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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를 앓는 어머니, 이불 밖으로 나온 ‘참 예쁜 발’

김종해(左), 신달자(右)
계간 문예지 ‘시인세계’ 여름호는 지독하다. 김종해·오탁번·신달자·문정희·문인수 등 시인 12명이 쓴 ‘나의 아버지, 나의 어머니’라는 특집이 실렸다. 시인들이 아버지·어머니를 떠올리며 적은 시와 산문이다. 우리 시대 시인들의 ‘부모님 전상서’랄까. 고작 38쪽짜리 글을 읽으면서 여러 번 책장을 덮어야 했다. 주르륵 참회가 흘러내렸다.

 시는 하나같이 울고 있었다. 이를테면 고두현 시인은 치매를 앓던 어머니를 떠올리며 ‘참 예쁜 발’이란 시를 적었다.

 ‘…//기억 왔다 갔다 할 때마다/아들 오빠 아저씨 되어/말벗 해 드리다가 콧등 뜨거워지는 오후./…/떼쓰던 어머니, 누우신 뒤 처음으로 편안히 주무시네.//정신 맑던 시절/한 번도 제대로 뻗어보지 못한 두 다리/가지런하게 펴고 무슨 꿈 꾸시는지/…’

 치매를 앓는 어머니는 아들더러 “오빠” “아저씨” 떼를 쓰다 막 잠이 들었다. 가지런히 뻗은 어머니의 두 다리. 시인은 이불 밖으로 나온 어머니의 발을 만져봤다. 아, 참 예쁜 발! 14년 전 돌아가신 어머니의 발. 다시 만져보려 해도 만질 수 없는 어머니의 쩍쩍 갈라진 발바닥.

 어머니는 그 이름만으로도 사무치지만, 자주 잊는 게 있다. 어머니가 한 명의 여성이라는 사실. 정일근 시인이 그 사실을 상기시켰다.

 ‘…/어머니 빨래 내 손으로 하면서/칠순 어머니의 팬티/분홍 꽃 팬티라는 걸 알았다/…/분홍 꽃 팬티에 감추고 사는/어머니, 여자라는 사실 알았다/…’(분홍 꽃 팬티)

 분홍 꽃 팬티는 어머니의 은밀한 꿈이다. 어머니도 한 명의 여자라는 선언문이다. 이 사실만 똑똑히 알아도 자식들은 어미의 마음을 한결 깊이 이해할 수 있으리라.

 어머니가 존재의 뿌리라면, 아버지는 든든한 나무둥치다. 신달자 시인은 병 든 아버지가 빨리 돌아가시게 해달라고 기도했다. 정작 아버지가 돌아가시자 “(아버지를) 다른 세상으로 떠밀었다는 죄책감”에 시달린다. 그래서 이런 시가 쏟아졌다.

 ‘아버지를 땅에 묻었다/하늘이던 아버지가 땅이 되었다//…//신발을 신고 땅을 밟는 일/발톱 저리게 황망하다/…’(아버지의 빛)

 아버지를 땅에 묻고 하산하는 길. 시인은 아버지를 밟고 있다는 생각에 이른다. 자식은 그 사실이 황망하지만, 아버지는 다를 것이다. 죽어서 땅이 된 아비는 죽어서도 자식의 길을 떠받칠 수 있으니 마음이 놓일 것이다.

김종해 시인은 ‘사모곡’이란 시에서 ‘지상에서 만난 사람 가운데 가장 아름다운 여인’의 이름이 어머니라고 노래했는데, 가장 아름다운 사내의 이름은 아버지가 아닐까.

 그러나 그 엄연한 진리는 왜 어미도 아비도 흙으로 돌아간 뒤에야 자식의 마음에 꽂히는 걸까. 그러니 이렇게 비는 수밖에. 다시는 고된 부모의 삶을 되풀이하지 말기를.

 ‘이제, 다시는 그 무엇으로도 피어나지 마세요. 지금, 어머니를 심는 중……’(문인수, ‘하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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