균 264야드로 29위다. 한국 선수 중 그보다 멀리 때리는 선수는 장타로 유명한 이지영과 허미정(266야드), 박세리(265야드)뿐이다. 일반적으로 드라이브샷과 페어웨이 적중률은 반비례한다. 하지만 유선영은 장타를 치는데도 페어웨이 적중률이 77%(13위)다. 거리와 정확성을 겸비한, 드라이버를 가장 잘 다루는 선수 중 한 명으로 볼 수 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아이언이다. 그의 그린 적중률은 76.8%다. 투어 2위다. 그린 적중률은 스코어 다음으로 골프에서 중요한 숫자다. ‘그린 적중률이 높은 선수=뛰어난 선수’라는 공식이 통한다. 타이거 우즈, 안니카 소렌스탐, 로레나 오초아 등 투어를 지배한 선수는 모두 그린 적중률이 높았다. 유선영의 그린 적중률은 LPGA 투어 역대 한국 선수 중 최고다. 이전까지 최고는 박세리다. 전성기인 2003년에 기록한 73.3%다. 유선영은 그 기록을 가뿐히 뛰어 넘는다. 유선영은 그린 중앙을 보고 때리는 수비적인 선수가 아니라 핀을 공격하는 스타일인데도 그린 적중률이 높은 것은 이례적이다.

유선영이 나비스코 챔피언십의 전통에 따라 호수에 뛰어드는 우승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유선영은 “스윙이 궤도에 올랐고, 샷은 내가 좋은 편”이라고 말했다. 그의 샷은 ‘좋은 편’이라는 말로는 부족하다. 현재 LPGA 투어 최고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겸손한 표현 아니냐”고 했더니 “내가 직접 최고라고 말하기는 민망하지 않으냐”고 했다. 속으로는 자신의 샷이 최고라고 생각한다는 뜻이다.

그가 실력에 비해 저평가된 이유는 단순하다. 한국 골프계가 그를 잘 몰랐다. 유선영은 주니어 시절 국가대표를 지냈고, 우승도 여러 번 했지만 신지애나 최나연처럼 센세이션을 일으킬 정도는 아니었다. 그의 아버지 유대림씨는 다른 골프 대디와 달리 따라다니면서 극성으로 딸을 챙기지 않아 이른바 마케팅도 안 됐다. 유선영은 주니어 시절을 조용히 보냈다. 다른 유망주들은 프로 데뷔 후 KLPGA 무대에서 팬들에게 가까워졌지만 유선영은 고교를 졸업하자마자 미국으로 건너가 버렸다.

그의 목표가 명확했기 때문이다. 고 3때 푸에르토리코에서 열리는 국제 대회에 나갔다가 조기 미국 진출 결심을 굳혔다. 직접 본 미국의 골프 환경이 마음에 들어 뛰어난 선수가 되려면 일찌감치 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당시 KLPGA 투어에 데뷔하면 2년 이상 국내에 머물러야 한다는 조항이 있었는데 그것도 탐탁지 않았다.

2005년 유선영은 미국 2부 투어에서 뛰었고, 이선화·배경은과 함께 2006년 1부 투어로 올라갔다.

유선영은 또래 선수들에 비해 골프를 늦게 시작한 편이다. 초등학교 6학년 때 아버지를 따라 연습장을 들락거리기 시작했다. 그는 “공부를 하라는 부모님과 1년 정도 줄다리기를 했다. 골프를 못하게 하면 학교에 안 간다고 떼를 썼다”고 말했다. 곡절 끝에 골프부가 있는 서문여중에 들어갔는데 어려움이 많았다. 초등학교에서 가장 잘 치는 선수들이 오는 학교였다. 골프 초보인 유선영이 그들과 경쟁해야 했다.

함께 학교를 다닌 후배 중 한 명이 나비스코 챔피언십 연장전에서 맞선 김인경이다. 김송희도 서문여중 후배다. 유선영은 기죽지 않았다. 그는 성격이 단순한 편이다. “낙천적이고 긍정적이다. 흥분하지도 않고 좌절하지도 않는다. 그냥 내가 원하는 목표를 향해 계속 달려가는 스타일”이라고 말했다. 그 성격이 경기에서는 포커 페이스로 나타난다. 2010년 매치플레이 우승할 때 그랬다. 만만치 않은 대진이었다. 그는 당시 최고의 샷을 날리던 김송희·신지애·청야니 등 강호들을 꺾었다. 결승에서 만난 안젤라 스탠퍼드는 쉬운 상대였다. 유선영의 멘털은 그의 샷만큼 ‘좋은 편’이다.

유선영은 중3 때 전국 대회에서 우승하기 시작했다. 고3이던 2004년 국가대표가 됐다. 운동신경이 도움이 됐다. 유선영은 발목이 매우 가늘다. 잘 달리는 말의 발목이 가늘다. 국가대표 시절 달리기를 하면 유선영이 항상 1등이었다. 테니스·배드민턴 등 모든 스포츠를 잘했다. 부친 유씨는 “선영이가 자전거를 배울 때 한번에 그냥 타고 가더라. 롤러스케이트도 바로 배워 씽씽 달렸다. 선영이 어린 시절 아파트 경비 아저씨들이 자전거를 배우는 아이를 보면 ‘선영이가 아주 잘 타니 걔한테 배워라’고 할 정도로 운동에 능했다”고 말했다.

유선영은 스윙에 대한 욕심이 많다. 그는 “다른 건 될 대로 되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그러나 스윙에 대해서는 고집이 있다. 대충 넘어가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그래서 유선영은 LPGA 투어에서 선수들이 가장 부러워하는 스윙을 만들었다. 유선영은 골프에 적합한 몸에도 관심이 많다. 겨울이면 식이요법을 하며 닭가슴살 샐러드만 먹는다. 호리호리한 편이지만 그의 몸은 다 근육질이다. 순발력이 강하고 임팩트에 온 힘을 쏟아 넣을 능력이 된다.

“나쁜 편은 아니지만 퍼트와 쇼트게임을 더 보완해야 한다”고 유선영은 말했다. 퍼트를 ‘좋은 편’으로 만든다면 유선영은 청야니에게 뒤질 게 없다.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던 유선영이 한국의 에이스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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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