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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파구립 리듬체조단, 지자체 유일의 리듬체조단 … 요정 26명 재능 발굴 구슬땀

“다다다닥, 탁-.” 한 소녀가 마룻바닥을 달린 뒤 온 힘을 다해 발돋움을 한다. 점프와 동시에 두 다리를 앞뒤로 벌리더니 공중에서 일(一)자 모양을 만든다. 이어 바닥에 사뿐히 내려선 그는 까치발을 하고 제자리에서 세 바퀴를 돈다. 주저 없이 오른쪽 다리를 옆으로 올리더니 손으로 잡아 몸을 Y자로 만든다. 바로 이어 앞구르기를 한다. 연속 동작에 한 치의 오차도 없다. 지난달 26일 오후 5시 송파구민회관에서 진행된 송파구립 리듬체조단 단원들의 연습 현장이다.


“발끝을 더 펴세요. 팔을 길게 뻗고 표정과 시선도 신경 써야죠. 등은 더 곧게 펴고….” 김지연(37) 감독의 말에 연습에 참가한 초등학생 단원 19명은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점프와 회전훈련이 한창이었다. 뛰고 돌고 구르는 동작 하나하나에 집중하는 단원들의 이마엔 땀이 맺혀있었다. 점프동작을 마친 뒤 유연성 강화를 위한 ‘일(一)자 앉기’ 훈련을 시작한 허정인(7·덕수초 1)양. 두 다리를 번갈아 앞으로 뻗으며 일자 자세를 유지하던 그는 얼마나 힘들었는지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5분 이상 한 자세를 유지해야 한다. 자세를 흐트러뜨리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그에게 “힘들지 않냐”고 묻자 “더 좋은 동작을 표현하기 위해선 이 정도는 이겨낼 수 있다”고 답했다. “한쪽 다리만 앞으로 뻗는 습관을 들이면 골반이 휘고 근육 불균형을 초래하기 때문에 체조를 하면서 예쁜 동작을 만들어내는데 한계가 있어요. 두 다리를 번갈아 앞으로 뻗어야 하는 이유죠.”

송파구립 리듬체조단 단원들이 17일 열리는 송파구민체육대회에서 공연할 다양한 동작을 연습하고 있다.

창단 14년, 대회 참가 등 공연 100회 넘어

송파구립 리듬체조단은 올해로 창단 14년째를 맞는다. 전국 자치구 중에서 리듬체조단을 운영하는 곳은 송파구뿐이다. 지금까지 참가한 대회와 공연을 합치면 100회가 넘는다. 현재 단원 수는 26명. 초등학교 1학년생부터 고교 1학년생까지 연령대도 다양하다. 매년 2월 열리는 오디션을 통과한 단원들이다. 오디션에서는 유연성과 리듬감 등을 평가한다. 때문에 리듬체조나 발레를 배운 경험이 있는 학생이 주로 뽑힌다. 단원이 되면 1주일에 세 차례 송파구민회관과 송파구청에서 공·줄·리본·훌라후프 같은 도구를 이용해 다양한 동작을 훈련하며 행사 때 공연할 작품을 준비한다. 송파구는 물론 지방에서 열리는 행사에도 초청을 받는다. 많을 때는 한 해 10회 이상 공연한다. 요즘에는 17일 열리는 송파구민체육대회 때 펼칠 공연을 준비하고 있다. 김 감독은 “새로운 행사가 잡힐 때마다 장소와 시간을 고려해 안무를 짠다”며 “구민체육대회에선 우리 아이들의 깜찍한 모습을 강조하기 위해 귀여움과 풋풋함을 주제로 공연을 꾸밀 예정”이라고 말했다.

 리듬체조단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행사는 매년 겨울에 열리는 정기공연이다. 한 해 동안 새롭게 짠 작품을 모아 선보이는 자리다. 단원들 부모와 송파구 주민들을 초청해 1년 동안 배운 동작을 뽐낸다. 윤수빈(14·문현중 2)양은 “내가 연습한 동작을 본 사람들이 좋아할 때 보람을 느낀다”며 “발레학원에서 어려운 동작 익히기에 급급했던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고 말했다.

