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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라푸마 공동기획 해외국립공원을 가다 ⑪ 요세미티 국립공원

파노라마 트레일을 걷는 내내 그림 같은 경관이 펼쳐졌다. 거대한 바위산에 뿌리를 내리고 자라난 수없이 많은 나무들이 초록색 융단처럼 부드럽게 산을 감싸안았다.

요세미티(Yosemite) 국립공원의 관문, 요세미티 터널에 들어가는 순간 시간여행이 시작됐다. 100만 년 전 빙하가 침식하면서 형성된 골짜기에는 2000m 높이의 거대한 암봉이 불쑥불쑥 솟아 있었다. 봉우리 아래에는 키 100m를 훌쩍 넘긴 자이언트세쿼이아 나무가 빽빽이 들어서 있었다. 곳곳에서 만년설이 녹아 생긴 폭포수가 묵직한 굉음을 내며 흘러내렸다. 아무래도 요세미티는 사람이 살아서는 안 될 곳처럼 보였다. 인간을 배제한 자연 그대로 있어야 할 곳이었다. 그래서인가. ‘요세미티’는 아메리카 인디언 토착어로 곰을 뜻한다. 그래, 곰 정도는 돼야 요세미티에 어울릴 것 같았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시에라네바다 산맥에 위치한 요세미티 국립공원에는 해마다 400만 명 넘는 사람이 몰려든다. 그들은 요세미티에 들어와서 잠깐이라도 자연과 동화됐다 돌아간다. 해먹에서 낮잠을 자던 아이가 종달새 지저귀는 소리에 부스스 잠에서 깨고, 나이 지긋한 노부부는 세쿼이아 그늘 아래에서 트럼프 놀이에 빠져 시간 가는 줄 모른다. 미국 국립공원의 정신과 같은 곳 요세미티를 다녀왔다.

글·사진=홍지연 기자


골드러시, 서부개척 그리고 요세미티

요세미티 밸리 캠핑장 주변을 산책하고 있는 한 가족. 그 양옆으로 어마어마한 키의 나무가 보인다.
요세미티 국립공원의 역사는 미국 서부개척사와 맥을 같이한다. 1800년대 중반 캘리포니아 지역에서 사금이 발견됐다. 산속 깊은 곳에서 발원된 물줄기에서 금이 나온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이른바 골드러시(Gold Rush)가 시작됐다.

강 속에 금 조각이 있다는 소문을 듣고 유럽뿐 아니라 중국에서도 몰려들었다. 사금은 빠른 속도로 고갈됐다. 금을 찾는 사람들은 새 금맥을 찾아 더 깊은 산 속으로 들어갔다. 그러다 발견된 곳이 요세미티 밸리다. 살아 있는 것이라곤 마른 선인장과 키 작은 관목뿐이었던 사막과 달리 요세미티 밸리에는 지구에서 가장 큰 나무 자이언트세쿼이아가 우거진 숲을 이루고 있었다.

계곡 안에는 400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네이티브 아메리칸(인디언)이 살고 있었다. 땅을 사고 판다는 개념 자체가 없는 토착민들을 상대로 금을 찾으러 온 사람들이 소유권을 주장했다. 거래 대신에 전쟁, 아니 학살이 시작됐다. 곰 한 마리와 네이티브 아메리칸을 죽이고 받는 포상금이 같았다.

요세미티 국립공원을 돌아다니면 야생동물과 흔하게 마주친다. 이 동물은 다람쥐과에 속하는 마멋이다.
요세미티로 향하는 길에서 군데군데 마을의 흔적이 보였다. 서부개척 시대 네이티브 아메리칸을 학살하러 다니던 자들의 거처라고 했다. 국립공원에 들어서서는 맨 먼저 머세드 강을 둘러보았다. 요세미티를 관통하는 젖줄과 같은 강이다. 골드러시 시대 흐르는 금맥으로 통했던 바로 그곳이다. 혹시나 금을 볼까 하는 마음으로 뚫어지게 강바닥을 바라보다 이내 쓴웃음을 짓고 말았다.

있는 그대로 철저한 보존 원칙

샌프란시스코 일대 인구가 갑자기 늘어나자 물 부족 문제가 불거졌다. 요세미티 밸리 북쪽 투올름 강에 해츠해치 댐이 들어섰다. 댐이 들어서면서 지금의 요세미티 밸리만 한 면적의 땅이 수몰됐다.

그때 마구잡이 벌목과 훼손이 자행되는 현장을 안타깝게 지켜본 사람이 있었다. 미국 환경운동의 아버지라 불리는 존 뮤어((John Muir, 1838~1914)였다. 그는 뜻이 통하는 사람을 모아 요세미티 밸리 보존운동을 벌였다. 그는 1889년 요세미티를 국립공원으로 지정할 것을 주장했고 이듬해 국회에서 법안이 통과됐다.

국립공원 관리사무소에서캠핑 허가증 발급 등 업무를 처리하고 있는 직원들.
지난날을 사죄라도 하는 걸까. 미국 정부는 유난하다 싶을 정도로 까다로운 규칙을 적용해 요세미티를 관리한다. 국립공원 관리국은 있는 그대로의 자연 보존을 철칙으로 삼고 있다. 밑동 둘레가 10m에 달하는 나무가 쓰러져 길을 막아도 사람들이 지나갈 최소한의 틈만 낼 뿐 치우지 않는다. 쓰러진 나무에 벌레나 야생동물이 터를 마련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요세미티에는 사슴·매멋·다람쥐·코요테·곰 등 80여 종에 달하는 포유류와 130종이 넘는 새가 살고 있다.

