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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황해쑥’에서 배운다

이희성
식품의약품안전청장
최근 국내 제약업계는 여러모로 위기에 처했다. 변하지 않으면 살아남기 힘든, 변신을 강요하는 환경이 몰려서 닥쳤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발효에 따른 외국 제약사의 특허권 강화, 약가(藥價) 일괄 인하, 리베이트 쌍벌제 도입 등이 국내 제약업계의 체질 개선을 불가피하게 만들고 있다. 국내 제약업계에 혁신은 곧 신약개발이다. 제네릭 의약품(복제품)으로는 더 이상 제약사로서 생존하기 힘들게 됐다. 신약만이 살길이 된 셈이다.



 물론 최근 상황 변화 이전에도 국내 제약업계는 신약개발의 중요성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신약개발에 게을렀다. 2009년 국내에서 개발한 신약의 품목 수가 전체 의약품의 0.1%에도 미치지 못했다. 생산 실적 역시 전체의 1.6%에 불과했다. 특히 당시 국내에서 개발된 신약들은 신약이라 부르기가 민망할 정도로 비즈니스 측면에서는 큰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흔히 신약이라면 세계적인 제약사 화이자가 개발한 ‘콜레스테롤 저하제’와 같이 한 해 매출이 수조원에 달하는 의약품을 상상하며 개발에 착수한다. 하지만 국내 제약업계의 현실은 그렇게 녹록하지 않다. 국내 모 제약회사도 글로벌 신약을 꿈꾸며 2004년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세계 12번째로 합성 신약인 항생제를 허가받는 쾌거를 이뤘다. 하지만 2009년의 생산 실적이 18억원에 불과했다. 그뿐 아니라 1999년 우리나라 최초의 신약이 탄생했다고 관심이 집중됐던 합성 신약인 백금착제 항암제도 2009년의 생산 실적이 전무했던 것을 보면 더욱 그렇다.



 그러나 국내 천연물 신약이 걸어온 길은 합성 신약과는 전혀 달랐다. 천연물 신약이란 식물 등에 존재하는 자연성분을 이용해 개발한 약을 말한다. 2009년까지 국내에서 허가된 신약 14건 중 천연물 신약은 2건에 불과했다. 하지만 이 두 제품의 생산 실적이 14건 중 1, 2위를 차지했다. 연구개발(R&D)비 투자에 대비한 생산 실적에서도 큰 차이를 보였다. 평균 5602억원의 연구개발비가 투자된 합성 신약의 경우 R&D 비용의 약 13%에 해당하는 698억원의 생산 실적을 보였다. 반면 천연물 신약은 평균 240억원의 R&D 비용을 투자해 R&D 비용의 약 570%에 해당하는 1360억원의 생산 실적을 거뒀다.



 또한 천연물 신약 시장은 급속한 노령화로 수요가 폭발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매일 약을 복용해야만 하는 만성질환 환자는 부작용이 적은 의약품을 선호할 수밖에 없다. 자연상태에서 뽑아낸 천연물 신약은 합성 신약에 비해 부작용이 상대적으로 적다. 게다가 중국 정부의 천연물 신약 허가 잣대가 국제화되면 국내 천연물 신약은 블록버스터급 글로벌 신약으로 변신도 가능하다.



 더욱이 우리나라는 여러모로 천연물 신약개발에 유리한 환경을 갖추고 있다. 우선 식물상이 다양해 각종 약초가 자생하고 있다. 또한 한의학을 일찍 이해해 수백 년간 경험이 축적돼 있다. 즉 개발에 실마리가 되는 한의학 정보와 자원이 상존하기 때문에 다른 어느 나라보다 천연물 신약개발이 유리하다는 이야기다. 중부지방에 흔히 자라는 ‘황해쑥(국화과 여러해살이 풀)’을 이용해 개발한 위염치료제의 연간 생산 실적이 1000억원에 달하고 있다는 사실이 이를 증명하고 있다.



 가까운 장래 우리나라를 먹여살릴 가장 유망한 분야 중 하나가 천연물 신약이라는 데는 아무도 이의를 제기할 수 없다. 그만큼 여건이 성숙되고 기술력이 축적돼 글로벌 천연물 신약개발의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위기는 기회가 될 수 있다. 우리나라 제약업계가 위기를 도약과 변신의 기회로 삼는 데 천연물 신약에서 그 해법을 찾아보면 어떨까.



 물론 천신만고 끝에 개발한 신약이 적기를 놓쳐 물거품이 된 사례는 항상 염두에 둬야 할 것이다. 그래서 더 개발을 서둘러야 한다.



이희성 식품의약품안전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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