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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김수영 만든 건 처절한 포로 체험

김수영을 위하여

강신주 지음, 김서연 만듦

천년의 상상

416쪽, 2만3000원




한국 현대문학의 거목 김수영(1921~68) 시인은 6·25전쟁 직후인 1954년에 쓴 시 ‘거미’에서 “내가 으스러지게 설움에 몸을 태우는 것은 내가 바라는 것이 있기 때문”이라고 읊었다. 보통 사람은 그냥 지나치는 일상의 거미를 보면서 시인은 정체성을 고민한다. 그는 무엇을 바랐던 것일까. 어떤 바람을 못 이뤘기에 그렇게 서러워했을까.



 철학자 강신주(45) 박사가 김수영 시인의 바람과 설움을 길잡이 삼아 ‘김수영 다시보기’를 시도했다. 저자는 김수영 시인이 자신의 멘토였음을 고백하며 글을 시작한다. 힘들고 외로울 때면 자신의 이상을 위해 몸부림쳤던 시인을 떠올렸다고 한다.



 김수영의 작품을 보는 기존의 시각은 대개 두 갈래로 나뉜다. 서양 근대문명을 시로 소화해낸 모더니스트, 아니면 민주와 민중의 가치를 옹호한 참여시인이거나 민족주의 문인으로 평가하는 경향이 그것이다. 저자는 이와 다른 해석을 시도한다.



 저자가 볼 때 김수영이 추구했던 가치는 ‘자유’ 한마디로 표현된다. 김수영의 자유는 온갖 권력과 이념과 진영의 논리로부터 거리를 두는 것이었다. ‘달나라의 장난’이란 시에서 표현한 ‘스스로 도는 힘’이 곧 자유였다. 김수영의 자유를 프랑스 철학자 들뢰즈(1925~95)의 단독성(singularity) 개념과 연결시킨 대목이 흥미롭다.



 단독성이란 다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자신만의 고유한 성질을 가리킨다. 저자는 김수영을 ‘단독성의 시인’으로 규정한다. 세상 모든 것은 단독성을 지녀야 한다고 김수영은 생각했고, 누구보다 그런 시 쓰기를 희구했다는 설명이다. 서양의 새 문물을 소개하거나, 특정 이념을 옹호하는 것은 김수영의 시 정신과 한참 거리가 멀다는 것이다.



 6·25전쟁 초기 서울에서 북한 인민군에 끌려간 김수영이 탈출과 체포를 반복하다 거제도 포로수용소에서 2년간 겪은 처절한 체험을 저자는 김수영의 작품세계 밑바탕에 깔린 저력으로 읽어낸다. 그런 체험이 곧 온갖 구속으로부터의 자유 혹은 단독성에 대한 갈망으로 표출되고 있다는 것이다.



 프랑스 철학자 푸코는 “21세기는 들뢰즈의 시대가 될 것”이라고 예견한 바 있는데, 서양사상사에서 20세기 후반 이뤄진 인문학적 성취를 20세기 중반 김수영의 시에서 찾아내 연결시킨 저자의 감수성이 돋보인다. 책 기획단계부터 함께 한 편집자의 역할을 중시해 표지의 저자 이름 옆에 ‘김서연 만듦’을 병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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