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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이젠 정책 경쟁에 나서라

민주통합당의 4·11 총선 패배 원인은 청년층의 최대 관심사인 취업문제나 비정규직 차별 같은 경제문제를 선거 쟁점으로 부각시키지 못했기 때문이다. 올해 총선·대선의 최대 이슈는 역시 경제문제인데 그런 평범한 진리를 민주당 지도부는 소화해 낼 능력이 없었던 것이다. 또한 이념적 차이가 큰 통합진보당과 지나치게 밀착함으로써 중산층이나 노·장년층의 사회불안감과 안보불안감을 고조시킨 것도 참패 요인이다.

다가올 12월 대선에서도 국민이 바라는 건 ‘과거 심판론’이나 이명박(MB) 정부와의 차별화가 전부가 아니라 국가 발전과 민생 안정에 대한 미래 희망과 이를 달성할 정책 대안일 것이다. 많은 국민은 앞으로 4~5년간 한국 경제가 수많은 대내외적 시련에 직면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대외 환경을 보면 3년 전 발생한 미국발 금융위기는 자본주의 위기를 초래해 세계 각국은 시장경제의 결함을 보완할 정부 역할을 모색하느라 고심하고 있다. 유럽 재정위기는 세계경제 침체의 원인일 뿐 아니라 유럽식 복지국가 모델이 지속가능한 것인지 의문을 던져준다. 중국 경제는 영미식 자본주의의 반면교사라는 긍정적 시각도 있지만 정치민주주의와 양립할 수 없다는 태생적 한계를 안고 있다. 국내적으로는 청년실업, 비정규직 차별, 재벌·중소기업 간의 불공정 문제를 비롯해 복지재정 확대와 재정건전성 유지라는 상충되는 경제현안이 쌓여 있다. 결코 단문단답(短問短答)식 개혁조치로 쉽게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따라서 여야가 총선 이후 12월 대선까지 정책경쟁을 해야 할 주요 과제는 세 가지로 집약된다.
첫째, 여야는 그동안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존폐 논쟁을 벌였지만 중도층 국민은 한국이 대외지향적 개방경제로 나아가야 한다는 데 더 많은 지지를 보내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만큼 12월 대선을 앞두고 여야는 한·중 FTA나 한·일 FTA 같은 추가적 개방에 대한 입장을 밝혀야 할 것이다. 한·중·일 3국 간의 문제는 단순한 자유무역 확대를 뛰어넘어 동북아 경제공동체라는 큰 목표를 지향해야 한다. 동북아 안보와 경제 번영을 동시에 뒷받침하려면 북한과 러시아도 참여하는 동북아 경제공동체(또는 동남아까지 포함하는 동아시아 공동체)를 만들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같이 미국까지 참여하는 집단안보협력기구를 만들 필요가 있다.

둘째, 복지 확대와 재정건전성 문제다. 4·11 총선 과정에서 여야가 복지 확대 프로그램을 경쟁적으로 내놓았기 때문에 미래를 걱정하는 국민은 오히려 포퓰리즘이라는 비판적 반응을 보였다. 세계적 흐름을 보더라도 고령화 추세가 선진국 어디에서나 예외 없이 나타나 의료·연금 관련 지출이 급증하며 각국의 재정을 위협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노령화 속도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반면 노령연금체제가 매우 취약하다. 여야가 국민 신뢰를 받으려면 복지지출 확대방안보다는 복지재원 확충방안을 제시하는 것이 더 시급하다.

셋째, 경제민주화 문제다. 이 문제는 전 세계적으로 불고 있는 자본주의의 진로 수정 문제일 뿐 아니라 이념 차이가 노출될 수 있는 문제이기 때문에 12월 대선에서 국민의 정치적 선택이 필요하다. 좌파성향의 급진진보세력들은 지난 30여 년간 지구촌을 지배해 온 시장만능주의(또는 신자유주의)는 이제 종말을 고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정부는 글로벌 금융자본이나 다국적기업(한국은 재벌기업)의 횡포와 탐욕을 적극 규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중도 실용주의 개혁세력들은 시장경제체제가 수정·보완되어야 한다는 데는 동의하지만 자본주의는 결코 폐기 대상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요즘 세계 석학들은 자본주의의 진로와 관련해 시장경제원리를 존중하되 시스템 위기는 정부가 예방하고 관리하는 대원칙을 제시한다. 이를 위해 정부가 금융의 거시적 건전성을 책임지고 재정의 경기조절 기능을 강화하며 자유무역을 확대하되 국가 간 무역수지 불균형을 시정해야 한다는 얘기다.

세계자본주의의 급격한 변화 속에서 한국 경제의 진로를 제대로 설정하려면 여야 간 정책·비전 경쟁이 12월 대선 때까지 활발하게 이뤄져야 한다. 그래야만 국민의 경제 불안감이 해소되고 희망과 자신감을 찾게 될 것이다. 만약 대선 승리만을 위해 여야가 또다시 정쟁과 계층 갈등만 증폭시키고 화합을 이끌어낼 정책방안을 제시하지 못한다면 한국 경제의 미래는 더욱 불안해질 것이다.



강봉균 군산사범학교와 서울대 상대를 졸업했다. 행시 6회(1969년). 관료생활 31년 동안 정보통신부·재정경제부 장관 등을 역임했다. 3선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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