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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진 낙인부터 찍어서야 … 행동으로‘멈춰’나선 교사들

24일 충북 청주시 한솔초 3학년 3반 학생들이 서영자(39) 담임교사의 지도에 따라 학교폭력 역할극을 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24일 오전 충북 청주의 한솔초 3학년 3반 교실. 한 남학생이 갑자기 뒤에 앉은 여학생의 필통을 집어던졌다. 이를 본 친구들이 일제히 “하나, 둘, 셋, 멈춰!”라고 외쳤다. 남학생은 “장난이었다”며 잘못을 인정하지 않았다. 학생들은 담임인 서영자(39) 교사에게 사건을 알렸다. 자초지종을 들은 서 교사는 역할극을 통해 문제해결에 나섰다. 가해자와 피해자가 역할을 바꿔 아까의 상황을 재연했다. 원래 피해자였던 여학생이 남학생의 필통을 집어던지자 남학생의 표정이 순식간에 굳어졌다. 서 교사가 남학생에게 “기분이 어떠니”라고 묻자 남학생은 “아까는 내가 잘못했어. 미안해”라며 여학생에게 손을 내밀었다. ‘멈춰 마법’으로 문제가 해결되는 순간이었다.

멈춰! 학교폭력 - 학교·가정·사회 세 바퀴 운동
책으로 나온 『학교폭력 멈춰!』
마을공동체연구소장 등 13명
일선 교사 위한 안내서 펴내
가해·피해학생 지도법 등 담아



 서 교사는 “누군가 괴롭힘을 당하면 다같이 ‘멈춰!’라고 외치고 역할극을 통해 상황을 공유하면 가해 학생도 잘못을 깨닫는다”고 설명했다. 지성훈(10)군은 “처음엔 어색했는데 이젠 자연스럽다”며 “시작한 지 두 달쯤 됐는데 반 분위기가 좋아진 것 같다”고 말했다.



 본지가 보도한 학교폭력 예방대책인 ‘멈춰! 학교폭력’ 프로그램을 소개하는 책이 나왔다. 1982년 노르웨이에서 시작된 이 프로그램은 학생들이 학교폭력을 목격하거나 피해를 당할 때 반사적으로 “멈춰!”라고 외치도록 가르치는 제도다. <본지 1월 1일자 16면>



 책의 제목은 『학교폭력 멈춰!』다. 2010년부터 일선 학교에서 프로그램을 적용해본 마을공동체교육연구소 문재현(50) 소장과 교사 등 13명이 쓴 책이다. 문 소장은 “중앙일보 보도 이후 문의하는 교사가 많아 안내서를 내게 됐다”며 “발간 한 달 만에 1500부 이상 팔려나갔다”고 말했다. 320쪽 분량의 이 책은 멈춰 프로그램 도입 과정부터 학무모 설득법, 전학 온 학생 지도하는 법 등 교사들이 겪는 어려움을 사례를 통해 설명했다. 프로그램은 학기 초 학급회의를 통해 “우리는 친구를 괴롭히지 않는다” “괴롭힘 당하는 친구를 도울 것이다” 등의 규칙을 정하는 데서 시작한다. 이후 누군가 괴롭힘을 당하는 상황이 발생하면 습관적으로 “멈춰!”를 외치도록 반복적으로 가르친다. 누군가 “멈춰!”를 외치면 학급총회를 열어 역할극을 통해 피해자의 고통을 공유한다. 교사는 매 학기 ‘학급 카스트(신분제)’ 그리기를 통해 반 아이들의 권력관계를 파악해 학생지도에 활용한다. 청주 동주초 김미자(41) 교사는 “규칙 제정과 문제 해결에 학생들이 스스로 참여한다는 점에서 외부 전문가가 학교에 들어가 프로그램을 보급하는 노르웨이보다 더 적극적”이라고 말했다.



 문 소장은 “교과부 학교폭력 실태조사는 불완전한 결과만 발표하고 대안을 제시하지 못했다”며 “조사 속에 담긴 아이들의 목소리에 주목하고 실질적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청주=이한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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