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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시평] 4월 총선을 다시 돌아보며

박명림
연세대 교수·정치학
4월 총선에 대해 다시 분석해 달라는 한 독자의 강력한 요청으로, 이 선거의 의미를 한 번 더 살펴보고자 한다.

 우선 일반적 선진민주주의 사례에 비추어 이번 선거의 결과는 뜻밖이었다. 임기 후반의 중간선거에서 집권당이 과반을 넘음은 물론 반대당과 10% 가까운 의석차이를 내며 승리하는 경우는 상당한 국내적 업적이나 국가적 위기상황이 아니고는 찾아보기 힘들기 때문이다. 갖은 실정과 정책난맥, 부정부패로 인해 집권당이 이름을 바꾸고 지도부를 교체할 만큼 인기가 바닥이었던 선거돌입 직전의 상황에 비추어보면 선거 결과는 분명 충격적이었다.

 이번 선거가 갖는 미래적 의미를 생각하면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무엇보다 19대 국회는 임기의 5분의 4를 다음 정부와 함께한다. 즉 이번 선거는 단순히 이명박 정부를 평가하는 회고적 의미를 넘어 다음 정부하의 의회권력을 구성하는 전망적 의미를 함께 갖는다. 이번 선거로 인해 다음 정부에서도 의회는 보수세력이 장악하게 되었다. 따라서 진보개혁세력이 대통령선거에서 승리한다고 해도 보수우위 의회권력으로 인해 적극적인 개혁추진과 성공은 어렵게 되었다.

 다음 대통령은 임기의 전반 3년을 19대 국회와 함께하게 된다. 임기 후반 2년 동안은 주요 정책을 추진하기 어렵다는 점에 비추어 이번 총선 결과는 차기 정부에 더욱 결정적인 것이다. 만약 대통령선거마저 보수세력이 승리한다면 보수세력이 연속해 행정부와 의회를 전부 장악하는 단점정부를 구성한다는 것을 뜻한다. 진보개혁세력에 총선 결과가 치명적인 이유다. 그만큼 진보개혁세력은 대선에 더욱 매달릴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인 것이다.

 민주주의에 관한 통찰들에 따르면 사회권력 및 경제권력의 형평은 좋은 민주주의의 토대를 이룬다. 그 때문에 경제·언론·법조·교육·종교·지식·금융과 같은 사회권력과 경제권력을 보수가 압도하는 한국 현실에서 정치권력마저 보수세력이 장악할 경우 사회경제적 개혁은 더욱 어려워진다. 가장 진보적이었던 김대중·노무현 정부조차 사실은 사회경제권력의 개혁과 형평화에는 성공하지 못했던, 단지 행정부 또는 의회만을 장악했던 ‘민주적 섬’ 같은 상황이었음을 고려할 때 한국에서 정치권력과 사회경제권력의 균형 문제는 매우 중요하다.

 자본주의적 민주주의 사회에서 체제향방과 정책선택은 보통 돈(자본), 말(담론), 표(투표)로 결정된다. 그중 표는 정치권력의 역학관계와 정책방향을 결정하는 기축요소다. 오직 정치권력만이 시민투표로 구성된다. 그 점에서 이번 선거에서 진보개혁정당들은 시민정치와의 연계라는 과제를 다시 안게 되었다. 6·2지방·교육선거, SNS현상, 안철수 현상, 박원순 당선으로 이어지던 시민정치와 정당정치의 연계는 이번 선거에서는 중단되었다.

 대신 등장한 야권연대는 ‘선거연합’이나 ‘정치연합’이 아닌 거의 전면적인 ‘정책연합’을 시도함으로써 ‘획득영역’보다 ‘상실영역’이 더 큰 실패연합이 되고 말았다. 민주선거의 통계지표들은 전면적인 정책연합의 경우 ‘진보정당 전체’가 개혁정당에 가져다줄 급진·진보 표 수보다 ‘개별정책 하나하나’로 인해 잃게 될 중도·개혁 표 수가 더 크다는 점을 보여준다. 부분적이 아닌 높은 수준의 정책연합은 (두 정당 사이의) ‘연합’을 넘어 (단일정당으로의) ‘합당’과 차이를 갖지 않기 때문이다. 중요한 점이다. 결국 시민정치와의 재절연은 정당정치 밖의 안철수를 다시 불러내고 있다.

 한·미FTA 반대를 포함한 민주통합당의 자기부정 역시 실패요소다. 집권당 시절 추진한 정책을 반대당 시기에 부정한다는 것은 일관성과 책임성이라는 민주주의의 기본을 위반한 데 더해 선거전략으로서도 자해적이었다. 반대당은 집권세력의 핵심정책과 실정을 비판하고 대안을 제시하려 집중해야지 자기정책을 정쟁의 요소로 끌어들여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선거이론에서 말하는, 집권당을 둘러싼 ‘일방의제’로 싸워야지 반대당 책임 논란을 야기하는 ‘쌍방의제’로 싸우려 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끝으로 이명박 정당에서 박근혜 정당, 한나라당에서 새누리당으로의 전환의 문제다. 이 점은 집권세력 비판을 돌파하기 위한 정치와 선거전략의 문제인 동시에 헌법과 권력구조의 문제이기도 하다. 즉 현행 6월 항쟁 헌법에서는 단 하나의 집권당도 임기 중 이름을 바꾸지 않은 것이 없었다. 대통령을 당선시킨 정당은 임기 중 반드시 소멸했다. 5년 단임의 권력구조는 집권세력을 현재권력과 미래권력으로 명확하게 나눈다. 나아가 미래권력은 현재권력과 지혜롭게 단절함으로써 집권당 내 대안세력으로 자임하며 국민 지지를 획득하려 한다. 현행 헌법에서 현재권력과 미래권력의 관계는 정권재창출 여부의 기저 요소의 하나였다. 흥미로운 이 문제는 다음에 분석해 보자.

박명림 연세대 교수·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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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