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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투 끝 납치범 잡은 경찰 "목 찔리는 순간…"

인천 인하대병원에 입원 중인 이재경 경사가 사건 당시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강정현 기자]
“지금 생각해도 당시엔 어떻게 그런 힘을 냈는지…. 아마도 내가 입고 있던 경찰복이, 가슴에 단 경찰마크가 힘과 책임감을 준 것 같아요.”

 유리병에 목을 찔리는 중상을 입으면서도 격투 끝에 부녀자 납치범을 붙잡은 이재경(39·인천서부경찰서 서곶지구대) 경사는 수줍은 얼굴로 이렇게 말했다. 1일 인하대병원에서 환자복 차림의 이 경사를 만났다. <중앙일보 4월 27일자 20면>

 목에는 상처를 감싼 붕대가 눈에 띄었다. 상처가 나으려면 한 달 이상 치료가 필요하다고 했다. 그에게 먼저 사진부터 찍자고 요청했다. 그러자 “이거 이런 모습으로 찍어도 되는지 모르겠네요”라며 쑥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시종 이 경사는 다정한 이웃집 노총각이나 아저씨를 연상케 했다. 하지만 사건 당시를 설명할 때는 눈빛이 강렬했다. 지난달 25일 오전 5시가 좀 넘어 112 신고가 들어왔다. 중년 남성과 젊은 여성들이 서로 싸우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이 경사는 동료 한 명과 함께 현장에 도착했다. 그 순간 한 20대 여성이 뛰어와 “살려 달라. 칼을 갖고 있는 남자에게 납치당했다”며 애원했다. 곧이어 납치범 정모(31)씨가 달려와서는 “내 애인이다. 못된 짓을 하고 다녀 잡으러 왔다”며 여성을 끌고 가려 했다. 이 경사는 “처음엔 좀 어리둥절했지만 남자의 행동이 수상해 여성으로부터 떼어 놓았다”고 당시를 기억했다.

 잠시 뒤 정씨가 갑자기 인근 건물의 지하주차장으로 내달렸다. 범행이 들통 날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이 경사도 반사적으로 그를 뒤쫓았다. 지하 2층까지 내려갔다. 다소 어두운 지하주차장이어서 긴장감이 몰려왔다. 벽 뒤에 숨어 있던 정씨를 발견하고 붙잡으려는 순간 정씨가 술병으로 이 경사의 머리를 내리쳤다. 그러고는 곧바로 깨진 병으로 이 경사의 목을 찔렀다. 목에서 피가 확 뿜어 나와서는 ‘후드득’ 하며 주차장 바닥에 뿌려졌다.

 이 경사는 “머리를 맞는 순간 별이 번쩍한 데다 목까지 찔렸을 때는 눈에 보이는 게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잠깐 두려움도 느껴졌지만 ‘정말 나쁜 놈이구나. 절대로 놓쳐서는 안 되겠다’는 각오가 순식간에 자리를 잡았다”고 했다. 목에서 피를 흘리면서도 그는 정씨와 10여 분간 격투를 벌였다.

 “내가 싸웠다기보다는 내 경찰복이, 경찰관이라는 내 직업의식이 대신 손발을 움직인 것 같았어요.”

 동료들이 뛰어와 정씨를 체포하는 모습을 보는 순간 맥이 풀려 바닥에 드러누워 버렸다. 다시 정신을 차린 곳은 병원 침대 위였다.

 그는 이전에도 생명의 위협을 느낄 만한 현장을 서너 차례 겪었다고 했다. “사실 범인들이 날카로운 흉기를 휘두를 때면 머리가 쭈뼛 서지만 막상 맞닥뜨리면 내 본연의 임무를 해내게 되더라고요.”

 전북 정읍 출신인 이 경사는 부천의 한 전문대를 졸업한 뒤 건설회사에 입사했다. 하지만 남들을 돕고 보살피는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에 1999년 11월 순경으로 경찰에 입문했다. 이후 13년간 인천서부서에서만 교통사고 조사, 지구대 근무 등을 해 왔다. 노총각인 그는 “가출한 자녀를 찾아주거나 번거로운 민원을 해결해 줬을 때 듣는 ‘고맙다’는 인사가 가장 기쁘다”고 말했다.

 최근 수원 20대 여성 살인사건 등 몇몇 사건으로 인해 경찰이 여론의 질타를 받은 일에 대해 물었다. “맘이 많이 아프지만 그럴수록 경찰 본연의 임무에 최선을 다하면 국민이 다시 우리를 믿어 주리라 생각한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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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