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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 탄 30대 회사원 "기사가 운전중에…" 경악

운전 중에 DMB를 보는 건 음주운전보다 위험하다. 운전 중 DMB를 시청할 경우엔 전방주시율이 50.3%다. 혈중 알코올 농도 0.1%로 운전할 때(72%)보다 낮다. 하지만 이를 처벌할 규정은 현재까지 없다. [김도훈 기자]

지난 1일 밤늦게 회식을 끝낸 회사원 박모(30)씨는 귀갓길 택시에서 정신이 번쩍 들었다. 택시기사가 큰소리로 DMB를 켠 채 운전을 했기 때문이다. 그는 오른손으로 휴대전화 통화까지 했다. 박씨는 “운전에만 집중해 달라고 했지만 말을 듣지 않았다”며 “집에 올 때까지 손에 땀이 났다”고 말했다.

 차량 내 ‘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이 ‘운전석의 흉기’ 취급을 받고 있다. 1일 경북 의성에선 화물트럭 운전사 백모(66)씨가 DMB를 시청하다가 상주시청 소속 여자사이클 선수들을 덮쳐 선수 3명이 숨지고 감독 등 4명이 부상을 당했다. 백씨는 2일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 혐의로 구속됐다. <중앙일보 5월 2일자 18면>

 운전 중에 DMB를 보는 모습은 주변에서 쉽게 발견된다. 그만큼 차량에 설치된 DMB 기기가 많다. 한국전파진흥협회에 따르면 2010년 말 기준으로 차량용 지상파 DMB 판매량은 880만 대로 추정된다.

 DMB 시청은 음주운전보다 더 위험하다.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에 따르면 DMB 시청은 운전 중 앞을 보는 전방주시율이 50.3%다. 면허취소에 해당하는 혈중 알코올농도 0.1%일 때(72%)보다 낮다. 지난해 일어난 교통사고 중 약 54.4%(2997건)가 전방주시 태만이 원인이었다. 중앙선 침범(563건), 신호 위반(409건), 과속(138건) 등 다른 요인들을 합친 것보다 많다.

<여기를 누르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문제는 이를 막을 처벌규정이 없다는 점이다. 국회는 지난해 4월 “운전자는 자동차 등의 운전 중에는 DMB를 시청하지 아니할 것”이란 내용의 도로교통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그러나 당초 개정안에 있던 벌금 등의 처벌규정은 법안 심의 과정에서 삭제됐다. 국민 정서상 처벌을 강제할 수 없다는 의견 때문이었다. 지난 2월 새누리당 이사철 의원이 운전 중 DMB 시청에 대한 처벌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도로교통법 일부 개정안을 발의했다. 하지만 상임위에 상정조차 되지 못했다. 18대 국회는 2일 열린 본회의로 활동을 사실상 마감했다.

 해외에선 DMB 시청을 엄격히 규제한다. 미국에선 2005년부터 워싱턴DC 등 38개 주가 아예 운전자 시야에 DMB 등의 화상표시장치 설치를 금지했다. 어기면 약 100달러(11여만원) 정도의 범칙금을 낸다. 영국에선 운전자가 DMB 및 내비게이션을 켜거나 보기만 해도 최대 1000파운드(약 184만원)의 범칙금을 낸다. 호주는 차량이 정차 중이라도 운전자 자리에서 DMB 영상이 보이면 범칙금 225호주달러(약 26만5000원)를 매긴다. 일본도 운전 중 DMB를 시청하거나 손에 휴대전화를 들고 통화할 경우 7000엔(약 10만원) 정도의 범칙금을 문다.

 기술적 보완도 필요하다. 현재 국내 자동차업체들은 출고부터 설치돼 있는 내장형 DMB엔 주행속도가 시속 5㎞를 넘으면 음성만 나오도록 설정한다. 하지만 사용자가 시스템 모드에서 쉽게 해제할 수 있다. 더구나 운전자가 따로 장착하는 외장형 DMB엔 이런 기능 자체가 없다. 도로교통공단 현치성 선임과장은 “외부·내장형 DMB 모두 주행 중 화면이 꺼지도록 하는 의무규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노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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