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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아빠처럼… 의젓하네 ‘미니미 스타일’

이탈리아 브랜드 구찌의 아동복 ‘구찌 칠드런’을 입은 모델 최호진(7)군과 마르니의 아동복 ‘마르니 밤비노’를 입은 모델 최지원(5)양. 최군은 구찌의 성인용 휴양지 패션을, 최양은 마르니의 성인용 원피스를 닮은 의상을 입었다.
“아이 하나밖에 없는데 비싸더라도…”라는 엄마와 “그래도 이건 너무하다”는 아빠. 아이 옷값을 둘러싸고 흔히 벌어지는 실랑이다. 지난 주말 서울 압구정동 갤러리아백화점 5층 유·아동복 코너에서 만난 박상근(43·서울 논현동)씨 부부는 잠깐의 고민 끝에 20만원대 면 소재 원피스를 구입했다. 어린이날을 앞두고 하나뿐인 딸에게 줄 선물을 고르러 나온 참이었다. 어른 옷값 뺨치는 만만찮은 가격이지만 부인 차숙영(40)씨는 “내 아이를 위해서라면 어떻게든 마련해 줄 수 있다”며 웃었다. 서울 남대문시장을 주름잡던 아동복 브랜드는 1997년 외환위기를 겪으며 주류에서 밀려났다. 그 자리엔 해외 브랜드의 어린이 의류 버전과 국내 아동복의 새로운 강자들이 각축을 벌이고 있다. 어린이날을 맞아 week&이 요즘 아동복 트렌드를 살폈다.

글=강승민 기자
사진=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원피스·드레스·재킷 등 성인 컨셉트 디자인 많아

패션 유행은 해외 고가 브랜드가 주도권을 쥐고 시장을 끌어나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새로운 디자인을 선도하지 못하면 높은 값을 지불하는 까다로운 고객의 취향을 만족시킬 수 없어서다. 고가 브랜드가 치고나간 트렌드를 6개월쯤 뒤엔 그 다음 순위 가격대의 브랜드가 좇고, 대개 2~3년 후 대중화되는 것이 유행의 순서다. 아동복 트렌드도 마찬가지다. 이 분야에서 첨단 유행은 해외 브랜드가 주도하고 있다.

최근 수년간 해외 브랜드 아동복 디자인의 화두는 ‘미니미’다. ‘미니미’란 영화 ‘오스틴 파워’에 쓰인 말로 생김새가 비슷하지만 크기는 작은 인물을 뜻한다. 아동복에서 ‘미니미’ 디자인은 부모가 입는 옷과 비슷한 디자인 의상을 아이 사이즈로 줄여 만드는 것을 일컫는다. 알록달록한 원색을 써서 아동용 의류임이 확연하게 드러나는 디자인보다는 성인용 의상의 유행 경향을 따라 아동복을 만드는 것이다.

예를 들어 이탈리아 브랜드 ‘마르니’는 올 봄·여름 성인용 의류에 큼지막한 물방울 무늬를 반복해 넣은 원피스를 내놓았는데 아동용 의상에도 유사한 디자인의 옷을 냈다.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의 아동복 편집숍 ‘분주니어’ 김경숙 매니저는 “아동용인 ‘마르니 밤비노’는 성인 마르니의 팬인 엄마들이 주로 찾는다”면서 “엄마의 취향이 그대로 아이에게 전달되는 게 이런 ‘미니미’ 디자인의 특징”이라고 전했다.

영국 브랜드 버버리도 최상위 라인인 ‘버버리 프로섬’의 남성용 재킷이나 여성용 드레스·재킷 등을 아동용으로 크기를 줄여 상품화하고 있다. 지난해 봄·여름용 샤넬 패션쇼엔 샤넬 특유의 트위드 재킷을 입은 남아 모델이 등장하기도 했다. 올 3월 말엔 미국 브랜드 ‘갭’에서 디자이너 다이앤 본 퍼스텐버그가 디자인한 아동용 의류도 나왔다. 갖가지 프린트를 쓴 여성용 원피스인 ‘랩드레스’를 크게 히트시킨 퍼스텐버그는 아동용 드레스 여러 벌을 선보였다.

국내 브랜드도 성인 의상 디자인과 크게 다르지 않은 아동용 의상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2009년 첫선을 보인 아동복 브랜드 ‘닥스 키즈’ 의 이진영 본부장(디자인 기획실)은 “꾸미지 않은 듯, 자연스러운 매력이 드러나게 디자인하는 것이 요즘 추세”라면서 “‘작은 어른’ 같은 느낌이라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런 경향에 맞춰 닥스 키즈는 회색·흰색·감청색 등 차분한 색상을 기본 컬러로 사용하고 여기에 최근 성인 의류의 유행색인 오렌지색이나 파스텔 색상 등을 섞어 아동복을 디자인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유아복은 지고 아동복 시장이 뜨는 모양새다. ‘황금돼지해’로 불린 2007년에 출산율이 증가해 반짝 특수를 누리던 유아복 시장은 최근 주춤한 반면, 2000년 ‘밀레니엄 세대’로 불리는 아동 인구가 늘면서 아동복 시장이 커지고 있다. LG패션 자료에 따르면 ‘프리틴’으로 불리는 10~14세 인구는 300만 명 이상이지만 ‘주니어’(15~18세), ‘키즈’(5~9세), ‘베이비&토들러’(0~4세)는 각각 200만 명대에 머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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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복 전문이 낫다 vs 뭐니뭐니 해도 명품

지난주 뉴욕 타임스는 “버버리의 아동복 분야가 지난해 9100만 달러(약 1000억원) 매출을 올렸고 이는 전년 대비 23%나 성장한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어 “버버리의 아동복 단독 매장 12개는 대부분 아시아·중동 지역에 있는데 이 지역에서 버버리는 명품 이미지를 등에 업고 아동복 분야로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는 해설도 곁들였다. 이런 추세를 반영하듯 국내에 소개되는 명품 브랜드의 ‘아동복 버전’도 크게 늘었다. 버버리를 비롯해 아르마니·D&G·몽클레르·펜디·랄프로렌·마크제이콥스·폴스미스 등이 국내 아동복 시장에 진출해 있다.

