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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칼럼] 맥클라렌이 국민 유모차라고?

심상복
중앙일보 경제연구소장
요즘 젊은 엄마들 사이에서 ‘국민 유모차’로 불리는 제품이 있다고 한다. 국민 유모차라기에 국산이겠지 했더니 아니다. 영국산 맥클라렌이라고 한다. 외제 중에서 그나마 값이 낮아서 이런 이름을 얻었다는 것이다. 백화점에서 할인해 파는 가격이 50만원 정도다. 우리나라는 자원도 자본도 없이 공업화에 매진한 결과 가전제품·휴대전화·반도체·자동차·철강·조선까지 굴지의 메이커가 됐다. 그럼에도 국산 유모차는 이렇다 할 게 없다. 소비자들이 외제를 선호한 결과다. 요즘 백화점에서 팔리는 것 가운데 수입품은 80%에 달한다고 한다.



 수입회사들은 엄마들의 마음을 쉽게 읽어낸다. 많아 봤자 둘인 자식에게 고급품을 사주고 싶어 하는 심리 말이다. 그래서 해외 유명 제품을 들여와 상당한 이문을 붙여 판다. 이런 제품은 비쌀수록 잘 팔린다. 고가 전략은 자연스럽다. 비싼 건 뭐가 달라도 다를 거라고 여기는 심리를 겨냥한 마케팅이다. 유모차 중에는 이탈리아산이 더 비싼 축에 속한다. 어떤 건 200만원이나 한다. 노르웨이산 어떤 브랜드는 유모차계의 벤츠로 불린단다. 얼마 전 한 소비자단체가 수입 유모차 가격이 턱없이 비싸다는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그 나라 시판가격에 비해 국내 백화점 가격이 두 배를 넘는 경우도 있다고 지적했다. 맞비교를 할 수 없는 데도 현지 가격과 국내 시판가를 비교한 표도 첨부했다. 이어 ‘국내 소비자는 봉’이라는 상투적인 보도가 쏟아졌다.



 그런데 이게 다 누구 탓인가. 누가 이런 고가품을 찾느냐는 말이다. 비싼 가격을 응징하는 강력한 방법은 사지 않는 것이다. 하지만 누군가 그 가격에 사기 때문에 그들의 장사는 계속된다. 어떤 사람에겐 비싸지만 대수롭지 않게 사는 소비자도 있다. 특정인을 거론해 안 됐지만 ‘고소영 유모차’라는 것도 있다고 한다. 돈 잘 버는 연예인이 사는 제품을 따라 사곤 비싸다고 불평한다.



 시장에 고가의 수입품만 있으면 이들의 불만은 일리 있다. 하지만 국산도 있고 가격대도 아주 다양하다. 수입회사들의 폭리를 비난할 필요가 없다. 착한 제품을 선택할 권리도 소비자에게 있기 때문이다. 파는 쪽에선 한 푼이라도 더 비싸게 팔려고 한다. 장사의 기본 이치다. 우리는 물건을 사면서 유별나게 유행과 남의 눈을 중시한다. 독일의 스포츠 브랜드 푸마가 지난해 초경량 러닝화 ‘파스300’을 내놓았다. 100m 달리기 세계기록 보유자인 우사인 볼트의 동작을 연구해 개발한 제품이다. 그런데 이 운동화가 한국에서 가장 많이 팔려나갔다고 한다. 등산복 하나를 입어도 브랜드를 따진다. 산에 가서도 쪽팔리면 안 되기 때문이다.



 출산율은 계속 떨어지는데도 유모차를 비롯한 고가의 유아용품 수입은 오히려 늘고 있다. 기저귀가 대표적인 제품이다. 지난 10년간 연평균 수입증가율이 50%에 육박할 정도다. 자연 토종업체들은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32년 역사의 베비라가 지난해 파산한 것이 단적인 예다. 국산 유아용품의 국내 매출액은 2005년 이후 거의 제자리걸음이다. 어떤 수입품과 비교해도 품질은 뒤지지 않는다는 사장님들의 호소도 먹히지 않는다. 엄마들은 “하나밖에 없는 아이에게 최고의 제품을 사주고 싶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군소리 말아야 한다. 스스로 비싼 제품을 사놓고 불평하는 건 앞뒤가 맞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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