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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롱과 룸살롱

살롱 마담(Grande dame)이 누구인지는 밝히지 않으련다. 어떤 인물들이 살롱에 드나들었는지는 밝혀야겠다. 계몽주의 운동의 선구자 볼테르, 철학자이며 문학자인 드니 디드로, 공리주의 철학자 데이비드 흄, 삼권분립 이론을 주창한 법의 정신의 저자 몽테스키외, 로마제국 쇠망사의 저자 에드워드 기번, ‘민중을 이끄는 자유의 여신’의 화가 들라크루아, 비르투오소 피아니스트의 대명사인 리스트, 에밀의 저자 루소. 이들은 문턱이 닳도록 살롱을 들락거렸다. 하지만 ‘살롱의 황제’가 술값을 댔다는 기록은 없다. 궁정을 벗어난 살로네(salone)는 취미생활을 안주 삼아 와인을 마시며 놀던 공간이었다. 이후엔 담론의 장(場)으로 자리매김했다.

18세기 프랑스엔 800여 개 살롱이 성업 중이었다. 단골 중에선 몽테스키외가 단연 눈에 띈다. 몽테스키외의 법의 정신(1749) 초판 500부를 몽땅 구입해 친지들에게 나누어준 사람은 바로 살롱 주인이었다. 살롱에서는 시(詩)뿐만 아니라 프레보의 마농 레스코, 볼테르의 희극작품까지도 낭독되었다. 19세기 후반 살롱은 정치적 화두가 지배하는 공간으로 변모했지만 여전히 살롱에서의 화제는 문장이 되고 저술의 주제가 되었다. 살롱문화는 교양의 탄생에 큰 영향을 끼쳤다. 인문학의 성장에는 살롱문화가 자양분 역할을 했다. 지적인 놀이공간이자 사교의 공간인 살롱은 문학과 철학 그리고 예술 공연장의 역할을 톡톡히 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선 ‘살롱’이란 단어 앞에 접두사 ‘룸(room)’을 덧대면 부패의 싹을 틔우는 온실이자 타락의 공연장이 되고 만다. 최근 불거진 ‘룸살롱 황제’의 뇌물수수 사건에 경찰관들이 숨죽이고 있다. 지금도 룸살롱 어디에선가 공직자들이 악마의 덫에 걸려들고 있을지 모른다. 상상을 초월하는 룸살롱 술값엔 이런 부패 코스트가 얹혀 있다.
최근 룸살롱 한 곳에서 관련 기관 공무원에게 상납하는 돈이 월 2000만원이라는 언론 보도를 접했다. 전국에 룸살롱이 7만2000여 곳에 이른다니 개별 금액 차이가 있을망정 뇌물 총액은 어마어마할 것이다. 공무원들에게 뇌물을 주는 행위인 ‘관(官) 작업’은 업주 입장에선 필수코스다. 뇌물은 단속기관의 정보를 사전에 알거나 괘씸죄로 집중단속을 당하지 않기 위해 가입하는 일종의 보험이다. ‘룸살롱 황제’라 일컬어진 업주는 위기관리 능력, 불법적인 주류(酒類) 뒷거래 정보파악 능력, 공무원과의 네트워크 능력, 여종업원 조달 능력, 업소 보호를 위한 건달과의 친교 능력 그리고 업소 외의 사업경영 능력을 겸비한 ‘관 작업 전문가’를 거느리고 있다.

이번 룸살롱 황제의 경찰관 뇌물 상납 사건은 닭이 먼저냐, 계란이 먼저냐의 논쟁을 재연시킨다. 뇌물을 요구한 경찰관이 문제인가? 아니면 뇌물을 상납한 업주가 문제인가? 뇌물 경찰관이 여러 명의 업주한테서 돈을 받았다는 사실에 방점을 두면 뇌물을 요구한 쪽의 책임이 더 크다.

유흥업소 단속을 둘러싼 뇌물수수와 봐주기 관행은 언제나 척결될 수 있을까. 부패 경찰관과 뇌물 상납은 업주 입장에서 필요악이나 마찬가지다. 악어와 악어새처럼. 바로 이 대목에서 반부패 정책의 딜레마가 존재한다. 부패 수법은 시간이 갈수록 은밀화, 조직화, 정교화하는데 부패통제 기법은 제자리걸음이다. 룸살롱 황제 사건도 갑(甲·공무원)·을(乙·뇌물 제공자) 관계에서 ‘을’의 요구를 듣지 않은 ‘갑’에 대해 ‘을’이 반란을 일으키면서 노출됐을 뿐이다. 을의 반란을 유도하는 부패통제 방안을 적극적으로 모색할 필요가 있다. 룸살롱 문턱이 닳도록 출입한 ‘갑’의 면면이 궁금한 건 호기심이라 치더라도 살롱과 룸살롱이 다른 이유는 여전히 아리송하다.



강성남 서울대 행정학박사. 한국사회과학협의회 사무총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정보사회와 행정』『관료부패의 통제전략』 등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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