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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 달군 레이디가가, 남자 댄서들과…'파격'





[현장 속으로] 레이디 가가 잠실 공연, 2012 첫 월드투어
막 오르자 말 타고 등장, 생고기 무늬 의상 입고 권총 쏘는 퍼포먼스 … 5만 팬 “가가! 가가!” 환호













27일 저녁, 서울 잠실 올림픽주경기장에 마더 몬스터(Mother monster)가 상륙했다. 5만여 리틀 몬스터(Little monster)는 열광적으로 그를 맞이했다. 세계적인 팝스타 레이디 가가(Lady Gaga·26)가 월드투어 콘서트를 시작했다. 서울은 그 첫 무대였다.



 팬들은 가가를 ‘마더 몬스터’라 부르며 추앙한다. 가가는 팬들을 ‘리틀 몬스터’라 부르며 연대감을 나타낸다. 이날 공연은 한국의 리틀 몬스터가 마더 몬스터를 2년8개월 만에 맞이한 자리였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팔로어를 거느린 가가는 공연 시작 직전 자신의 트위터에 “여러분 (함성이) 들립니다. 저는 지금 떨고 있어요(I can hear you Korea. I’m shaking)”라는 글을 올려 공연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냈다.



 열기는 뜨거웠다. 5만여 관객이 가가의 몸짓과 손짓, 말 한마디에 출렁였다. 무대 앞 한가운데엔 오각형 모양의 특별 스탠딩석인 ‘몬스터 핏(Monster Pit)’이 마련됐다. 이날 동원된 스태프 수만 3000여 명. 가가의 공연을 반대해 온 일부 기독교 신자의 돌발행동에 대비해 별도 경호인력이 배치되기도 했다.



 공연은 마치 장엄한 뮤지컬처럼 연출됐다. 가가 왕국을 뜻하는 ‘킹덤 오브 페임(Kingdom of Fame)’의 탄생부터 죽음까지의 이야기가 가가의 음악과 춤, 퍼포먼스와 어우러져 흘러갔다.



 오후 8시20분, 무대를 덮고 있던 장막이 열렸다. 중세 배경의 무대에 말을 탄 가가가 모습을 나타냈다. 첫 번째 곡 ‘하이웨이 유니콘’이 시작되자 5만여 관객이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나 야광봉을 흔들기 시작했다.



 ‘배드 로맨스(Bad Romance)’를 부를 땐, 가가와 객석이 하나가 됐다. 가가가 후렴구를 ‘가가 코리아’로 바꿔 부르자 객석이 이를 따라 부르면서 잠실 주경기장이 한목소리로 넘실댔다. 노래가 끝나고 가가가 외쳤다. “한국 정부가 이 공연을 18세 이상만 볼 수 있게 했다고 들었습니다. 그에 걸맞은 공연을 보여 드리겠습니다.” 2시간 남짓 펼쳐진 공연은 가가의 외침대로 농밀한 퍼포먼스로 가득 찼다.



파격·혁신의 아티스트



 파격·혁신·전위·도발…. 이날 공연은 가가를 따라다니던 이런 수식어가 마땅히 어울리는 무대로 채워졌다. 이를테면 이날 가가는 남자 댄서와 춤을 추다 권총으로 댄서들을 쏴 죽이는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오토바이 위에 올라선 채 “아이 러브 코리아”를 외치는가 하면, 오토바이 위에 올려진 건반을 눌러가며 노래를 부르기도 했다. 남자 댄서들이 동성애를 암시하는 퍼포먼스를 연출하는 장면도 있었다.



 가가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파격적인 패션을 연출하며 항상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2010년 MTV 비디오 뮤직 어워즈에서 선보인 생고기 드레스는 그해 뉴욕 타임스가 선정한 ‘올해의 아이디어’로 꼽힐 정도였다.



 이날 무대에서도 ‘생고기 의상’을 선보였다. 생고기 무늬 옷을 입은 가가가 히트곡 ‘포커 페이스(poker face)’를 부르자 객석에서 함성이 터져 나왔다. 댄서들은 아예 고기 무늬의 속옷을 걸치기도 했다.



