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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클립] Special Knowledge <437> 행정구제

이명박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인 2008월 1월 18일 그 유명한 대불공단 전봇대 얘기를 처음 꺼냈습니다. “목포 대불공단에 가봤는데 폴(전봇대) 하나 옮기는 것도 몇 달이 지나도 안 된다고 하더라.” 수많은 민원에도 꿈쩍 않는 공무원의 탁상행정, 떠넘기기, 예산 탓…, 이 모든 것을 아우르는 상징으로 전봇대가 자리 잡습니다. 이명박 정부는 ‘전봇대를 뽑겠다’며 규제개혁 방안을 수 차례 발표했지요. 대불공단의 ‘진짜’ 전봇대는 이 대통령이 말을 꺼낸 지 단 이틀 만에 사라졌습니다. 하지만 국민을 괴롭히는 전봇대는 정말 줄었을까요.

조현숙 기자

공인중개사 조모(44)씨는 지난해 일만 떠올리면 아직도 억울하고 분한 마음이 가시지 않는다고 했다. 서울 마포에서 부동산중개소를 운영하던 조씨는 지난해 7월 말 다세대주택 월세 계약 한 건을 맡았다. 바로 다음달 집주인과 임차인 간에 도배 비용을 누가 부담하냐는 문제로 분쟁이 붙었다. 구청에 민원이 제기됐고 엉뚱하게 조씨한테 불똥이 튀었다. 계약서에 연도를 ‘2010년’으로 잘못 표기한 게 문제가 됐다. 민원과는 전혀 상관 없는 내용이었지만 구청은 조씨에게 45일 업무정지 처분을 내렸다.

[일러스트=강일구]

 “단순 오타였습니다. 계약 서식 프로그램이 있는데 나도 모르게 클릭 한 번 잘못한 것이었습니다. 계약자에게 재산상 피해가 가거나 한 것도 없습니다. 행정처분을 받고 나서 행정심판을 청구했죠. ‘업무정지 처분은 부당하다’는 행정심판 결과가 나오기까지 세 달 넘게 걸렸습니다. 그동안 소명하느라 이리저리 뛰어다닌 탓에 부동산 중개 일은 하나도 못했습니다.”

 사무소 임대료만 한 달에 150만원이었다. 그동안 아무 일도 못해 입은 손해도 컸지만 마음의 상처는 돈으로 따질 수 없을 만큼 깊었다. “담당 공무원이 제 소명을 차근차근 들어줬다면, ‘억울하면 행정심판 신청하라’며 기계적으로 일하지 않았더라면 이렇게 힘들진 않았을 것”이라고 조씨는 하소연했다.

 대구에 사는 주모(54)씨는 공무원의 탁상행정 때문에 보상도 못 받고 살던 집에서 쫓겨날 뻔했다. 집이 새로 개발하는 산업단지 예정지역에 들어가게 됐다. 이주자 택지를 대신 받아야 하는데, 2010년 7월 주씨는 대상에서 제외됐다는 통보를 받았다. 그의 집이 건축물 대장에 ‘점포’로 표기돼 있었기 때문이었다. 주거용 건축물 거주자에게만 이주자 택지가 돌아간다는 설명만 돌아왔다. 건축물 대장에만 그렇게 쓰여 있을 뿐 오랫동안 집으로 바꿔 살았다고 주씨는 담당 공무원에게 호소했지만 안 된다는 답뿐이었다. 결국 주씨는 행정심판을 신청했고 지난해 4월에야 이주자 택지를 주는 게 맞다는 판결을 받아냈다.

 “중앙행정심판위원회에서 주씨 집에 가서 현장조사를 해보니 부엌에 장롱·옷·가전제품에 장독대까지 오랫동안 사람이 살았다는 증거가 충분했습니다. ‘공익사업법’에서 이주자 택지를 주는 근거인 ‘주거용 건축물’ 판정은 공식 서류에 적힌 건축물 용도와 상관 없이 실제 주거용으로 사용했는지만 따져 결정해야 합니다. 담당 공무원이 현장점검을 제대로 하지 않고 법 해석에도 익숙하지 않다 보니 주씨 같은 피해자가 생긴 것 같습니다.” 국민권익위원회 행정심판총괄과 김정대 사무관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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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행정심판은 이처럼 정부부처나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의 잘못된 결정으로 피해를 본 사람을 법적으로 구제하는 절차다. 국민권익위원회 소속 중앙행정심판위원회에서 맡고 있다. 지난해 행정심판 접수 건수는 2만8058건을 기록했다. 2001년(1만1317건)과 비교해 배 이상 늘었다. 행정심판은 행정소송에 비해 신청 절차가 간단하고 결정이 내려지는데 걸리는 시간도 2~4개월 정도로 짧은 편이다. 무엇보다 ‘무료’인 점도 행정심판 수요가 증가하는 데 기여했다. 물론 국민이 현장에서 느끼는 행정업무 처리에 대한 불만이 크게 늘고 있다는 점이 제일 큰 이유로 꼽힌다.

지난달 25일 ‘국민권익행정침해의 예방촉진에 관한 특별법’ 제정 토론회가 서울 여의도동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렸다. 사진 왼쪽부터 권오창 법학박사, 최재선 일곡문화재단 이사장, 김영삼 서울대 행정대학원 초빙교수, 박송규 전 법제처 차장, 안창수 갈돕산학회 회장.  [사진 서울대 행정대학원]
 이명박 정부는 규제를 완화하고 국민 불편을 줄이겠다고 내내 외쳤지만 행정심판 접수 통계를 보면 그 말이 무색하다. 2008년 2만4194건, 2009년 2만9574건에 2010년 3만1019건으로 최고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중앙행정심판위원회가 민원인이 제기한 불만이 타당하다는 결론을 내려 해당 기관에 잘못된 행정처분을 취소하라고 통보하는 것을 ‘인용한다’고 표현한다. 98년부터 올해 3월까지 평균 인용률은 17.6%다. 행정심판까지 가지 않았다면 드러나지 않았을 위법·부당한 행정 처리가 그만큼 많았다는 뜻이다.

