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닫기
닫기

잘츠부르크와 디즈니월드에서 배우는 한류 테마파크 전략

“아빠, 폰트랍 대령 가족이 공연장에서 도망 나와 숨어 있던 묘지네요.”
초등학생 아들 녀석이 성베드로 성당의 묘지 안으로 뛰어들어 간다. 애들의 손에 이끌려 영화 장면처럼 묘지석 뒤에 온 가족이 숨었다. 캄캄한 어둠 속에서 손전등을 휘저으며 폰트랍 대령 가족을 수색하는 독일군 모습이 눈에 선하다. 묘지 바로 뒤편은 잘츠부르크 성으로 올라가는 길이다. 길 계단에서 여주인공 줄리 앤드루스와 홀아비 대령 자녀들이 도레미 송을 불렀다. 우리 가족도 거기서 함께 노래를 불러 봤다.

최종학의 경영산책 ⑬ <끝>


10년쯤 전인가. 우리 가족은 유럽 배낭여행 길에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를 들렀다. 여러 곳을 경유한 터라 피곤했지만 잘츠부르크에 오자 다들 신이 났다. 여행 출발 전 보고 온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Sound of music)’ 장면을 떠올리면서 사흘간 잘츠부르크 거리를 활보했다. 그림 같은 정경의 호수에서 유람선을 타고, 영화에서처럼 기차를 타고 산에 올랐다. 지금 떠올려도 아름답고 평화로운 모습들이 눈에 선하다.

인구 20만 명도 되지 않는 소도시 잘츠부르크에는 해마다 수백만 명의 관광객이 몰린다. 그 까닭은 크게 두 가지, 1960년대 개봉한 뮤지컬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과 이곳 출신 음악가 모차르트다. 불세출의 음악가 한 사람, 명작 영화 한 편의 흡인력이 얼마나 대단한지 알 수 있다. ‘사운드 오브 뮤직’이 없는 잘츠부르크는 상상하기 힘들다. 방문객들은 이 영화의 줄거리를 떠올리면서 영화 속 명소를 순례한다. 자연경관도 빼어나지만 공간에 얽힌 사연이 없다면 이토록 많은 관광객이 몰릴 리 없다.

미국 플로리다의 디즈니월드나 캘리포니아의 유니버설 스튜디오를 가 본 분이 많을 것이다. 디즈니월드는 미키 마우스 등 디즈니 만화영화의 유명 캐릭터를 활용해 아기자기한 재미를 느낄 수 있는 가족용 테마파크다. 어린이들은 인어공주·백설공주나 토이 스토리의 주인공을 만나고, 흥미진진한 쇼를 보면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며칠을 보낸다. 유니버설 스튜디오는 슈렉·터미네이터·ET·죠스 등 유니버설영화사가 제작한 블록버스터 영화의 등장 캐릭터를 만나는 곳이다. 한 건물이 한 영화를 중심으로 구성돼 있다. 히트작을 테마로 삼아 다양한 재미를 이끌어낸다. 평균적인 미 중산층 가정이라면 평생 디즈니월드나 유니버설 스튜디오를 열 번 이상 찾는다고 한다. 필자도 인어공주의 ‘Under the sea’ 노래를 아이들과 함께 따라 부르고, ‘I will be back’이라는 대사가 나오는 터미네이터 쇼를 즐겁게 본 기억이 있다. 스토리를 지닌 문화·엔터테인먼트 상품은 세대를 초월한 매력이 있다. 그래서 매년 수백만 명이 제 발로 찾아오는 것이다.

우리도 요즘 이런 분야에 눈을 뜨고 있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때마침 ‘한류(韓流)’ 열풍이 불고 있으니 이를 잠재적 관광상품으로 키워야 할 것이다. 실제로 인기 아이돌·걸 그룹이나 드라마 덕분에 조성된 해외 한류 덕분으로 근래 한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이 급증했다. 배용준의 ‘겨울연가’에 등장한 주택이나 중앙고를 방문해 기념사진을 찍는다. 드라마 ‘대장금’의 촬영 세트장도 인기다. 배용준씨의 발자취를 찾아 강원도 춘천 남이섬이나 삼척까지 가는 외국인 관광객도 많다. 하지만 여기까지다. 한류 드라마에서 느낀 감동을 승화시켜줄 총체적 콘텐트가 부족하다. 이런저런 볼거리들이 흩어져 있어 많은 곳을 찾아보기 쉽지 않다. 이런 관광상품을 몇몇 곳에 모아놓을 수는 없을까. 한류 드라마나 영화를 봤을 때의 감동을 되살릴 수 있는 스토리 테마파크를 만들면 어떨까. 디즈니월드나 유니버설 스튜디오 같은 ‘한류 리조트’는 불가능한 것일까. ‘대장금관’에서는 ‘오나라 오나라…’ 국악을 들으며 대장금과 한국 전통을 주제로 삼은 쇼를 본다. ‘K-Pop관’에 들어서면 소녀시대나 슈퍼쥬니어·비를 닮은 가수가 나와 현란한 율동과 함께 그들의 노래를 들려준다. ‘아이리스관’은 또 어떨까. 방문객 스스로 첩보원이 돼 권총을 들고 ‘서바이벌 게임’을 해본다. ‘올인관’에서는 갱들과의 대결을 내용으로 하는 태권도 쇼를 본다. 유명 연예인의 ‘밀랍 인형관’에 들어가 인형과 포옹하면서 기념사진을 찍는다. 드라마가 히트할 때마다 관련 전시물을 추가하면 관광객도 식상하지 않고 몇 번이라도 왕림할 것이다. 미국 국민이 디즈니월드와 유니버설 스튜디오를 반복해 찾는 것처럼….

이탈리아 베로나는 관광객 유치를 위해 로미오의 집 발코니를 만들었다. ‘로미오와 줄리엣’이 영국 셰익스피어의 소설이란 것을 알지만 오늘도 베로나에는 수많은 관광객이 몰려와 그 발코니를 찍느라 셔터를 눌러댄다. 핀란드의 산타 마을도 관광객을 끄는 힘이 있다. 산타가 없다는 걸 알면서도 관광객들은 기꺼이 속아준다. 한국·일본인은 삼국지 무대를 보기 위해 중국 청두(成都)로 몰려간다. 스토리와 체험의 힘이다.

한반도에도 명승지나 역사유적이 많다. 하지만 스토리를 내세워 이런 곳들을 부각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영화·드라마 촬영장만 보더라도 그렇다. 배용준과 최지우의 동화 같은 사랑 이야기를 수려한 자연과 결합한 외도와 남이섬은 드문 성공사례다. 인기 드라마를 찍은 뒤 전국 곳곳에 남겨진 세트장은 흉물로 전락하기 일쑤다. 스토리가 남을 여지없이 금세 잊히고 내방객도 급감한다. 빼어난 자연경관이나 멋진 건축물을 자랑하는 곳이라도 스토리가 없으면 재미와 감동이 적다. 강원도 화천군 산천어 축제나 경기도 가평군 자라섬 재즈 페스티벌에 해마다 많은 관광객이 몰려드는 것도 체험관광의 위력이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제대로 결합해야 관광·레저산업이 번성할 수 있다. ‘관광 한국’ 구호를 반복하기보다 이런 프로젝트 성공 사례를 하나씩 성사시켜 보면 어떨까.

구독신청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

많이 본 기사

댓글 많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