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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샌델, 이번엔 시장 만능에 칼 빼들었다

‘가정의 달’ 5월입니다. 세상살이가 팍팍할수록 더 소중하게 느껴지는 게 가족의 사랑이겠지요. 중앙일보와 교보문고가 함께하는 ‘이 달의 책’ 5월의 주제는 ‘시장과 행복’입니다. 눈에 보이는 것이 세상의 전부가 아니고, 돈으로 셀 수 없는 아름다운 가치까지 꿰뚫는 지혜의 눈을 찾아보고자 합니다. 세계적 석학과 종교 지도자의 세상읽기를 보여주는 신간을 골랐습니다.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

마이클 샌델 지음

안기순 옮김, 와이즈베리

336쪽, 1만6000원




『정의란 무엇인가』로 우리 사회를 한바탕 들쑤셔놓았던 마이클 샌델(사진) 미 하버드대 교수가 다시 찾아왔다. 신간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을 들고서다. ‘샌델=정의’처럼 일종의 보통명사가 된 그가 이번에 돈의 문제에 핀셋을 고정시켰다. 제목만 보면 가벼운 에세이처럼 느껴지지만 자본주의 시장의 안팎을 성찰한 묵직한 책이다. ‘공정과 정의’의 프리즘으로 해부한 시장만능주의 경계론이다.



[중앙포토]
 샌델식 글쓰기의 장점은 다양한 사례다. 예를 들어보자. 미국 일부 교도소에서는 하룻밤에 추가비용 82달러를 내면 깨끗하고 조용한 개인 감방으로 옮길 수 있다. 감방에서도 ‘돈 나고 사람 나는’ 세상인 셈이다.



 인도에서는 대리모 서비스를 구하는 데 6250달러(약 709만원)를 지불하면 된다. ‘사람=상품’의 전형적 거래다. 반면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는 15만 달러(약 1억7000만원)를 내면 검은 코뿔소를 사냥할 권리를 얻을 수 있고, 미국에서는 실업률이 높은 지역에 50만 달러(약 5억6000만원) 투자하면 영주권을 받을 수 있다.



 어쩐지 뒷맛이 씁쓸하다. 샌델은 이런 현상을 ‘시장의 습격’이라고 명명한다. “지난 30여 년간 발생한 가장 치명적인 변화는 탐욕의 증가가 아닌 시장의 가치가 삶의 영역으로 팽창한 것”이라고 진단한다.



 샌델에 따르면 우리가 발을 딛고 있는 오늘은 ‘시장경제(Market Economy) 시대’를 넘어 ‘시장사회(Market Society) 시대’로 바뀌었다. 자본과 시장의 논리가 삶의 영역을 야금야금 잠식하면서 도덕·윤리 등 우리가 중시했던 가치의 증발 현상이 대두됐다는 지적이다. 이처럼 ‘거래 만능의 시대’인 오늘은 시장의 잣대와 돈의 논리가 힘을 얻어가는 세상이다. 그럼에도 우리에겐 여전히 포기할 수 없는 것이 있다. 시장과 윤리 사이의 아슬아슬한 줄다리기, 그 딜레마가 우리가 서 있는 지점이다.



 우리가 직면한 딜레마는 일상 곳곳에서 모습을 드러낸다. ‘나 홀로 운전자’도 돈만 내면 카풀차로를 달릴 수 있다는 의미의 ‘렉서스 차로’와 돈을 받고 대신 줄을 서주는 ‘라인 스탠더(line standers)’ 등이 대표적이다. 시장 논리로는 합리화할 수 있지만 평등주의적 관점에서 본다면 뭔가 편치 않은 구석이 있다.



 그 불평등의 지점에서 샌델은 시장의 합리성에 의문을 던진다. 돈으로 사고 팔 수 있는 대상이 늘어나면서 거래의 공정성이 무너지게 됐다는 것. 돈이 없다는 이유로 사회적 약자가 한 때 공평한 룰이 적용됐던 영역에서 조금씩 밀려나기 시작한다는 설명이다.



 단적인 사례가 스포츠 경기장의 ‘스카이박스화(skyboxification)’다. 스포츠 구단 등이 돈을 벌기 위해 비싼 요금의 스카이박스를 넓히면서 한때 기업 임원과 블루칼라 노동자가 나란히 앉아 경기를 관람하며 ‘지위의 해독제’ 역할을 했던 스포츠조차 소득과 재산에 따른 계층화가 진행되는 공간이 돼버렸다는 이야기다.



 샌델은 “시장이 비경제 영역으로 팽창할수록 도덕적 문제와 더욱 얽히게 된다”며 “시장의 영역과 비시장 영역을 구분하기 위해서는 가치평가방법을 결정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제 우리가 고민해야 할 것은 조금 분명해진다. 가치를 결정하는 것, 돈으로 살 수 없는 것이 무엇인가를 따져봐야 한다는 명제다.



 샌델은 “시장은 흔적을 남긴다”고 했다. 전통적으로 시장이 아닌 규범의 지배를 받았던 영역에 돈의 마수가 뻗치게 되면 도덕적 가치가 밀려나게 되고 돈이나 시장가치로 인해 잠식된 의무감 등은 되돌리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런 까닭에 “시장 논리가 우리의 태도와 규범을 변질시키지 않도록 ‘도덕적으로 거래’ 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시장에 도덕성이 존재하는가에 대한 질문에는 분명한 답을 찾기 어렵다. 다만 기부금 모금에 나선 고등학생에게 인센티브 명목으로 돈을 줬을 때보다 순수한 동기에서 모금에 나선 학생들이 더 많은 돈을 모았다는 사례는 단순 시장의 논리를 넘어선, 도덕의 영역이 존재할 수도 있다는 우리의 기대감을 조금은 키워준다.



 샌델은 “시장을 포용하면서 도덕적·정신적 논쟁을 꺼리는 태도 때문에 우리는 무거운 대가를 치르고 있다”며 “이러한 태도가 공공 담론에서 도덕적 에너지와 시민의 에너지를 고갈시키고 오늘날 많은 사회를 괴롭히는 기술관료 지향의 경영정치가 발달하도록 부추긴다”고 비판했다.



 중요한 것은 우리의 삶을 지배해 온 시장만능주의를 냉정하게 바라보고 그 역할에 대한 도덕적 판단을 내리는 것이다. 책은 하버드대에서 2012년 봄학기에 ‘시장과 윤리(Markets & Morals)’라는 이름으로 개설된 철학강의 내용을 바탕으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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