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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생에 잔혹하게 피살 대학생 왕따? 치정?

‘10대들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왕따가 빚은 살인일까, 삼각관계에 따른 치정극일까’.

 서울 신촌 번화가의 한 공원에서 일어난 20대 남성 살인 사건의 범행 동기에 대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경찰은 지난달 30일 오후 8시50분쯤 서울 창천동 바람산공원에서 대학생 김모(20)씨를 살해한 이모(16)군과 홍모(15)양을 1일 붙잡은 데 이어 2일 공범 윤모(18)군도 검거했다. 현재 용의자들은 범행 사실 대부분을 인정했다. 하지만 구체적 살해 동기나 경위에 대해선 진술들이 서로 달라 경찰이 조사 중이다.

 ◆범죄의 재구성=고등학생 이군과 홍양은 연인 사이다. 김씨가 두 사람을 처음 만난 것은 올 초 스마트폰 메신저 카카오톡의 음악 관련 대화방이었다. 김씨는 온라인 게임 카페에서 만난 여자친구 박모(20)씨 소개로 이 대화방에 처음 들어갔다. 하지만 김씨가 사귀던 박씨와 헤어지고 난 뒤 대화방 회원 10여 명은 그를 ‘왕따’시켰다. 김씨를 따돌린 채 다른 대화방을 만든 것이다. 그러자 김씨는 이들에게 ‘신상을 털어 인터넷에 올리겠다’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경찰 관계자는 “이군과 친구인 윤군은 이에 대해 불만을 품고 범죄를 저질렀다고 진술했다”며 “김씨가 홍양에게 관심을 갖자 이군 등이 앙심을 품고 범죄를 저질렀을 가능성에 대해서도 수사 중”이라고 말했다.

 조사 결과 이군은 지난달 29일 오후 윤군에게 ‘김씨가 서울에 올라왔다. 손을 보자’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이른바 ‘현피’(인터넷 게임상 다툼이 현실에서 재현된 것으로 현실+Player Kill을 조합한 말)를 제안한 것이다.

 다음날 오후 이군은 김씨에게 ‘신촌에서 만나자’는 메시지를 보냈다. 하지만 이군 등은 단순 주먹 다툼이 아니라 잔혹한 범죄를 계획했다. 윤군은 칼·쇠파이프 등 흉기를 마련했다. 이들은 범행이 일어난 지난달 30일 오후 8시쯤 김씨를 신촌 골목의 바람산공원으로 유인해 둔기로 때리고 칼로 40여 차례 찔러 죽였다.

 ◆SNS 폐쇄성이 ‘현피’ 불렀나=이들의 범죄는 치밀하고 대담했다. 용의자들은 사전에 약속을 하고 흉기를 준비했다. 특히 범죄를 저지른 바람산공원은 신촌이지만 으슥한 골목에 있다. 주민 김모(38)씨는 “공원에 외진 데가 많아 근처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도 알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군 등은 대담하게도 시체를 풀숲에 버린 뒤 공원 수돗가에서 손을 씻었다.

 전문가들은 용의자들이 ‘현피’를 머뭇거리지 않았다는 점에 주목했다. 서강대 나은영(커뮤니케이션학) 교수는 “어릴 때부터 인터넷 게임과 SNS를 익숙하게 접한 10대는 디지털 네이티브(Digital Native·디지털 원어민)라고 할 수 있다”며 “가상과 현실의 경계를 분명하게 구분하지 못해 범죄를 저지른 것”이라고 말했다. 고려대 현택수(사회학) 교수는 “SNS는 표정·몸짓 등으로 진의(眞意)를 100% 전달하는 실제 의사소통과 달리 제한적·폐쇄적인 정보를 주고받아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기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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