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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덕일의 고금통의 古今通義] 입하 더위

이덕일
역사평론가
내일(5일)이 어린이날이자 입하(立夏)날이다. 여름의 초입을 뜻하는데, 입춘(立春)·입하(立夏)·입추(立秋)·입동(立冬)을 사립(四立)이라고 한다. 사립에 춘분(春分)·하지(夏至)·추분(秋分)·동지(冬至)를 합하면 팔절(八節)이 된다. 팔절에 부는 바람이 팔풍(八風)이다. 입춘(立春)에 부는 바람이 조풍(調風)이고, 춘분(春分)에 부는 바람이 명서풍(明庶風), 입하(立夏)에는 청명풍(淸明風)이 분다. 하지(夏至)에 경풍(景風)이 불고, 입추(立秋)에는 양풍(凉風)이, 추분(秋分)에는 창합풍이 불고, 입동(立冬)에는 부주풍(不周風), 동지(冬至)에는 광막풍(廣莫風)이 분다.

 여름을 주명절(朱明節)이라고 한다. 청(靑)·황(黃)·적(赤)·백(白)·흑(黑)색이 오색(五色)인데 이 중에서 붉은색이 여름의 색이기에 붉을 주(朱)자를 쓰는 것이다. 『예기(禮記)』 ‘월령(月令)’에는 “입하일(立夏日)에 남교(南郊)에서 여름 기운을 맞이하면서 주명가(朱明歌)를 부른다”고 전하고 있는데, 이 때문에 옛날에는 황제가 입하날 남교로 나가 여름을 맞으면서 주명가를 불렀다.

 선조들이 절기를 중시한 것은 농사의 시기를 중시했기 때문이었다. 조선 후기 홍만선(洪萬選)이 지었다는 『산림경제(山林經濟)』 참외(甛苽)조에는 “3월에 소금물로 (참외)씨를 씻어 따뜻한 데 두었다가 마른 땅에 심는다”면서 ‘속방(俗方)에는 입하(立夏) 전 3~4일에 심는다’고 덧붙이고 있다. 속방이란 농민들이 사용하는 방법이란 뜻이다. 목화도 입하 무렵 심기 시작한다.

 고려 때는 입하날부터 임금에게 얼음을 진상했다. 그만큼 입하 더위도 만만치 않지만 옛날에 얼음은 빙표(氷標)가 있는 관료만 먹을 수 있는 귀한 음식이었다. 그런데 경상도 의성(義城)군 남쪽에 빙산(氷山)과 빙혈(氷穴)이 있었다고 한다. 광해군 때 김시양(金時讓)이 함경도 부계에서 귀양살이를 하면서 쓴 『부계기문』은 “문소현(聞韶懸: 의성)의 산에 구멍이 있는데 이를 빙혈(氷穴)이라고 한다”고 기록하고 있고, 조선 후기 허목(許穆)도 『미수기언』 ‘빙산기(氷山記)’에서 문소현의 빙산(氷山)에 대해 “이 산은 입춘 때 찬 기운이 처음 생겨 입하에 얼음이 얼고 하지(夏至) 막바지에 더욱 단단해진다”고 쓰고 있다.

 『세종실록지리지』에도 ‘의성현 남쪽 34리 지점에 빙산사(氷山寺)가 있고, 석혈(石穴)이 있는데 입하 후에 비로소 얼음이 언다’고 전하고 있다. 현재 의성군 춘산면에는 빙계리에 빙산사지(氷山寺址) 오층석탑(五層石塔)이 있는데, 통일신라 때 세운 빙산사가 그 모체이니 예부터 유명했던 자연의 선물임을 알 수 있다.

이덕일 역사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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