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닫기
닫기

[트렌드] 임신부를 위한 ‘출산 도우미’

송미경(33·사진 왼쪽) 베이비플래너가 9개월차 임신부 김수지(29·오른쪽)씨에게 태교법을 알려주고 있다. [김형수 기자]


임신 9개월차 직장인 이모(27)씨는 직장 다니랴, 출산 준비하랴 힘에 부쳤다. 전업 주부인 친구들은 좋은 음식을 직접 해 먹고, 태교 마사지까지 받으며 출산 준비에 전념했다. 친구들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무능한 엄마’가 된 느낌이었다.

친정 언니처럼 살뜰하게 … ‘베이비플래너’ 뜬다



 물론 이씨도 ‘할 만큼 했다’. 인터넷 카페에 가입해 틈틈이 정보를 구했다. ‘대백과 사전’이란 별명이 붙은 출산 관련 책도 사서 읽었다. 도움은 됐지만 배가 부를수록 걱정이 됐다.



 ‘진짜 정보는 가까운 사람에게 얻는 게 가장 좋지 않을까. 인터넷엔 광고글도 많다던데…’.



 믿을 건 친정어머니뿐이었다. 하지만 “우리 때는 몸 조심하는 것 말고 특별한 게 없었는데 요즘은 참 복잡하더라”란 답이 돌아왔다. 먼저 출산한 친구에게도 의지했다. 하지만 저마다 정보가 제각각이었다. 한 친구가 “조용하고 깨끗하다”며 추천한 A산후조리원을 다른 친구는 “서비스가 불친절하다”며 뜯어 말리는 식이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시간도 빠듯한데 이참에 직장을 그만둬야 하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이씨는 “출산도 결혼처럼 이것저것 챙길 게 많더라”며 “결혼할 때처럼 ‘웨딩플래너’ 같은 사람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지난 2월, 이씨의 고민을 해결해 줄 ‘전문가’가 나타났다. 친구를 통해 ‘베이비플래너’ 송미경(33)씨를 소개받은 것이다. 이씨는 세 차례 플래너를 찾아 상담을 받았다. 무작정 추천만 하는 게 아니라 상담 경험을 바탕으로 이곳저곳의 장단점을 비교 설명해 준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이씨는 송 플래너로부터 태교에 좋은 음식과 몸가짐을 배웠다. 플래너가 추천한 사진관에서 만삭 사진도 기념 촬영했다. 출산 뒤엔 송씨가 추천한 산후조리원에서 몸을 풀 생각이다. 이씨는 “임신 초보라 모르는 것투성이였는데 베이비플래너 덕분에 정보를 많이 얻었다”며 “둘째를 낳을 때도 플래너에게 도움을 받고 싶다”고 말했다.



 베이비플래너가 임신부에게 주목받고 있다. 베이비플래너는 임신부를 위해 출산 관련 정보를 알려주고 스케줄을 관리해 주는 직업이다. 한국베이비플래너협회에 등록한 플래너 숫자는 2009년 60명에서 현재 97명으로 늘었다. 플래너 서비스를 신청한 임신부 숫자도 같은 기간 9000명에서 4만8000명으로 크게 늘었다. 이성섭(49) 베이비플래너협회 회장은 “웨딩플래너가 결혼 도우미라면 베이비플래너는 임신부를 위한 ‘출산 도우미’”라며 “출산 관련 ‘원스톱 서비스’를 받을 수 있어 문의가 많다”고 말했다.



 임신부가 플래너를 찾는 이유는 편하기 때문이다. 특히 짬을 내기 어려운 직장 여성의 호응이 높다. 임신 3개월차 직장인 황모(29)씨는 “회사에서 임신 얘기를 꺼내거나 인터넷에서 관련 정보를 찾는 게 눈치보인다”며 “플래너를 통해 산부인과부터 유모차까지 궁금한 점을 묻고 필요한 정보도 얻는다”고 말했다. 손승희(42) 플래너는 “직장 여성도 전업 주부처럼 아기를 낳는 데 전념하고 싶은 마음은 똑같다”며 “퇴근 후나 주말에 들러 상담을 받는 직장 여성들이 많다”고 귀띔했다.



 임신부들은 무료란 점도 매력으로 꼽았다. 임신 7개월차 주부 김정숙(30)씨는 “무료로 상담해 준다는데 마다할 이유가 없다”며 “태교 DVD, 튼살방지 크림도 선물 받았다”고 말했다. 허우진(38) 플래너는 “꼭 권하는 상품을 고르지 않아도 돼 상담만 받고 가는 임신부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생생한’ 정보를 얻고 싶어 플래너를 찾기도 한다. 인터넷 정보는 100% 믿기 어렵다는 것이다. 임신 9개월차 김수지(29)씨는 “웬만한 정보는 인터넷에서 구할 수 있지만 상업성 댓글이 많이 달려 믿기 어렵다”며 “플래너는 얼굴을 맞대고 정보를 추천해 줘 믿음이 간다”고 말했다. 김연주(29) 플래너는 “인터넷 정보에 실제 출산 경험을 더해 상담해 준다”며 “언니처럼 편하게 설명해 줘 좋다는 고객이 많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를 출산 트렌드가 급변한 데 따른 변화로 분석한다. 전상진 서강대(사회학) 교수는 “과거엔 친정어머니뿐 아니라 친척·이웃이 출산을 돕는 경우가 많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사회가 빨리 변해 10년 전 정보도 무용지물이 됐다”며 “편하게 최신 정보를 얻기 위해 베이비플래너를 찾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승창 한국항공대(경영학) 교수는 “관련 업계 규모가 커지고 서비스가 발전함에 따라 생긴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며 “자녀에 대한 높은 관심이 육아 전 임신·출산으로까지 확산한 것”이라고 말했다.



 ‘베이비마케팅’의 산물이란 지적도 나온다. 베이비플래너는 현재 서비스 초창기라 웨딩 산업처럼 전문 업체가 없다. 플래너 대부분이 병원·사진관·육아용품업체에 소속돼 급여를 받는다. 서비스 이용료는 받지 않지만 결국 임신부가 수수료를 부담하는 구조다. 한상린 한양대(경영학) 교수는 “특정 업체에 소개를 집중하는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며 “소비자 피해를 막기 위해 플래너 인증제 도입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성섭 협회장은 “서비스 불만 신고를 받은 플래너에겐 경고를 준다. 경고가 반복되면 연결을 해 주지 않는다”며 “수시로 지역별 교육 과정을 열어 플래너가 전문성을 쌓을 수 있도록 돕는다”고 말했다.   



◆베이비플래너=임신부에게 출산 준비(태교·음식·마사지 등)부터 출산(산부인과·분만법 등), 산후 서비스(산후조리원·육아용품·돌잔치 등)까지 각종 정보를 제공하고 계획을 짜 준다. 베이비플래너협회에선 태교·모유수유·상담기법 등 관련 교육 과정을 이수한 사람에게 수료증을 준다.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

많이 본 기사

댓글 많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