패션 비평가로 활동 중인 케이시 호린은 뉴욕 타임스 기사에서 우리나라와 크게 다르지 않은 미국 아동복 시장의 현황을 전하며 “과연 아동복 전문 브랜드가 아닌 명품 성인 의류의 ‘미니미’ 버전이 좋은가”하는 의문도 제기했다. “한땀 한땀 장인의 손길을 넣은 명품 의류라는 것이 과연 아동복에도 적합한가”라는 문제 제기다. 호린은 기사에서 몇몇 명품 브랜드의 아동복을 직접 사서 의류 전문가 두 명에게 주며 ‘가격 대비 만족도’를 묻기도 했다. 기사에 따르면 ‘미국 의류 산업에서 존경받는 인물’인 브랜드 ‘띠어리’의 창업자 앤드루 로젠과 의류 생산 전문가인 신디 페라라가 품질검사에 참여했다. 결과는 흥미롭다. 페라라는 한 명품 브랜드의 여아용 드레스를 보고선 “이음매에서 딱 맞아떨어져야 하는 드레스 프린트가 어긋나 있는 걸 보니 이 브랜드 장인들은 아동복 제작 경험이 거의 없었을 것”이라고 혹평했다. 로젠은 “성인용 제품은 절대 이렇게 안 만들 것”이라고 비난했다. 또 다른 명품 브랜드의 ‘미니미’ 재킷도 도마에 올랐다. 페라라는 “옷 자체를 제대로 못 만들었다”고 했고, 로젠은 “품질에 비해 가격이 높은 편”이라고 평했다.

페라라가 “(보통 아동용 의류보다 훨씬 비싸지만) 충분히 가격을 지불 할 만하다”는 후한 평가를 내린 상품도 있었다. 스텔라 매카트니에서 나온 니트로 만든 아동용 ‘튜닉’(소매가 없고 헐렁하며 엉덩이를 살짝 덮는 길이의 여성용 상의)이 그것이다. 또 그는 버버리의 아동용 트렌치 코트에 대해 “역시 진품”이라고 평했다. 로젠은 랑방의 아동용 의상이 “높은 가격대와 사소한 바느질 흠에도 불구하고 진정한 고급 의상”이라고 말했다.

국내에서 20여 년간 고급 아동복을 만들어 온 한 의류회사 임원은 뉴욕 타임스가 제기한 문제점에 대해 “전적으로 동의한다”고 밝혔다. 그는 “일반적으로 아이들 체형은 배가 볼록 튀어나와 있고 몸통과 팔·다리의 비율도 성인과 차이가 있다”며 “성인 의상이 주력인 명품 브랜드에서 매출을 늘리기 위해 너도 나도 아동복 라인을 만드는데, 과연 이런 차이를 제대로 인식하고 아동복을 만들고 있는지 소비자가 현명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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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가용은 이제 그만” 활동 많은 아이들 위한 선크림 나와

1~13세를 대상으로 하는 아동전용 자외선차단제.라로슈포제(왼쪽), 시세이도
아동복에 불고 있는 ‘V.I.K(Very Important Kids)’ 열풍은 뷰티 업계로도 옮겨오는 추세다. 성인용 화장품 브랜드에서 아동용 제품을 내놓기 시작한 것이다. 키엘이나 록시땅처럼 ‘가족’을 컨셉트로 하는 브랜드들에서는 이미 몇몇 아동 제품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한 살 미만의 영아용 보습제 또는 온 가족이 함께 사용하는 샤워 젤이나 보디크림 종류가 대부분이었다.

 그런데 최근 시세이도와 라로슈포제가 아동 전용 자외선차단제를 출시했다. 시세이도의 홍보담당 전현정씨는 “환경오염으로 인해 피부에 미치는 자외선 강도가 높아지고 있어 자외선에 상대적으로 취약한 아이들을 위한 아동 전용 제품을 내놓게 됐다”고 말했다.

 자외선차단제 성분에는 자외선을 반사하고 흩어지게 하는 물리적 차단제와 태양광선 에너지를 분자 내에 잡아둠으로써 자외선을 흡수해 차단 효과를 나타내는 화학적 차단제가 포함돼 있다. 그런데 화학적 차단제 중 일부는 발암물질 유해성 논란이 제기되는 자극성 물질로 분류돼 있다. 그 때문에 we클리닉의 조애경 원장은 “아이들을 위한 자외선차단제라면 물리적 차단제인 티타늄디옥사이드(TiO2)와 징크옥사이드(ZnO)만 들어 있는 제품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고 했다. 자외선차단제는 하루 종일 수시로 여러 번 덧발라야 하기 때문에 성인들도 피부에 따라 트러블이 생길 수 있다. 밖에서 뛰어노는 시간이 어른보다 3배 이상 많은 아동이라면 햇빛을 볼 기회가 거의 없는 영아용 혹은 성인용 제품을 바르기가 애매해진다. 아동 전용 자외선차단제 출시가 반가운 것도 이 때문이다. 여섯 살짜리 딸아이의 자외선차단제를 구매하러 백화점에 나온 주부 이지연(40·잠원동)씨는 “성인 제품으로 신뢰할 만한 유명 브랜드에서 아이에게 무해한 성분만으로 제품을 만든다면 더 믿을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서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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