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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펀드 수익률이 국내펀드 압도 … 러시아·동남아 “의외의 약진”

해외펀드가 선전한 것은 지난해보다 개선된 글로벌 경기의 영향을 우선 꼽을 수 있다. 유럽 재정위기와 미국 경기둔화 우려가 최악의 상황은 벗어났다는 안도감이다. 삼성증권 김태훈 펀드 애널리스트는 “미국 경기지표가 좋아지고, 그리스 구제금융이 본격화하면서 글로벌 큰손들이 돈줄을 다시 풀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선진국 펀드는 물론이고 지난해 자금을 급거 회수했던 중국·러시아·브라질 등의 대표적 신흥시장에도 공격적 투자를 재개했다”고 덧붙였다.

한국이 투자한 세계 13개 지역 수익률 대해부 펀드매니저에게 묻는다

많이 빠진 만큼 많이 오른다는 ‘스프링 효과’라는 의견도 있다. 동양증권 김후정 펀드 애널리스트는 “수년째 수익률이 나빴던 지역이나 국가의 펀드들은 일시적 호재에도 수익률이 급반등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연초 고유가 바람을 탄 러시아펀드나 베트남 정부의 증시 활성화 정책 수혜 대상인 베트남펀드를 예로 들었다. 여기에 해외펀드 투자금의 절반가량이 들어가 있는 중국펀드의 수익률이 크게 개선된 것이 효자 노릇을 했다. 김후정 애널리스트의 말이다. “외국인 투자가 자유로운 홍콩 증시가 많이 올랐어요. 국내 중국펀드는 홍콩 증시에 투자하는 펀드가 월등히 많지요. 이 때문에 중국펀드 수익률이 좋아졌어요.”

이번에 펀드 수익률을 분석한 13개 지역은 한국·일본·중국·인도·동남아·서유럽·동유럽·러시아·북미·브라질·중남미·중동아프리카·호주다. 올 들어 러시아에 투자하는 11개 펀드의 평균 수익률이 18.4%로 가장 높았고 동유럽(13개·14.9%), 인도(21개·12.9%), 동남아(28개·12.6%)가 뒤를 이었다. 이에 비해 서유럽(24개, 7.9%), 한국(797개·7%), 중국 본토(37개, 6.7%), 호주(1개·6.7%) 등은 하위권에 머물렀다. 전문가들은 고수익 펀드라도 향후 전망이 제각기라 지금이라도 옥석을 가려야 한다고 조언한다.

국내에서 가장 많이 팔린 러시아펀드 ‘JP모건러시아펀드’(설정액 6200억원)의 운용역 올레그 비률로프 펀드매니저. 그는 “미국 서부텍사스유(WTI) 기준으로 배럴당 100달러 이상의 고유가가 지속되고,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당선자가 강력한 내수 성장 드라이브를 걸 것으로 예상돼 펀드 수익률은 더 오를 것 같다”고 기대했다. 물론 높은 인플레이션을 잡지 못하고, 변동환율제 전환 과정에서 환율이 불안해질 수 있다는 건 위험 요인이다.

동남아 전망도 좋다. 싱가포르·말레이시아·인도네시아 등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 국가에 투자하는 삼성아세안펀드는 이들 국가 경제의 높은 성장성에 기대를 건다. 이 펀드를 운용하는 앨런 리처드슨 펀드매니저는 “동남아 국가의 연평균 경제성장률은 5.5%로 선진국보다 훨씬 높다. 또 소비가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54%나 될 정도로 내수시장이 활발하다”고 설명했다.

대표적 고성장 국가인 인도의 내수 소비시장 성장세도 눈여겨볼 만하다. 미래에셋인디아솔로몬펀드를 운용하는 라훌 차타 펀드매니저는 “인도 가계의 구매력이 커져 중산층 이상을 겨냥한 보석류는 물론 가정용 살충제나 패스트푸드 같은 생필품 생산기업이 급성장하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그는 “유가 상승으로 정부 보조금 부담이 커져 재정적자가 늘고, 물가가 빠르게 오르는 점은 인도펀드 투자의 리스크 요인”이라고 덧붙였다.

