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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업 금융 지원, 결국 대기업 혜택으로 돌아가

중앙일보경제연구소와 하나금융경영연구소가 3일 공동 주최한 금융포럼에서 참석자들이 토론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정조 리스크컨설팅코리아 사장, 박경서 고려대 교수, 심상복 중앙일보경제연구소장, 이기영 경기대 교수, 노진호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 [안성식 기자]

“국내 중소기업의 절반 이상이 대기업과 하청·납품 관계에 있다. 그러다 보니 중소기업에 대한 정책금융의 혜택이 낮은 납품가격 형태로 대기업에 이전되는 경향이 있다. 중소기업의 생산성과 수익성이 떨어지는 것도 낮은 납품가에서 비롯되는 측면이 있다. 중소기업 금융정책을 대기업과 연계해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중앙일보경제연구소가 하나금융경영연구소와 공동으로 3일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주최한 금융포럼에서 이기영 경기대 교수는 ‘중소기업 정책금융의 현황과 성과’라는 주제발표를 통해 이렇게 말했다. 그는 “우리나라의 중소기업 대출 450조원 가운데 정책금융 비율은 29%에 달하며, 정부 보증잔액 규모는 국내총생산(GDP)의 7%로 중소기업의 나라로 불리는 대만(3%대)의 두 배 이상 된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한국의 중소기업 정책금융은 과도하게 집행되면서도 정작 필요한 초기 창업의 기술개발 기업들엔 제대로 지원되지 않는 문제를 안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에 대해 “정부의 정책목표가 산업과 사회·복지, 경기부양에 이르기까지 너무 복잡·다양한 가운데 일단 한번 지원받으면 10년이 넘도록 졸업하지 않는 중소기업이 많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이 교수는 또 “2003~2009년 새 이뤄진 188만 건의 중소기업 금융지원을 실증 분석한 결과 중소기업의 안정성에는 기여했지만 수익성이나 성장성을 높이는 데 기여했다는 증거를 찾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특히 신용보증기금과 중소기업진흥공단의 지원을 받은 기업들은 수익률과 성장성에 부정적 영향을 주는 경우도 나타났다. 또 신용보증기금의 경우 지원 대상이 도소매업(47%)에 집중됐고 제조업 지원은 0.1%에 불과했다.

 이 교수는 “결국 중소기업 정책금융이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며 “정부는 정책목표를 명확히 구분해 직접 대출과 지분 출자, 보증기관 운영 등에 전문성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토론에 나선 박경서 고려대 교수는 “이제 우리나라에도 잉여자본이 크게 늘었고 정보 인프라도 개선된 만큼 정부의 중소기업 지원 기능을 줄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초기 위험자본에 집중 투자하는 사모펀드(PEF)와 자본출자형 모태펀드는 정부가 나서 육성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중소기업 금융지원이 사회통합 등 정치적 목표까지 안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며 “시장실패의 해결과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에 대한 접근을 구분할 때가 됐다”고 강조했다.

 이정조 리스크컨설팅코리아 사장은 “대출 담당자들에 대한 책임 문제를 풀어야 한다”며 “과정보다는 결과만 놓고 문책하다 보니 적극적이고 창의적인 대출 결정을 내리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박상용 연세대 교수는 “정책금융 기관의 지배구조 개선도 꼭 필요하다”며 “비전문가가 낙하산으로 최고경영자(CEO)에 취임하는 일을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조윤제 서강대 교수는 “중소기업 정책을 자꾸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 차원에서 접근하다 보니 성과가 부진한 것”이라며 “정부 지원의 틀을 획기적으로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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