 세계적인 패션 명품 조르지오 아르마니가 디자인한 독특한 무대의상을 선보이기도 했다. 수백 개의 비닐 튜브를 스터드(징), 거울조각을 이용해 연결한 블랙 보디 슈트, 반짝이는 스와로브스키 크리스털과 움직일 때마다 흩날리는 프린지 장식을 그물·망사와 결합시킨 의상은 가가를 하나의 예술 구조물처럼 보이게 했다.



 가가는 “패션은 모든 것이다. 작곡을 할 때 나는 무대에서 입기 원하는 의상에 관해 생각한다. 퍼포먼스 아트, 팝 퍼포먼스 아트, 패션 이 셋은 따로 뗄 수 없는 하나의 전체다”고 말하곤 했다.



 이런 신념에 따라 가가는 독특한 퍼포먼스에 걸맞은 의상을 선보여 왔다. 중요 신체 부위만 반창고로 가린 비닐 수녀복, 개구리 인형을 잔뜩 단 코트, 콘돔을 연상시키는 의상 등은 가가의 대표적인 패션 아이템이다.



 미국 워싱턴 포스트는 2010년 “가가는 톱스타들의 무대의상이 예쁘게 보여야만 한다는 암묵적 원칙을 깼다”고 평가했다. 홍익대 간호섭(패션디자인과) 교수는 “패션에 있어 충격요법은 아주 예쁘거나 너무 기괴하거나 둘 중 하나인데 가가는 후자를 택한 것”이라고 했다.



 파격적인 패션은 작은 키(1m55㎝)에 돌출된 입 등 빼어난 외모가 아닌 가가가 택한 고도화된 전략일 수 있다는 얘기다.



탄탄한 음악성



 도발적인 패션뿐이었다면 가가는 지금과 같은 세계적인 아티스트로 평가받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가가는 스스로 곡을 쓰고 라이브를 고수하는 탄탄한 음악성도 갖췄다. 지난해 그래미 시상식에서 3관왕에 올랐고, 2월 발표한 싱글 ‘본 디스 웨이(Born This Way)’는 23개국 아이튠즈 차트에서 동시에 1위에 올랐다. 지난해 10월까지 전 세계에서 8700만 장의 싱글·정규 앨범을 팔았다. 미국 빌보드닷컴은 ‘본 디스 웨이’를 “레이디 가가의 특별한 목소리가 인종·섹슈얼리티에 대한 직설적인 가사와 강렬한 비트와 만난 댄스플로어 찬가”라고 썼다.



 일렉트로닉 사운드의 댄스음악은 레이디 가가 사운드의 핵심. ‘저스트 댄스’ ‘포커 페이스’ 등은 복고적인 멜로디에 세련된 비트를 더한 것으로 폭넓은 팬층을 확보하는 데 강력한 힘을 발휘했다. 팝 칼럼니스트 배순탁씨는 “가가의 음악은 지극히 ‘대중적인 포맷’을 지향한다. 그의 음악이 패션처럼 아방가르드 했다면, 오늘날의 인기를 얻지 못했을 것”이라고 했다.



뉴스메이커



 극단의 미학을 추구하는 가가는 한국에서도 논란의 중심에 섰다. 그의 내한 전부터 한국에선 일부 기독교 신자들의 공연 반대 운동이 벌어졌다. 가가가 동성애를 미화하고 기독교를 비하·모독하며, 노골적인 성행위 묘사와 자살 등 엽기적인 퍼포먼스를 펼친다는 이유에서다. 40여 개 단체를 중심으로 ‘레이디 가가 공연 반대 시민네트워크’가 꾸려졌다. 이들은 유튜브·페이스북·트위터 등을 통해 가가의 문제점을 알리는 반대 운동을 펼쳤다. 서울 여의도동 현대캐피탈 빌딩 앞에서의 1인 시위, 내한공연 저지 특별 기도회가 열리기도 했다.



