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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쟁] 대형마트 휴무제, 골목상권에 도움되나





지난 22일 전국의 대형마트와 기업형 수퍼마켓(SSM)이 강제 휴무에 들어갔다. 문을 닫은 대형마트는 서울 강동·송파·강서구와 경기 성남·수원시 등 110여 곳에 달했다. 전통시장과 골목 상권을 보호하기 위한 월 2회 일요일 의무휴무제가 시행된 데 따른 것이다. 이 제도를 계속 유지할지를 놓고 관련 업계와 학계에서 찬반 논쟁이 거세지고 있다. 양쪽의 주장을 들어본다.



중소업체 살리려면 지속적 규제 필요하다



이윤보
건국대 경영대 교수
지난 22일 대형마트와 SSM에 대한 강제 휴업이 본격화되면서 효과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포퓰리즘 정책이란 비난도 다시금 나오고 있다. 그러나 소비자 혼란과 진입 규제에 따른 기업활동 침해라는 이유로 정책 폐기를 주장하기보다 냉철히 그 본질이 무엇인지를 짚어볼 필요가 있다.



 최근 종합소매업에서 백화점, 대형마트, 수퍼마켓 등 대형 소매업체의 집중화 현상은 더욱 심화되고 있다. 종합소매업 매출에서 대형 유통소매업체의 비중이 2005년 25.4%에서 2010년 27.3%로 커졌다. 대형 소매업체의 종합소매업 유통시장 지배력이 크게 증가했음을 알 수 있다. 반대로 전통시장은 13.8%에서 8.0%로 급감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1996년 유통시장 개방 당시 5인 미만의 영세 소매업체가 70만6000개였으나 2009년에는 57만1000개로 13만5000개(19.2%)가 사라졌고, 13만3000명의 종사자가 일자리를 잃은 것으로 나타났다.



 대형 소매업체가 규모의 경제, 바잉파워(Buying power·구매력) 증대를 통해 시장 지배력을 키울수록 대·중소업체 간 양극화를 가져오게 된다. 그 결과 다수 중소업체의 폐업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크다. 소매유통 시장은 독과점 구조가 될 것이며, 소수 대형 유통업체들의 과당경쟁으로 인한 과소비·충동구매 등 소비자 불이익이 초래될 가능성도 커진다. 궁극적으로 재벌 중심의 유통산업 집중화는 제조업자와 농민·소비자에게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다.



 영업시간 제한과 의무 휴업일 규제의 목적은 영세 소매업체를 보호하려는 것만이 아니다. 소매업계 근로자들에 대한 휴식과 건강 등 근로복지와도 관련이 있다. 24시간, 1년 365일 영업에 대한 규제는 유통업체에 근무하는 근로자들의 과다한 노동시간을 줄여주는 노동복지 차원에서도 반드시 필요하다.



 우리 사회에서는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며 지나친 성장주의가 초래한 사회 갈등과 경제적 불평등에 대한 비판이 고조돼 왔다. 양극화 해소와 사회 공헌, 기득권 포기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자본주의 4.0’으로 대변되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모색하고 있다. 오늘날 우리 사회가 요구하는 시대정신 중 하나가 경제 민주화다. 경제 민주화는 재벌 대기업의 독과점 규제와 공정거래 확립과 함께 소상공인의 보호·육성으로 달성될 수 있다.



 따라서 유통산업의 집중화 문제는 사회경제적으로 중요성이 크며, 사회적 균형발전 측면과 공정경쟁 측면에서 정부의 감시와 적절한 시장 개입이 매우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프랑스를 비롯한 선진국들의 경우도 대형마트에 대한 영업제한 등 다양한 형태의 규제를 시행해 왔다. 일본의 경우 농·공·상 협력을 통한 비즈니스 모델 창출을 통해 소매점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적극적 정책을 펼치고 있다.



 한 번의 시행만으로 대형마트 강제 휴무제 재검토를 주장하는 것은 오히려 시장 실패를 조장하는 것이다. 소상공인의 문제는 생존권 문제다. 이를 해결하지 않고는 경제 민주화와 인본주의 시대로의 전환은 어렵다. 자본 중시의 경쟁 논리를 넘어 상생과 공존이라는 관점에서 휴무제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이제는 과거 유통산업 발전을 위해 추진하였던 정책적 노력을 골목상권과 전통시장에 투입해야 할 때다. 아울러 소비자 선택의 비대칭성을 해소하기 위한 체계적 대안 마련도 요구된다.