 박모(55)씨는 춘천에 살면서 지난 3월 아파트를 한 채 샀다. 그가 쓴 손글씨를 세무서에서 잘못 알아본 탓에 실거래가 신고액은 2억1600만원이 아닌 2억1000만원으로 처리됐다. ‘6’을 ‘0’으로 세무서 직원이 잘못 본 단순한 실수였다. 그런데 시청은 박씨가 실거래가를 허위로 신고했다며 345만6000원의 과태료를 물렸다. ‘탈세할 목적이었다면 600만원만 낮춰 신고할 이유가 없지 않느냐’ ‘고의가 아닌 실수다’라고 해명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결국 박씨는 과태료를 내려고 했다. 하지만 그 얘기를 들은 주변 사람이 도와주고 같이 항의한 덕에 시청에서 과태료 처분을 막판에 취소하면서 소동은 일단락됐다. 행정심판이나 행정소송으로 가는 것을 꺼려 억울하더라도 잘못된 행정처분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숨어 있는 사례는 더 많다.

 국민권익위원회가 접수한 고충민원도 2008년 2만7372건, 2009년 2만9716건, 2010년 3만2584건으로 해마다 증가했다. 지난해 3만2351건으로 증가세가 잠시 주춤하긴 했지만, 정부·공공기관의 제도나 행정처리에 대한 국민의 불만은 여전히 크다는 얘기다. 2000년 들어 급증하던 행정심판·고충민원 청구 건수가 최근 들어 ‘제자리 걸음’ 하는 데 대한 다른 시각도 있다. 정부가 하는 행정심판도 만족하지 못하다 보니 바로 행정소송으로 가는 경우가 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2000년 1만7546건이던 행정소송 사건 수는 2005년 2만6634건, 2007년 3만240건, 2009년 3만5060건으로 매년 최고기록을 경신하는 중이다.

 지난달 25일 서울 여의도동 국회의원회관에서 서울대 행정대학원 국가정책과정 총동창회(회장 이필우·전 국회의원)가 ‘국민권익행정침해의 예방 촉진에 관한 특별법’ 제정 토론회를 열었다. 서울대 행정대학원과 새누리당 황진하 의원이 후원하고 사단법인 ‘갈돕산학회’가 주관했다. 여기서 잘못된 행정처분으로 피해를 본 국민이 줄지 않는 이유를 두고 토론이 벌어졌다.

 박송규 전 법제처 차장은 “일선 행정기관 공무원의 법령 해석·적용 전문성 등 실무능력이 부족하다. 책임을 면하려는 이유에서 적극적으로 법 해석을 하려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비슷한 사안을 두고 지자체마다, 정부부처마다 행정처리 결과가 제각각인 경우도 많다. 행정쟁송의 결과물을 서로 잘 공유하지 않기 때문”이라고도 했다. ▶행정사례집을 만들어 보급하고 ▶일선 공무원을 대상으로 한 관련 교육·연수를 실시하며 ▶행정처분 사례 정보를 일반 국민이 쉽게 열람할 수 있도록 공개해야 한다는 방안이 이날 토론회에서 나왔다. 법(가칭 ‘국민권익행정침해 예방촉진법’)을 만들어 현장에서 이들 대책이 제대로 정착하도록 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이 법 제정을 제안한 안창수 갈돕산학회 회장은 “상급 기관의 감사를 받다 보니 일선 공무원 중 행정편의주의에 따라 처리하는 사례가 많다. 민원인의 해명과 설득을 잘 들으면 예방이 가능한데, 이를 가볍게 보고 그냥 처분을 해버린다. 억울하면 행정심판이나 소송을 하라고 하는데 그 과정에서 시간과 비용이 발생한다”고 말했다. 이어 “물론 일선 공무원 중 양심적이고 능력 있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국민의 억울한 사례가 더 이상 늘지 않도록 행정처분에 대한 전문성을 높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사후 대책보다는 예방이 중요하다는 지적이었다.

 행정심판·고충민원 신청하려면

행정기관이 법을 어기고 부당하게 행정처분을 내리거나 소극적으로 행정업무를 해서 피해를 봤을 때 국민권익위원회에 고충 민원이나 행정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 신청서에 내용을 자세하게 적어 위원회를 방문해 제출해도 되고 우편·팩스 등으로도 신청이 가능하다. 간편하게 온라인(http://www.acrc.go.kr)에서 바로 신청할 수 있다. 문제로 삼은 행정처분이 있고 나서 6개월이 지나기 전 행정심판을 청구해야 한다. 이 기간을 넘어서면 행정심판 신청 대상에서 제외된다.

 고충 민원과 행정심판은 접수시키고 결과를 받기까지 2~4개월 정도 걸린다. 고충 민원은 시정권고·의견표명 등으로 결론이 나는데 강제성은 없다. 반면에 행정심판은 결과가 나오면 행정기관이 따라야 하는 의무가 있다. 민원인이나 해당 기관이 행정심판 결과에 불복하면 행정소송으로 가게 된다. 면허·자격 정지나 영업 정지, 과징금 부과, 국가시험 불합격 처분 등과 관련한 다툼은 보통 행정심판으로 처리된다. 고충 민원으로 접수했더라도 권익위에서 행정심판으로 처리하는 게 맞다고 판단해 처리 절차를 바꾸는 경우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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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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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