 이후 한국기독교총연합회(대표회장 홍재철)도 성명을 내고 “가가는 동성애 옹호론자로 동성애를 미화하고 정당화하는 데 자신의 음악·공연을 이용한다. 특히 동성애자들의 결혼을 위해 목사가 되겠다며 기독교를 모욕한다”며 공연 취소를 요구했다. 1200만 기독교인, 5만5000여 교회와 함께하는 한기총은 “현대카드 항의 방문이나 한국 교회와 기독교인들을 대상으로 현대카드 불매운동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해서라도 이 같은 음란문화를 뿌리뽑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가가의 방한에 앞서 한국영상물등급위원회는 선정성을 이유로 공연 관람 등급을 12세 이상 관람 가능에서 18세 이상 관람 가능으로 조정했다. 월드투어 국가 중 이 같은 기준은 한국이 유일하다. 이 조치에 대한 반발도 거셌다. 가수 황혜영은 자신의 트위터에 “예능은 행정이 아니라 감성”이라며 비판했고, 배우 유아인도 트위터에 “심의의 정확한 기준과 근거를 밝히라”고 썼다.



 경희대 이택광(영미문화학부) 교수는 “가가가 ‘욕망의 해방’을 표현하고자 하는 것이 파격적인 퍼포먼스로 이어지는 것이지 실제 악마를 숭배하고, 인육을 먹으며 동성애를 하자는 것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60년대 반문화(주류질서에 대항하는 문화)를 상업화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인간의 금지된 욕망에 도전하는 퍼포먼스를 펼침으로써 기성세대에 억눌린 젊은 층, 상위계층으로부터 억압받는다고 생각하는 중산층의 사회 불만을 터뜨리는 긍정적인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따라서 가가는 터지지 않는 폭탄이라고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소셜테이너



 가가는 특히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분야 최강자다. 27일 기준 가가의 트위터 팔로어는 2352만 명으로 세계 1위다. 페이스북 팬은 5024만 명으로 세계 6위. 하루에도 몇 번씩 SNS에 자신의 일상, 공연 정보 등을 올리는 가가는 스스로 미디어가 됐다. 이번 월드투어 일정도 트위터·페이스북에 직접 올렸다. 사회활동 참여에도 열심이다. 아이티·일본 지진참사 당시 구호기금 모금 등 적극적인 자선활동을 펼쳤다. 에이즈 예방과 퇴치, 성적 소수자 보호 활동에도 적극적이다. 그는 학창 시절 왕따를 당했다. 그 아픔이 바탕이 돼 소수자의 인권을 위해 노래하고, 사회활동을 펼친다는 분석도 있다.



 음악평론가 임진모씨는 “가가는 현대 음악에서 단지 소리에만 호소하지 않고 시각과 파격, 그리고 수요자와의 관계 설정 또한 중요하다는 것을 증명해 주는 케이스”라고 했다. 가가는 이후 홍콩·도쿄 등 최소 34개 도시에서 콘서트를 이어나간다. 이번 투어는 내년 3월까지 110회에 걸쳐 진행된다. 



사진 ① 레이디 가가는 언론 노출을 극도로 꺼렸다. 공연 역시 국내 사진·취재기자들의 출입을 제한했다. 레이디 가가 측이 제공하는 현장 사진은 언론사 최종 마감시간까지 공개되지 않았다. 사진은 지난해 발매된 세 번째 정규 앨범 ‘본 디스 웨이’ 앨범 커버. [사진 유니버설 뮤직]

사진 ② 레이디 가가만큼 독특하면서도 파격적인 의상을 입고 27일 공연장을 찾은 팬들. [연합뉴스]

사진 ③ 20일 입국한 뒤 팬들의 환호에 화답하는 레이디 가가. [양광삼 기자]

사진 ④⑤⑥ 가가는 28일 출국 때까지 약 일주일간 공식 일정 없이 공연장인 잠실 올림픽 주경기장을 수차례 들러 한국 무대에 대한 큰 애정과 기대를 표현했다. [레이디 가가 트위터]

사진 ⑦ 막이 오르자 가가가 말을 타고 무대에 등장하고 있다. [사진 현대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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