이윤보 건국대 경영대 교수





정부의 강제 개입은 시장 왜곡만 부른다



이승창
한국항공대 경영학과 교수
서울시의 전통시장은 시장경영진흥원의 최근 자료에 따르면 2010년 기준으로 전국 1571개의 14.4%인 226개다. 점포 수는 전국 20만1358개 중 24.4%인 4만9225개로 가장 많다. 6개 광역시를 제외한 지역의 전통시장은 상설 운영이 평균 53% 미만일 뿐만 아니라 자기 소유 점포 비중이 10~30% 수준인 매우 열악한 상태다. 또 순수 소매업의 비중은 서울 지역(51.5%)을 제외하면 대부분이 10~30% 미만으로 대개 도소매업을 병행하고 있다. 다시 말하면 전통시장 내 대부분의 점포는 임대점포이고 서울 이외 지역에서는 대부분 도소매업을 겸하고 있다. 이 때문에 성공적인 소매업에 반드시 필요한 ▶다양한 소싱 능력 ▶상품 기획 ▶가격 프로모션 등 각종 노하우가 부족한 실정이다.



지금까지 전통시장 육성 정책은 카누피(간이지붕)나 주차장 등과 같은 하드웨어 지원뿐만 아니라 상인 교육 및 전통시장 상품권, 현금영수증 발행 등의 마케팅 분야에 걸쳐 다양하게 이루어져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10년을 기준으로 SSM의 대대적인 증가로 인해 소비자들이 더욱 전통시장에서 멀어지자 지난해부터 대형마트와 SSM에 대한 규제책으로 전통시장의 1㎞ 거리 내 입점 금지와 월 2회 의무 휴업조치를 취하기 시작했다. 지난 4·11 총선 후에는 한발 더 나아가 인구 30만 명 미만의 중소도시에는 아예 향후 5년간 입점 자체를 금지하는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이 논의되고 있다. 정책 결정의 결함 원인을 찾아 수정하지 않고 시장의 욕구 진화과정에 직접 개입하는 규제를 낳고 있는 것이다.



 지난 22일 첫 시행한 월 2회 의무휴무만 하더라도 그렇다. 강제 휴무로 인해 당장 발생하는 신소매업태의 직접적인 매출 손실과 고용효과 감소는 차치하더라도 이들에게 당일 매입·판매·폐기를 원칙으로 농·수·축산물 등을 납품하는 중소 협력업체들의 피해는 어찌할 것이며, 대형마트 등에 입점한 약국·식당·옷가게 같은 개인 점포들의 피해는 괜찮은지 묻고 싶다.



 실물시장은 금융시장과 달리 소위 부가가치(마진)로 연결된 다양한 이해집단이 복잡하게 네트워크되어 있기 때문에 정책 결정이 간단하지 않다. 이러한 네트워크의 최종점에 있는 최종 소비자들은 자신들이 지불하는 돈(비용) 대비 최대의 편익을 얻고자 최적의 방법으로 움직인다. 이런 과정에 정부가 개입하는 것은 법규의 강제력으로 일정 기간 가능할지 몰라도 시장의 흐름을 되돌릴 수는 없다. 특정한 업종·업태를 지원하기 위해 개별 소비자의 구매 선택권을 강제해서는 안 될 일이다. 실물시장의 소위 ‘플레이어(player)’는 다양하고 복잡하다는 점을 잊어서도 안 된다. 상생을 동행이라고 한다면 뒤처져 오는 자를 밀고 당겨 보조를 맞추도록 노력해야 한다. 앞선 자를 못 움직이게 하거나 뒷걸음질치게 한다면 당장에는 사회가 조화롭게 보일지는 몰라도 시장의 발전은 불가능하다.



 폐쇄적 규제 조치는 향후 국가 간 자유무역시대에도 역행하는 정책이 될 뿐이다. 앞으로의 경제발전은 자국 상품의 해외 ‘무역’ 방식이 아닌 제로관세율에 따른 ‘유통’ 방식의 거래 형태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전통 업태에 대한 육성 지원을 빌미로 소비자 시장에서 받아들여지고 있는 새로운 업태를 규제해서는 안 된다. 아직도 우리나라의 유통 발전 수준은 선진국보다 10~20년 이상 뒤져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이승창 한국항공대 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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