캠핑장 진입로 옆 숲에서 야생 늑대 한 마리가 땅을 파고 있었다. 늑대는 자동차가 지나가자 무심한 표정으로 한번 돌아보더니 하던 일을 계속했다. 견과류 냄새를 맡았는지 청설모도 슬그머니 사람 쪽으로 다가왔고 종달새 한 마리도 신비로운 소리를 내며 날아들었다. 요세미티의 야생동물에게 인간은 전혀 위험이 되는 존재가 아니었다.

파노라마 트레일을 걸으며 마주한 계곡

여름 시즌인 7~10월 요세미티에는 200명이 넘는 공원관리직원(레인저)이 상주한다. 레인저는 동물이 아니라 사람을 감시한다. 이를테면 야생동물에게 먹이를 주지 못하게 한다. 인간이 주는 먹이에 길들여지면 야생성을 잃어버리기 때문이다. 모든 식량은 잠금장치가 있는 철제 통에 보관하도록 시킨다. 음식 냄새를 맡은 곰이 캠핑장으로 내려오는 일이 종종 벌어진단다. 식량을 방치하면 레인저가 모두 수거해 간다. 경고로 끝날 수도 있지만 재수 없으면 5000달러(약 530만원)나 되는 벌금을 물 수도 있다.

13.6㎞ 트래킹 코스 ‘파노라마 트레일’

요세미티 국립공원에는 해마다 400만명이 넘는 방문객들이 자연을 만끽하러 몰려든다. 텐트는 물론 캠핑 트레일러인 카라반, 해먹 등 온갖 장비들과 사람들로 캠핑장이 가득찼다.
자연발생한 산불로 인해 타버린 나무들.
버스 투어(25달러)를 하면 요세미티 밸리를 서너 시간 만에 둘러볼 수 있다. 하지만 요세미티 국립공원(약 3000㎢)에서 밸리 면적이 1%도 안 된다는 걸 감안하면, 말 그대로 ‘빙산의 일각’만 구경하는 셈이다. 요세미티의 야생에 발이라도 담그자는 심정으로 파노라마 트레일 트레킹에 나섰다. 파노라마 트레일은 요세미티 밸리 동남쪽 부근에 위치한 글레이셔 포인트부터 네바다 폭포까지의 능선 길로 편도 13.6km, 6~8시간 정도 걸리는 트레킹 코스다.

캠핑장에서 차로 30~40분 걸려 글레이셔 포인트에 도착했다. 해발 2200m 글레이셔 포인트에서 내려다 본 요세미티 밸리는 또 다른 느낌이었다. 화강암 능선 위로 우뚝 솟은 하프돔과 웅장한 바위산을 반으로 쪼갤 기세로 떨어지는 네바다 폭포가 한눈에 들어왔다. 산만 한 크기의 화강암이 겹겹이 이어져 있었고, 바위산 밑으로는 온통 숲이었다. 바람이 일자 초록빛 벨벳 같은 숲 전체가 고요하게 울렁거렸다.

트레킹을 마치고 캠핑장에 돌아왔다. 저녁을 먹은 뒤 공동샤워장으로 향했다. 몇 개 없는 가로등도 다 꺼진 밤, 의지할 것이라고는 헤드랜턴뿐이었다. 온종일 뒤집어쓴 먼지를 씻어내고 고개를 젖혀 크게 기지개를 켰다. 무심결에 올려다본 하늘은 한 폭의 그림 같았다. 세쿼이아 나무 끝자락이 모여 카메라 조리개 모양 하늘을 동그랗게 도려냈다. 둥근 앵글 안쪽으로 수많은 별이 촘촘하게 박혀 있었다.

텐트 대신 비박을 선택했다. 평평한 흙바닥에 매트를 깔고 침낭을 펼쳤다. 살짝 내놓은 얼굴에 닿는 서늘한 기분이 좋았다. 적막하다고 느껴질 정도의 고요 속에서, 땅의 것과 하늘의 것이 한데 어우러져 연출한 장관을 하염없이 바라보다 새벽녘이 돼서야 겨우 잠들었다.


여행정보 요세미티 국립공원 입장료는 자동차 한 대에 20달러다. 자동차를 탄 사람 모두의 입장료가 포함돼 있다. 자동차를 이용하지 않으면 1인 10달러다. 두 경우 모두 입장권 유효기간은 7일이다. 호텔·펜션 등 공원 내 숙박시설 예약은 ‘요세미티 닷컴(www.yosemite.com)’에서, 캠핑장 예약은 연방정부 여가 관련 홈페이지(www.recreation.gov)에서 할 수 있다. 정규 캠핑장이 아닌 곳에서 밤을 지낼 경우 방문 날짜 기준 168일 전에 예약해 허가증을 받아야 한다. 홈페이지에서 신청서를 다운받아 작성한 뒤 요세미티 국립공원 관리사무소에 팩스·우편·전화로 예약해야 된다. 한국에서 요세미티 국립공원에 가려면 샌프란시스코나 로스앤젤레스로 간 다음 자동차로 이동해야 한다. 자세한 정보는 미국 국립공원 관리국 홈페이지(www.nps.gov/yo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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