리더십·자신감·협동심 키워 한 단계 성숙

어릴 때부터 몸이 약해 1주일에 두 차례 이상 코피를 쏟고, 겨울에는 감기를 달고 살았던 김민지(12·석촌초 6)양은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리듬체조단 단원으로 활동하면서 몸이 좋아졌다. 코피를 흘리지 않고 병원 한 번 가지 않았다. “몸을 움직이는 걸 싫어했어요. 집에 있을 땐 방에 누워 있거나 TV를 보는 게 일이었죠. 그런데 리듬체조단에서 꾸준히 운동하니 생활에 활기가 넘쳤고 자연스레 몸도 튼튼해졌습니다.”

 김수경(12·신가초 6)양은 지난해 12월 1일 열린 정기공연을 잊지 못한다. 공연을 3주 앞두고 연습에 열중하던 그는 회전 후 착지를 잘 못해 바닥에 쓰러졌다. 발을 헛디딘 것이다. 일어나려 안간힘을 썼지만 통증이 심해 다시 주저앉았다. 병원에서 인대 파열 진단을 받았다. 하지만 포기할 수 없었다. ‘내가 어떻게 준비해왔는데. 내가 없으면 공연에 지장이 있을 텐데’. 단체 공연은 5~6명이 하나의 작품을 완성해야 한다. 한 사람이라도 빠지면 안무 전체를 바꿀 수밖에 없다. 결국 김양은 병원 치료 1주일 만에 보호대를 한 채 다시 무대에 올랐다. “저 때문에 다른 친구들에게 피해를 줄 수 없다고 생각했어요. 아픈 건 나중에 치료하면 되지만, 공연이 망가지는 건 참을 수 없었죠. 공연을 마친 뒤 단원들로부터 ‘장하다’ ‘고맙다’는 말을 들었을 때 제 스스로가 자랑스럽게 느껴지더군요.” 이처럼 리듬체조는 학생들에게 리더십과 자신감·협동심을 길러주는 역할도 톡톡히 하고 있다.

김수경양은 올해 서울시교육청 음악영재로 선발됐다. 어려서부터 음악에 맞춰 춤추면서 익힌 리듬감 덕분이다. “송파구립 리듬체조단 활동은 제게 무용과 음악 분야 소질이 있다는 사실을 일깨워줬어요.” 그는 음악영재 교육을 받은 뒤 국립전통예술중·고등학교에 진학하는 것을 목표로 세웠다. 음악과 춤을 접목시킬 수 있는 뮤지컬 배우가 되는 게 꿈이다. 자신의 재능을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직업이라고 생각했다. “앞으로 잘 지켜봐 주세요. 체조단 이름을 빛내는 뮤지컬 배우가 될게요.”

 최고참 단원인 최해나(문현고1)양은 리듬체조단에서 10년째 활동하고 있다. 덕분에 그는 지난해 문현중 재학 때 학교 스타가 됐다. 당시 체육활동 중 하나로 창작무용 과제가 주어졌다. 5명이 한 조를 이뤄 주제를 정하고 안무를 짜 동작으로 표현해야 했다. 최양은 체조단에서 배운 동작을 응용해 초보자도 쉽게 따라 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주제는 ‘자유’였다. 리본을 이용한 공연은 교사와 친구들에게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최양은 “동작을 수동적으로 배우는 것보다 새로운 동작을 만들어 내는 과정이 굉장히 흥미로웠다”고 말했다. 이후 그는 ‘리듬체조선수를 양성하는 선수코치가 되겠다’고 꿈을 구체화했다. 선수코치는 음악으로 치면 작곡가 역할이다. 선수가 무대에서 보여줄 안무를 구성하고 정확한 동작을 표현하는 법을 제시한다. “리듬체조단에 있으면서 창작의 보람을 알았어요. 고교 졸업 후 예술대학에서 무용을 전공한 뒤 리듬체조 문외한도 ‘아름답다’고 느끼는 안무를 만들고 싶어요. 제가 가르친 제자가 제2, 제3의 손연재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겁니다.”

전민희 기자
사진=황정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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