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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정의사회 가려면 쪽방촌부터 개선을

송석구
사회통합위원회 위원장
서울에서 가장 붐비는 곳 중의 하나인 영등포역. 경인선·경부선 등 철도가 이어져 있고 지하철 1호선이 관통하면서 서울과 지방을 연결하는 허브 역할을 하는 만큼 유동인구도 많다. 매일 수많은 사람이 오가지만 무심히 지나치는 곳이 바로 영등포역 옆에 위치한 쪽방촌이다. 몇 개의 좁은 골목으로 외부와 연결된 이곳에 쪽방촌이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영등포역에 들어선 대형 백화점 건물에 가려 더욱 그늘을 짙게 한다. 사회통합위원회가 한국자원봉사협의회와 함께 매달 한 번씩 벌이는 자원봉사 활동을 이번 달에는 영등포 쪽방촌에서 벌인 것을 계기로 현장을 직접 목격하면서 충격을 받았다.



 이곳 사람들은 70%가 정부 보조금으로 생활하고 있으며 나머지는 건설현장 일용직 등에 종사하며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 식사는 대부분 인근 교회에서 제공하는 무료 급식으로 해결한다. 상당수가 알코올 의존증에 시달리고 있어 정부가 지원하는 적절한 탈출 프로그램이 절실하다. 잘게 쪼갰다고 해서 이름 붙여진 쪽방촌은 대개 성인 한 사람만이 잠을 잘 수 있는 공간의 숙소다. 공동 화장실과 부엌을 사용하며 보증금 없이 일세·월세를 지급하는 형태의 주거 시설이다. 영등포 쪽방촌에는 정부 보조금 월평균 43만원으로 생활하는 500가구 정도가 평균 20만원 정도의 월세를 내고 있다. 대다수가 혼자 산다. 비닐하우스·움막·판잣집 등 임시 가건물까지 포함한 전국의 쪽방촌 거주 인구는 전체 인구의 0.2% 정도인 10만 명 정도로 추산된다.



쪽방촌의 역사는 196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일감을 찾아 지방에서 서울로 인구가 대거 유입되기 시작한 시점이다. 이들은 도시 빈민으로 분류되면서 달동네·산동네·판자촌 등에서 살았다. 70년대가 되자 도시 미관을 이유로 서울시는 이들 ‘불량 주거지’를 대거 철거하기 시작했다. 특히 88년 서울올림픽을 계기로 대대적인 재개발이 이뤄졌다. 이런 일련의 과정을 통해 도시 빈민들이 점유할 수 있는 공간이 대부분 사라지고 쪽방촌이라는 극단적인 주거 형태로 바뀌게 됐다. 영등포 쪽방촌 사람들도 언젠가 재개발이 시작되면 종착역인 노숙으로 내몰리게 될 것이다.



 사회통합위원회는 2010년 도시 재정비 제도 개선안을 마련했다. 이 개선안에서 가장 중요한 내용 중 하나는 주민들의 주거 안정성 강화였다. 주거권 차원에서 재정비 사업으로 퇴거를 당하는 세대에 대해서는 적절한 이주대책을 제공하는데, 사업 시행자와 정부가 그 대책을 마련토록 했다. 이 프로젝트는 도시 재정비 제도 개선안으로 정리돼 관계부처인 국토해양부로 넘겨져 정책대안 마련이 진행 중이다. 아울러 지난해부터 펼치고 있는 쪽방촌 자원봉사 경험을 바탕으로 위원회 차원에서 더욱 진전된 대안을 마련해 관계당국에 통보할 계획이다. 위원회는 특히 주민들이 살던 곳을 떠나지 않고 재개발 이후에도 계속 살 수 있도록 거주권을 마련해 주는 방안이 최선이라고 생각한다.



 마침 서울시도 이 같은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주거는 인권이다’라는 슬로건 아래 최근 쪽방·고시원·여관 등 비주택 거주 가구 주거지원 방안 마련을 위한 학술 용역에 착수했다는 소식이 들린다. 이 용역을 통해 비주택 거주 가구의 주거 실태 및 거처의 상태를 파악해 주거 지원방안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를 바탕으로 내년 1월 이후 시범사업을 추진하고 여기에서 나온 결과를 가지고 본격적인 주거 지원을 실시한다고 한다.



 최근 국제통화기금(IMF)은 2016년에 한국이 1인당 GDP 3만 달러를 넘을 것이라는 예측을 내놨다. 본격적인 선진국이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쪽방촌 같은 그늘이 계속 존재하다면 우리 사회는 빈자와 부자가 공존할 수 있는 공평한 사회가 아니다. 공평하지 못한 사회는 공정하지도 못한 것이다. 그리고 공정하지 못한 사회는 정의로운 사회가 될 수 없다. 쪽방촌은 우리가 정의로운 선진국으로 가기 위한 숙제라 할 수 있다.



송석구 사회통합위원회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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