국내 투자자가 가장 많이 들어 있는 중국펀드의 경우 홍콩 증시 투자펀드의 수익률이 11.9%로 본토 증시 투자펀드(6.7%)보다 훨씬 높다. 본토 증시 투자펀드는 외국인투자자의 투자 한도 때문에 연초 글로벌 투자자들이 신흥시장에 투자할 때 상승의 혜택을 덜 본 탓으로 풀이된다. 신한BNPP봉쥬르차이나펀드를 운용하는 패트릭 호 매니저는 “중국 경제의 경착륙 우려는 크게 줄었지만 원자바오 총리가 부동산 시장 규제를 강조하는 등 경기부양책이 지연되고 있는 점이 펀드 수익률 추가 상승의 걸림돌”이라고 말했다. 보시라이 전 충칭시 당서기의 실각을 둘러싼 권력투쟁도 경제에 영향을 미칠 정치 불안 요소다.

동유럽펀드는 높은 수익률에도 불구하고 유럽 재정위기의 영향으로 향후 투자 전망은 유보적이다. JP모건자산운용의 신흥시장 거시경제 이코노미스트인 조지 이와니키의 이야기다. “동유럽 국가들은 서유럽에서 빌린 돈이 많아요. 스페인 재정위기가 확대되면 스페인을 비롯한 서유럽 투자자들이 동유럽에 꿔준 돈을 회수할 수 있습니다. 그럴 경우 동유럽의 경제와 금융시장이 큰 충격을 받게 됩니다.” 신한BNPP봉쥬르동유럽플러스펀드를 운용하는 롭 비셔 펀드매니저는 “터키의 경상수지 적자 확대, 헝가리의 경기침체 등이 펀드 수익률 상승의 걸림돌”이라고 말했다.

북미·서유럽·일본 등 선진국 펀드는 올 들어 수익률이 신흥시장에 미치지 못했다. 그중 향후 전망은 북미펀드가 가장 좋다. 피델리티미국펀드를 운용하는 아리스 바티스 펀드매니저는 “애플과 같은 고성장 기업의 선전에 힘입어 2분기에도 미국펀드는 수익률 호조를 이어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내펀드 수익률(7%)은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8.2%) 상승률보다 낮았다. 하나대투증권 임세찬 펀드애널리스트는 “올 들어 삼성전자·현대자동차 같은 국가대표급 초대형주가 많이 올랐는데, 펀드 회사들이 이를 예측하지 못해 뒤늦게 추격 매수에 나서 크게 혜택을 받지는 못했다”고 말했다. 대형 펀드들이 삼성전자 투자 한도를 다 채우고 싶어도 물량이 없어 못 사기도 했다.

그렇다면 앞으론 어떻게 될까. 김태훈 애널리스트는 “공격적 투자자라면 신흥시장의 변동성이 크다는 점을 감수하고 중국의 경기부양이 본격화되는 시점에 중국펀드의 비중을 늘려 보라”고 조심스레 권했다. 그는 “덜 위험한 펀드를 선호하는 투자자라면 경기회복 추세인 미국을 겨냥해 북미펀드에 가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더 안전하려면 채권형펀드가 좋을 것이다. 최근에는 전 세계의 비우량 기업채권에 분산투자하는 하이일드채권펀드가 연 7~8% 수익을 목표로 운용되고 있다.

국내펀드가 여전히 유망하다는 의견도 있다. 김후정 애널리스트는 “올해만 놓고 보면 해외펀드의 수익률이 앞서지만 최근 3년 수익률은 국내펀드가 44.2%로 해외펀드(32.5%)를 앞선다. 중장기적으로 국내펀드 수익률이 높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투자네비게이터펀드를 운용하는 박현준 펀드매니저는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 대표 기업들의 경쟁력이 커지고 있기 때문에 경제가 회복되면 이들 기업 투자에 대한 수익률 향상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또 하나 감안할 건 세금이다. 국내펀드는 수익에 대해 세금이 없지만 해외펀드는 수익금의 15.4%를 이자소득세 명목으로 떼야 한다. 따라서 해외펀드 수익률을 따질 때는 반드시 세금을 감안해 국내펀드 수익률과 비교해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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