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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 여경·여검사·여군 … 이지은 경감의 시위에서 성 ‘차별’과 ‘구별’을 떠올린다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다음 단어에서 사람들은 어떤 느낌을 떠올릴까. 여학사(女學士)·여류작가·여학생·여선생·여교수·여의사·여경(女警)·여검사·여군. 뒤로 갈수록 직종 내 여성 인력 비율이 적게 느껴진다. 앞쪽 여학사·여류작가는 이미 실생활에서 거의 쓰이지 않는다. 굳이 ‘여’를 붙여 여성임을 표시할 까닭이 없어졌기 때문이다. 여학생·여선생만 해도 이제는 남학생·남선생과 구별하기 위한 쓰임새에 무게가 실려 있다. 성 ‘차별’보다는 ‘구별’이란 얘기다.

 뒤의 단어들은 좀 다르다. 구별과 차별의 뉘앙스가 뒤섞여 있다. 깊이 따질 것도 없이, ‘여’ 대신 ‘남’을 넣어서 어색한지 아닌지 살피면 된다. 남교수·남의사·남경·남검사·남군. 무척 낯설지 않은가. 바로 이 지점에서 단순한 구별은 젠더(성)에 따른 차별과 타자화(他者化)로 변질된다. 나만의 느낌이 아닐 것이다. 얼마 전 요란하게 매스컴을 탄 ‘벤츠 여검사’라는 말에 담긴 폭력에 가까운 성차별을 상기해보라.

 지난주 경찰청 수사구조개혁단 소속 이지은(34·경찰대 17기) 경감이 대구지검 서부지청 앞에서 1인 피켓시위를 벌였다. ‘밀양 고소사건’에 관련된 박대범 검사가 경찰의 소환에 응하라고 촉구하는 시위였다. 짧은 원피스에 선글라스 차림의 이 경감 사진은 다음 날 언론에 크게 보도됐다. 경찰관의 시위가 못마땅할 수 있지만 외국에선 드문 일이 아니다. 나는 이 경감의 시위에 검찰·경찰 간 갈등 외에 남성·여성·언론(대중)이 날줄, 씨줄로 얽혀 있다는 점에 더 관심이 간다.

 이 경감은 “휴가를 내 KTX를 타고 대구에 갔는데, 현장(서부지청)이 한적한 주택가라 행인이 없어 당황했다”고 말했다. 1인 시위를 시작하자 현지 경찰서 정보과 형사인 듯한 사람이 사진을 찍더니 다가와 “어떻게 오셨나요”라고 묻더란다. “서울서 온 경찰”이라 하자 놀라서 급히 보고하는 눈치였고, 서울 본청에서도 법석이 벌어졌다는 것이다. 어쨌든 홍보효과는 톡톡했다.

 “나를 주체적으로 표현하고 싶은데 의도와 달리 대상화돼 버리는 현상이 고민”이라는 이 경감의 말에서 ‘여경’을 벗어버리려는 신세대 경찰의 발랄한 의지가 엿보인다. 몸에 달라붙는 원피스를 훑어보는 대중, 특히 남성들의 시각이 되레 머쓱하다. 이 경감이 젠더와 사법 절차에 일가견이 있다는 점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그는 경찰대 졸업 후 서울대 사회학과 대학원에서 ‘경찰 내 성별 관계에 관한 연구’로 석사학위를 땄다. 여성 경찰이 남성 경찰과 동화되길 강요받거나 반대로 민원실 등 ‘여성에 어울리는’ 보직을 강요받는 현상을 비판적으로 고찰한 논문이다. 영국 케임브리지대에서는 ‘변호사와 판사 사이의 인간관계가 판결에 미치는 영향’ 논문으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한낱 해프닝성 시위는 아니라고 여겨지는 이유다.

노재현 논설위원·문화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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